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확보냐, 코스피 5000이냐…딜레마 빠진 이재명 정부

허인회 기자 2025. 7. 21.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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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주주 양도세 기준, ‘50억원→10억원’ 강화 추진
금투세 폐지로 세수 확보 절실…“증시 호황에 찬물” 비판도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21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04포인트(0.10%) 오른 3191.11로 출발했다. ⓒ연합뉴스

정부가 주식시장에서 대주주의 양도소득세 기준을 종전 수준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과거 윤석열 정부 시절 단행한 감세 정책을 재검토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이 '코스피 5000 달성'을 공약으로 내건 상황에서 자본시장 과세를 강화하는 것은 자칫 증시 호황 흐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비롯한 증시 활성화 정책 효과를 반감할 것이란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21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상장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주주 기준을 다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2023년 대주주 양도세가 부과되는 기준을 종목당 보유액 10억원에서 50억원으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 첫 세제 개편에서 양도세 부과 대주주 기준을 종전 기준인 10억원으로 되돌리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현행 소득세법 시행령에 따르면, 연말 기준 투자자가 주식을 종목당 50억원 이상 보유하고 있거나 특정 종목 지분율이 일정 수준(코스피 1%, 코스닥 2%, 코넥스 4%)을 넘으면 대주주로 보고, 양도차익의 20~25%를 과세한다.

통상 고액 자산가들은 매년 연말이 다가오면 세금 회피를 위해 주식을 대거 매도하는 일을 반복했다. 연말 직전 매물이 쏟아지면서 주가가 하락해 개미투자자까지 손실을 보는 등 시장 변동성이 커진다는 불만 제기에 윤석열 정부가 대주주 기준을 완화한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소수의 고액 자산가들만 감세 혜택을 누렸다는 것이 이재명 정부의 판단이다.

지난 4월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국세청의 '상장주식 양도세 현황'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상장주식 양도세를 신고한 대주주는 총 3272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주식 개인투자자(1403만 명)의 0.02%에 불과한 수준이다. 3272명 대주주는 지난해 3조7436억원에 취득한 주식을 13조2647억원에 매도했다. 수수료와 거래세 등 필요 경비를 제외하면 주식 매도로 9조4678억원의 양도차익을 남겼다는 게 안 의원의 주장이다. 양도차익을 대주주 숫자로 나누면 1인당 약 29억원의 수익을 얻은 셈이다.

이에 대해 안 의원은 "상장주식 양도세를 내는 대주주는 전체 주식투자자의 0.02%에 불과하다"며 "한 해 30억원 상당의 주식 양도차익에 감세 혜택을 줘 공평 과세가 후퇴하고 막대한 세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도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이날 KBS 라디오에서 대주주 기준 원상복구에 관한 질문에 "그 문제도 같이 논의돼야 한다"며 "법인세 원상복구만으로는 세수 부족을 메꿀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대 목소리도 있다. 지난 14일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는 "정부가 최근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요건을 현행 50억원에서 10억원으로 하향 검토 중"이라며 "실제 추진된다면 이제 막 치고 올라가는 장세에 얼음물을 끼얹는 행위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과거 대주주 요건이 10억원이던 시절 연말마다 대주주 회피 매물이 시장에 쏟아지며 지수 상승을 가로막았다"며 "대주주 요건 하향은 증시 침체 및 연말 세금 회피 매도를 불러와 오히려 거래세 등 세수 감소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즉각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6월11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주식시장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서 참석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수 공백 고육지책…증시 영향에 촉각

정부는 증권거래세 인상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당초 정부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을 전제로 증권거래세율을 꾸준히 낮춰왔다. 그러나 개미 투자자들의 반발로 지난해 12월 금투세는 폐지됐다. 정부는 금투세가 폐지되면서 기존 세율로 환원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올해 코스피 시장의 경우 거래세 본세율이 0%로 사실상 폐지됐고, 농어촌특별세 0.15%만 별도로 부과되고 있다. 코스닥 및 비상장 주식시장 등은 0.15% 수준의 세율이 적용되고 있다.

정부가 양도세 대주주 기준과 증권거래세 등을 손질하려는 이유는 세수를 확보하는 차원이다. 올해부터 부과하려던 금투세는 폐지됐고, 증권거래세 인하로 조단위 세수가 줄어든 상황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증권거래세 인하로 2021~2023년 4조1000억원의 세수가 감소했다. 금투세 폐지로는 연평균 1조4505억원의 세수 공백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지난 17일 인사청문회에서 증권거래세 완화 등으로 인한 감세 결과에 대해 "과세 기반이 너무나 약화된 게 사실"이라며 "응능 부담(납세자의 부담 능력에 맞는 과세)이나 비과세 감면, 탈루 등을 먼저 정리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주식시장에서 과세 기준을 강화하는 쪽으로 세제 개편이 검토되면서 증시를 부양하겠다는 현 정부의 기조와 반대되는 정책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증권거래세 인상의 경우 거래 빈도가 높은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 입장에선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칫 이들 자금 유입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세수 부족과 관련해 한투연 측은 "종목당 지분 25% 이상을 보유해야만 과세하는 현행 외국인 주식양도소득세를 5% 이상으로 개정하는 법안을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외국인을 우대하고 자국민을 차별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모든 투자 주체에 대해 공평과세가 되는 거래세를 현행 0.15%에서 소폭 인상할 것을 주문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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