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 외교장관 "과거 국내정치에 외교 이용돼…국익중심 실용외교할 것"

조성준 기자, 김인한 기자 2025. 7. 21.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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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전직 대통령 민주주의 전복 시도…지시 따를 수밖에 없던 직원, 미안하고 안쓰러워"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조현 외교부 장관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5.07.21.

조현 외교부 장관이 국내 정치에 종속된 외교를 벗어나 실용과 국익 중심의 외교를 펼치겠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를 '민주주의의 전복'으로 규정하며 비판했고, '바이든 날리면' 언급과 관련해서도 사과했다. 조 장관은 한미 양국이 관세협상을 통해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통해 한미동맹을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조 장관은 21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지난 몇 년간 외교 사안이 국내 정치에 이용됐고 실용과 국익이 주도해야 할 외교 영역에 이분법적 접근도 많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대전환을 겪고 있는 국제적 질서 속에서 우리 외교 안보 환경이 더욱 엉뚱해지는 시기에 외교부 장관직을 맡게 되어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우리는 국익을 중심에 두고 합리성 증도와 효율을 바탕으로 전략적이고 실용적인 외교를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외교부가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데 외교부를 대표해 국민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공식으로 사과했다.

조 장관은 외교부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이른바 '바이든 날리면' 발언을 보도한 MBC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을 두고도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며 "외교부를 대표해 MBC에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윤 전 대통령을 향해 "급기야는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주최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전직 대통령이 민주주의의 전복을 시도하기까지 했다"고 비판했다.

다만 "불가피하게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었던 직원들에게는 미안하고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라며 "외교적 뒷수습을 하느라 애썼다"고 했다. 그러면서 "과거의 잘못으로부터 교훈을 찾되 앞으로 지난 정부 탓을 하지 않겠다"라며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조직 문화와 업무 관행을 확실히 바꿔 나가겠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외교 현안에 대해선 한반도 평화 정착을 강조하며 "한·미 간 긴밀한 공조 하에 한반도에서 긴장을 완화하고 북한과 대화의 길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주요 주변국과의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는 한편 외교 다변화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며 "심화하는 미·중 전략 경쟁 속에서 우리 안보와 평화 번영을 위한 전략적 지평 확대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 장관은 주어진 외교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조직 문화 개선을 약속했다. 그는 "직급이나 직위와 무관하게 본인의 의견을 자유롭게 개진할 수 있도록 개방적이고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장려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조 장관은 △격식보다는 실질적인 내용을 우선해 꼭 필요하지 않은 문서 절차, 격식을 줄일 것 △상사의 입장이나 지시를 무조건 따르지 말고 독립적인 사고의 주체로서 자신의 의견을 적극 밝힐 것 △과학적 지식을 가까이하고 자기의 이성적 판단을 이룰 것 등을 제시했다.

조 장관은 취임식에 앞서 이날 오전 출근길에서 취재진을 만나 "관세협상 등을 흔히들 제로섬(zero-sum)으로만 생각한다. 그러나 협상 경험을 비춰보면 논제로섬(non zero-sum), 윈윈의 (성과가) 나온다"고 말했다. 제로섬이란 한쪽이 이익을 보면 다른 한쪽이 손해를 보는 구조를 말한다.

이어 "한미동맹을 크게 봐야 한다"며 "미래 한미동맹을 발전시켜 나가야 할 외교부가 거시적 시각으로 (관세·안보) '패키지 딜'(일괄 거래) 등을 살펴보고 의견을 제시하고 미국 측과 함께 윈윈의 방안을 찾아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장관은 외교부 장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밝힌 방미 일정에 대해선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면서도 "미국 측과 종합적으로 가장 적절한 시기를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 한일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는 일본 사회를 이해하면서 긴 호흡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며 한일관계를 미래지향적 관계로 발전시키는데 과거사가 걸림돌이 되지 않게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외교부 청사에선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의 이임식도 열렸다. 이 자리에서 조태열 전 장관은 "운명처럼 다가온 위기의 순간과 국무위원으로서 감내한 무거운 짐은 피할 수 없는 숙명임을 깨달으며 고군분투한 고통과 인내의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비상계엄 당시의 회한을 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어 "상상조차 못 할 일로 중도에 하차한 미완의 정부 외교부 장관으로서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해 아쉽다"며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의 비상시국, 정상외교가 작동할 수 없는 상황에서 외교 수장으로서 우리 외교를 책임지며 이끌어야 했던 시기였다"고 덧붙였다.

조성준 기자 develop6@mt.co.kr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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