이스라엘군,식료품 얻으려던 가자 주민에 발포 93명 또 사망
레오 교황 14세 “전쟁 즉각 종식” 촉구

식료품을 얻으려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 90여명이 이스라엘군의 발포로 또 숨졌다고 가자지구 민방위청이 밝혔다. 하루 사이 최소 19명은 아사하는 등 가자지구의 인도적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통제하는 가자지구 민방위청은 가자지구 북부 지역에 도착한 유엔 구호품 트럭에서 물품을 받으려던 주민 80명이 이스라엘군 공격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20일 보도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도 구호품을 실은 트럭 25대가 이스라엘을 떠나 검문소를 통과한 직후 가자 북부 가자시티 인근에서 식료품을 애타게 기다리던 대규모 군중을 마주쳤다고 했다. 유엔은 이스라엘군이 주민과 트럭이 가까워지자 총격을 가했다고 밝혔다. 밀가루 한 봉지를 얻기 위해 현장에 갔다는 주민 카셈 아부 카테르는 아에프페에 “탱크들은 우리를 향해 무차별적으로 포탄을 발사하고, 이스라엘 저격수들은 마치 숲속에서 동물을 사냥하듯이 총을 쐈다”고 말했다.
가자 민방위청에 따르면 이날 가자지구 최남부 라파흐의 구호품 배급소 인근에서 9명이 숨지고, 남부 주요 도시 칸유니스에서도 4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이스라엘군 지휘관이 군인들에게 주민들을 상대로 발포하지 말라고 지시하고 있는 영상을 공개하며 사망자 발생 책임을 부인했다. 아비차이 아드라이 이스라엘군 아랍어 대변인은 “시민들은 (구호품을 모으고 있는) 이스라엘군을 응원했다”면서 “(이스라엘군이 주민들을 사살했다는 주장은) 하마스를 위해 거짓을 퍼뜨리고 있는 선전”이라고 말했다. 가자 북부에서도 경고 사격을 한 것은 맞지만, 사망자 수가 너무 많다며 자국군의 행위를 부인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와의 3단계 휴전이 깨진 뒤인 지난 3월 초부터 가자지구로 들어가는 물자를 차단하는 봉쇄를 시작했고, 주민들은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 국제적 비난을 받은 이스라엘은 5월부터 유엔 기관의 구호품 배급을 제한하는 대신, 미국과 이스라엘이 지원하는 단체인 가자인도주의재단(GHF)에 구호품 배급을 맡겼다. 하지만 이후 배급소에 몰린 굶주린 주민들이 총격으로 숨지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데, 이번에 유엔 트럭 앞에서조차 총격으로 인한 대규모 사망자가 나온 것이다. 유엔은 가자인도주의재단 구호품 배급 통제가 시작된 이후 약 80명의 주민이 식료품 배급 과정에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가자 주민들의 굶주림은 더욱 악화하고 있다. 앙상하게 뼈만 남은 라잔 아부 자헤르(4)가 가자 중부의 한 병원에서 굶주림과 영양실조로 인한 합병증으로 사망했다고 의료소식통을 인용해 시엔엔은 이날 보도했다. 라잔을 포함해 최소 4명의 어린이가 최근 사흘 동안 사망했다고 덧붙였다. 라잔의 어머니 타흐리르 아부 다헤르는 “(아이가) 전쟁 전 건강했는데, 전쟁 후 영양실조로 상태가 악화했다”고 시엔엔에 말했다. 지난달 중순 병원에 입원한 라잔은 27일 만에 숨졌다.
가자 보건부는 하루 동안 19명이 아사했으며, 2023년 10월 가자 전쟁 발발 이후 최소 76명의 어린이와 10명의 성인이 영양실조로 숨졌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이 3월초 가자지구를 봉쇄하고 휴전을 파기한 뒤 숨진 사례가 대부분이다.
유엔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RWA)는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굶주린 동료들에게서 ‘아이들에게 먹일 것을 찾고 있지만 아무것도 없었다’는 절망적인 메시지가 매일같이 쏟아진다”며 “이스라엘은 어린이들이 굶주림으로 사망하는 동안 6천대의 유엔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 트럭이 가자 지구로 진입하는 것을 막고 있다”고 밝혔다.
레오 14세 교황도 20일 가자 전쟁의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했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은 보도했다. 교황은 이탈리아 로마 근교 알바노 호수 마을 까스텔 간돌포에서 여름 휴가 중 미사를 집전하며 “이 전쟁의 야만성을 즉시 종식하고 갈등을 평화적으로 해결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의 유일한 가톨릭 성가족 성당을 공격해 3명이 숨지고 본당 신부를 포함한 10명이 다쳤다. 교황은 “국제사회가 인도주의법을 준수하고 민간인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존중하며, 집단 처벌, 무차별적 무력행사, 강제 이주를 금지할 것을 호소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스라엘 외무부는 이스라엘군의 총격을 비난한 조너선 휘탈 유엔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서안지구와 가자지구 사무소장의 비자 갱신을 거부하라고 지시했다. 기드온 사르 외무장관은 “현실을 왜곡해 허위 보고서를 제출하고, 이스라엘을 비방하고 유엔의 중립성 규칙까지 위반한 조너선 휘탈 소장의 비자를 연장하지 말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휘탈 사무소장은 지난 달 가자 지구 구호품 배급 상황을 가리켜 “살인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비난했다.
이스라엘군은 중부 다이르 발라흐 지역까지 지상군을 보내 가자 점령 작전을 계속하고 있다. 주민들에게 남쪽으로 대피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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