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산사태에 튕겨나온 할머니, 손자가 700m 업고 뛰어 살렸다

산청=정서영 기자 2025. 7. 21.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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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드신 할머니가 바위 위에 앉아 비를 맞으면서 떨고 있는 모습에 너무 황망했죠. 더 큰 피해가 없어서 다행입니다."

21일 경남 산청군 산청읍 병정마을에서 만난 현대환 씨(28)는 산사태로부터 94세 친할머니를 구하던 상황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부모님과 누나가 모두 집밖을 나가 집에는 현 씨와 할머니밖에 없던 상황, 순간적으로 '쿠르릉'하는 소리와 함께 토사와 바위, 자갈 등이 현 씨의 집을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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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우에 무너진 집 들어가 할머니 구한 손자 현대환 씨가 할머니를 구한 곳에서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산청=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나이 드신 할머니가 바위 위에 앉아 비를 맞으면서 떨고 있는 모습에 너무 황망했죠. 더 큰 피해가 없어서 다행입니다.”

21일 경남 산청군 산청읍 병정마을에서 만난 현대환 씨(28)는 산사태로부터 94세 친할머니를 구하던 상황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병정마을 토박이인 현 씨는 폭우가 쏟아지던 19일 아침 산사태로 집 밖에 떠밀려나온 할머니를 구조해 119로 인계했다.

당시 집 2층에 있던 현 씨는 오전 9시 20분 경 비가 너무 많이 와 집 근처 상황을 파악하려 집 앞 내리막길로 나왔다. 부모님과 누나가 모두 집밖을 나가 집에는 현 씨와 할머니밖에 없던 상황, 순간적으로 ‘쿠르릉’하는 소리와 함께 토사와 바위, 자갈 등이 현 씨의 집을 덮쳤다. 현 씨 역시도 하반신이 순식간에 밀려온 토사에 빠져 버렸다.

뻘밭에서 빠져나온 현 씨의 눈에 보인 것은 바위 위에 앉아있던 할머니의 모습이었다. 비탈길에 위치한 현 씨의 집은 아래로부터 차고, 2층집이 있었는데, 1층에 있던 할머니가 산사태를 맞으며 침대와 함께 차고로까지 굴러떨어진 것.

“(할머니가) 온 몸에 진흙은 덮어쓴데다 머리에는 자갈을 맞아서 피를 흘리고 있었죠. 노인분이 추위에 몸을 떨고 있는 모습이…” 상황을 돌이켜보던 현 씨는 감정이 북받친 듯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현 씨는 곧바로 119에 신고를 했지만 폭우로 도로 곳곳이 끊겨 최소 20~30분이 걸린다는 답변을 들었다. 50m 거리의 마을회관 평상으로 할머니를 옮겨 씻기고 있는 사이 다른 사람이 부른 119 구급차가 마을 입구에 도착한 것을 발견했다. 현 씨는 곧바로 할머니를 업고 700m 거리의 빗속을 뛰어 119 구조대에 할머니를 인계했다.

현 씨의 빠른 조치 덕분에 할머니는 인근 진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찰과상과 갈비뼈 골절 2개를 제외하곤 건강에 큰 이상은 없었다. 현 씨는 “(빗속에) 더 오래 있었다가는 할머니가 저체온증이 올 수도 있던 상황이었습니다”고 말했다.

다만 할머니를 구했음에도 상황이 낙관적이진 않다. 수마가 집을 쓸어간데다 현 씨의 가업이던 벼농사도 이번 산사태로 큰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현 씨의 고향 병정마을도 여전히 일부 지역에는 전기와 수도가 들어오고 있지 않다.

현 씨는 현재의 심경을 묻는 질문에 “착잡하다”고 답했다. 이후 잠시 숨을 고른 뒤 말을 이었다. “그래도 어떻게 하겠습니까. 어떻게든 살아가야지요”.

산청=정서영 기자 ce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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