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 ‘살인자ㅇ난감’ 그 배우, 노재원의 얼굴엔 다 있다

김민제 기자 2025. 7. 21.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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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빌런 남규부터 ‘정신병동’ 공시생 서완까지
넓은 연기 스펙트럼 비결은 “선과 악 공존하는 눈빛”
배우 노재원. 넷플릭스 제공

“이 배우가 그 배우라고?”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살인자ㅇ난감’,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 ‘나인 퍼즐’, 그리고 ‘오징어 게임’ 시즌2·3 등에서 배우 노재원이 연기한 캐릭터들을 짜깁기해 만든 영상에는 주로 이런 반응이 달린다. “안경 쓰면 똑똑해 보이고, 장발하면 양아치 같고, 같은 사람이 아닌 것 같다” “(작품마다) 다른 사람인 줄 알았다”는 식이다. 노재원은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 그리고 속을 알 수 없는 이상한 사람의 얼굴까지 모두 표현해낸다는 평을 받으며 요즘 ‘연기 볼 맛 나는 배우’로 주목받고 있다.

노재원이 세계적으로 얼굴을 알린 것은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시즌 2·3의 ‘빌런’ 남규를 맡으면서다. 남규는 다른 참가자인 타노스(최승현) 옆에 빌붙어 있는 평면적인 인물로 그려질 뻔했지만 노재원을 만나 입체적인 인물로 재탄생했다. 인정욕구와 애정결핍, 열등감으로 뒤틀려 버린 인간상을 표현했다는 평이다. “제가 표현하고 싶었던 남규는 응어리가 가득 찬 인물이었어요. 무시받는 게 싫고, 돈과 인간관계에 집착하고. 내가 최고이고 싶은데 그게 안 되니까 ‘언제 최고가 되지?’ 하는 인물이요. 그런 생각으로 연기했던 것 같아요.” 지난 9일 ‘오징어 게임’ 시즌3를 맞아 한 인터뷰에서 노재원이 해석한 남규다.

특히 남규가 명기(임시완)를 놀리며 그룹 아이콘의 노래 ‘사랑을 했다’를 부르는 장면은 누리꾼들이 리믹스 버전 음원을 만들 정도로 화 제가 됐다. “‘사랑을 했다’는 너무 어렵더라고요. 어떻게 불러야 할지. 노래방에 가서 불러보기도 했는데 발악하면서 연습을 하니까 주변에서 안쓰럽다고 하더라고요.” 타노스가 죽은 뒤 남규가 타노스 흉내를 내며 센 척하는 장면도 인기를 끌었다. “평소에도 가끔 따라 했어요. 어느 날 리허설 때 감독님이 보고 재밌다고 좀 살려보자고 하셨어요.”

‘오징어 게임’ 시즌3에서 남규를 연기한 배우 노재원의 모습. 넷플릭스 제공

노재원은 앞서 지난해 2월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살인자ㅇ난감’에서도 하상민으로 분해 악인의 모습을 보여줬다. 노재원은 약혼자와 동창 사이를 오가며 다정하고 공감능력이 출중한 가면을 쓴 모습과 가면 속 잔인한 모습 등 두 얼굴을 연기했다. ‘살인자ㅇ난감’의 이창희 감독은 인터뷰에서 노재원에 대해 “성장하는 배우고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 의존을 많이 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보다 먼저 노재원은 선하고 여린 인물로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2023년 11월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서 망상장애를 앓는 공시생 김서완을 연기하면서다. 공무원 시험에 7번 낙방한 서완은 망상장애를 갖게 되고 게임 속 세계가 현실이라고 믿으며 살아가는 인물로, 노재원은 오랜 수험 생활과 좌절을 통해 지친 인물을 현실감 있게 그려냈다는 평을 받았다. 지난해 10월 방영된 문화방송(MBC) 드라마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에서도 프로파일러 구대홍 역할을 맡아 따뜻한 성품과 뛰어난 공감능력을 가진 인물을 연기했다. 노재원은 ‘다이어리 꾸미기’를 하고 범죄자들의 기구한 인생사를 들으며 눈시울을 붉히는 인물을 연기하며 전형적인 경찰 이미지에서 벗어난 캐릭터를 완성했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선한 인물인지 악한 인물인지 속을 알 수 없는 이상한 캐릭터도 소화한다. 지난 5월 공개된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나인 퍼즐’에서 노재원은 정신과 의사 황인찬을 연기했다. 연쇄 살인 사건의 범인을 쫓는 줄거리의 이 추리 드라마에서 노재원이 가진 속을 알 수 없는 얼굴과 의뭉스러운 분위기 때문에 황인찬을 범인으로 추측하는 이들이 많았다.

이처럼 다채로운 얼굴을 연기하게 된 배경을 두고 노재원은 이렇게 말했다. “잘 모르겠지만, 제 눈이 되게 선하기도 하고 악하기도 하다고 그러더라고요. 제가 이렇게 스펙트럼 넓은 인물들을 만난다는 건 다행이고 감사한 일이죠.” 노재원이라는 인물 안에 다양한 얼굴들이 이미 존재하고 있어서이기도 하다. “(연기할 때) 제 안에 있는 모습들을 많이 끄집어냈던 것 같아요. 연기하면서도 일상에서 해보지 못한 걸 마음껏 해볼 수 있으니까요. 마음 따뜻한 역할을 하면 제 삶도 건강해지는 것 같고, 또 악한 연기를 할 때는 제 안의 응어리를 쏟아낼 수 있어서 나름대로 재밌고요.”

‘오징어 게임’ 시즌3 촬영장에서 쉬고 있는 배우 노재원(맨 왼쪽)과 양동근, 강애심. 넷플릭스 제공

2020년 데뷔 이후 광폭의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줬지만 여전히 도전해보고 싶은 영역이 많다. “로맨스 연기를 꼭 해보고 싶어요. 저만이 할 수 있는, 제가 할 수 있는 로맨스요. 어떤 사람과 할지는 생각을 안 해봤는데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습니다.”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겠다고 자신을 규정해두지는 않았다. “그냥 제가 하고 싶은 연기를 실컷 하고 있잖아요. 그래서 (앞으로도) 미래를 정해두지 말고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해요. 잘 살고만 있자고요.”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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