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트렌드] 李대통령 공약 ‘전작권 전환’, 이번엔 가능할까?
논의·평가 이어졌지만 아직 숙제
현정부 5년내 전환 전제하더라도
종료까지 대응력 갖출지 미지수
“협상 카드로 쓰여선 안돼” 반발
방위비 30조원까지 급증 우려도

이재명 정부 초입부터 정치권이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이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군으로부터 전작권을 ‘환수’해야 한다고 주장해온 더불어민주당 계열 네번째 정부가 출범한 영향이다. 동시에 동맹·우방국에 특히 거래적 접근을 취하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 2기가 한국에 거액의 방위비 추가 지불을 압박하는 상황이 맞물려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1대 대선에서 ‘굳건한 한미 동맹 기반 위에 전시작전권 환수 추진’이란 내용을 공약집에 담았다. 지난달 하순엔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가 전작권 전환을 국방개혁 최우선 과제로 선정, 이재명 정부 임기(5년) 내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가 야권으로부터 비판을 샀다. 이후 ‘시점을 특정하지 않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전작권 전환은 한·미 양국에서 20년 이상 논의돼왔으며, 단순한 지휘권 이동 문제를 넘어 동맹·안보 전반을 변화시킬 수 있단 점에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단 지적이 나온다.

◇전작권 논의 어디까지 왔나= 전작권은 전시(戰時)에 군 작전을 통제할 권한을 뜻한다. 평시에 대한민국은 국군을 스스로 지휘하지만, 전쟁이 발발한 경우 한미연합군사령관·유엔군사령관을 겸임하는 주한미군사령관이 전체 작전을 통제하는 구조로 돼 있다. 군사 측면의 자주권을 즉시 되찾자는 주장과, 연합사 해체·전쟁억제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단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1950년 7월14일 한국군 지휘권을 더글라스 맥아더 극동사령관 겸 유엔군사령관에 위임했다. 그해 9월 인천상륙작전을 비롯해 맥아더 사령관이 6·25 전쟁기 작전을 지휘했다. 이때부터 유엔군사령관이 한국의 전시작전통제권을 가졌다. 유엔군사령관은 주한미군사령관을 겸임했다.
6·25 전쟁기 한국군은 지휘계통에 개입할 여지가 없었기 때문에 미군이 전적으로 전작권을 행사했다. 이후 1979년 창설된 한미연합사가 전작권을 행사하게 됐는데, 이때부터 한국군이 지휘계통에 개입할 수 있게 됐다. 1987년 대선에서 노태우 후보가 반미운동 확산으로 작전통제권 환수 문제가 대두되자 ‘민족자존’을 목표로 작통권 회수를 공약했다.
노태우 정부는 작통권 환수를 본격 추진하면서 1990년 한미 국방장관 회담, 1991년 한미 군사위원회(MC) 회의에서 이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평시 작통권은 1993년부터 2년 안에 전환, 전시 작통권(전작권)은 1996년 이후 환수하는 방안이 협의됐다. 1993년 제1차 북핵 위기(북한의 NPT 탈퇴) 속 논의가 잠시 지연됐다가, 1994년 12월 평시 작통권만 한국에 귀속됐다.
2003년 출범한 노무현 정부가 무기한 연기 상태였던 전작권 환수 논의를 재점화했고, 2005년 10월 37차 한·미 안보협의회의(SCM)에서 양국 국방장관이 협의를 ‘가속화’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뒤이은 2006년 9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전작권 전환 기본원칙과 이행지침 등이 합의됐다. 2007년 2월 한·미 국방장관은 ‘2012년 4월17일 전작권 전환’하기로 합의했다.
그해 6월 ‘전략적 전환계획’(STP)도 수립했다. 당시 한미연합사 해체, 병렬형 지휘구조 구축(한국 합참 주도·주한미군사 지원)이 논의됐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2010년 6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군사적 위협 증가 등으로 전작권 전환 시기를 2015년 12월 1일로 연기했다. 이후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10월 시기가 아닌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 기조가 잡혔다.
◇각종 변수에 커지는 불확실성= 전작권 협의 과정에서 가장 큰 영향을 준 변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 꼽힌다. 박근혜 정부 시기인 2013년 10월 한·미 국방장관은 45차 한미 SCM에서 ‘전작권 전환이 체계적으로 이행돼 연합방위태세를 강력하고 빈틈없이 유지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2014년 4월 한미 정상은 전작권 전환시기와 조건을 재검토하기로 하고, 2015년 10월 양국 국방장관은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계획’(COTP)에 합의했다. COTP에 따른 전작권 전환의 3가지 조건은 △연합방위 주도를 위해 필요한 군사적 능력 △동맹의 포괄적인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능력 △안정적인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 환경 등이다.
이후 문재인 정부에선 전환 협의를 가속화하는 노력이 이뤄졌다. 2017년 6월 한·미 정상 간 동맹 차원의 협력을 지속키로 했고, 9월 국군의날 기념행사에서 대통령이 전작권 조기 환수 입장을 밝혔다. 2018년 10월 한미 국방장관은 COTP 수정안과 ‘전작권 전환 이후 연합방위지침’ 그리고 한국군 4성 장군을 미래연합군사령관에 임명하는 ‘미래지휘구조 기본안’에 합의했다. 연합방위 주도 능력은 ‘을지 자유의 방패’(UFS) 등 전구(戰區)급 한·미 연합훈련을 통해 검증 중이다. △최초작전운용능력(IOC) 검증 △완전운용능력(FOC) 검증 △완전임무수행능력(FMC) 검증 등 3단계를 거치게 돼 있다. 윤석열 정부 초기인 2022년 8월 UFS에선 처음으로 한국군 대장(연합사 부사령관)이 훈련을 총지휘했고, FOC 검증을 통과한 상태다.
다만 이재명 정부 5년내 전환을 전제하더라도 2030년까지 한국군이 감시·정찰, 미사일 방어, 타격 능력 등 연합방위체계를 주도하고 북핵·미사일 대응 능력을 갖출지는 분명치 않다. 또 다른 조건인 ‘한반도 및 역내 안보 환경’의 불확실성을 비롯해 실질적 요건은 ‘수백가지’란 말도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 위협 대비 중심 국방전략 전환도 변수로 떠오른다.

◇李정부 ‘5년내 추진’ 놓고도 엇박자= 이재명 정부는 최근 임기 내 한미 전작권 전환을 두고 엇박자를 노출하고 있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15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전작권 전환 시기 관련 “이재명 정부 이내에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안 후보자의 발언에 “후보자로서의 개인 의견”이라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안 후보자의 전작권 전환 5년 발언에 관해 “‘5년 안이다’와 같이 시간 내지는 시한을 정하는 건 전혀 대통령실 내에서 있는 시간이나 숫자는 아니다”고 말했다. “전작권 환수는 저희 정부가 갑자기 꺼낸 문제가 아니라 어떤 정부에서나 당면한 문제로 고민했던 사안”이라며 방향성을 확인하되 시한과는 선 그은 것이다.
전작권 전환은 2006년 한·미 간 합의 뒤 역대 정부에서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과제이자 이 대통령의 핵심 공약 중 하나로 꼽히지만 야당은 조기 전환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에선 11일 “전작권 환수는 우리 군의 능력이 충분하고 한미 동맹이 견고할 때 내세울 수 있는 카드”라고 지적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도 “전작권 전환을 관세 협상 카드로 쓰면 안 된다”며 “북한의 오판을 막기 위해서는 미국의 전략자산인 핵잠수함과 전략폭격기 등이 연동된 한미연합 지휘체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권에선 이재명 정부에 주한미군 철수 용인, 현역 군인 복무연장, 국방비 대폭 증액 여부 등을 국민 여론에 묻고 추진하란 비판이 잇따랐다.
◇비용·역량 놓고 잇단 신중론= 이재명 정부는 전작권 전환 추진 의지를 곳곳에서 확인하고 있다.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출신의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은 국정기획위 외교안보분과장을 맡고 있다. 그는 “전작권을 다른 나라에 맡기는 건 주권 포기”라고 주장해왔으며 지난 대선 기간에도 “민주당이 승리하면 곧바로 전작권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반면 신중론도 제기된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방미 이후인 13일 복수의 언론에 “이재명 정부에서 전작권 협의를 새로 시작한 것은 없다”며 “전작권 이슈는 대미 관세·안보 협상의 카드도 아니다”고 밝혔다. 전작권 실무협의 개시설을 부인한 그는 “정부는 전작권 문제를 함부로 하지 않는다”며 “협상 카드도 아니고 이런 걸 카드로 써서도 안 된다”고도 했다.
야권에선 조급한 전작권 전환이 주한미군 감축·철수로 직결될 수밖에 없단 우려를 집중 제기한 터다. 미 의회에서도 상원 군사위가 이달 통과시킨 2026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NDAA)에 주한미군 병력 ‘감축’, 또는 연합사 전작권을 미국에서 한국으로 ‘전환’하는 데에 예산을 배정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됐다. 트럼프 행정부에 사전 제동을 건 모양새다.
방위비 급증 우려도 있다. 임철균 한국전략문제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17일 국민의힘 소속 국방위원들이 공동으로 주최한 ‘새정부 국방정책 점검을 위한 릴레이 토론회’에서 현재 국군은 미래 연합작전을 주도하기에 다방면에서 역량이 부족한 상태이며 이를 극복하는 데 최소 약 35조원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61조원에 이르는 현재 국방 예산의 절반을 넘는다.
임 연구위원은 구체적으로 전술지휘통제자동화체계(C4I), 정찰·감시(ISR), 신호정보(SIGINT), 전략타격, 미사일방어(KAMD) 등에서 대부분 역량에 미치지 못한다고 진단했다.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지낸 임호영 한미동맹재단 회장은 “전작권 전환은 틀린 말이다. 전시에는 전작권을 단일화할 수밖에 없다”며 “미군과 국군 중 작전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미군이 전작권을 맡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선영·한기호·권준영·윤상호 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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