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임승차 농심, 마케팅 나선 삼성…관심 폭발한 K-굿즈[케이팝 데몬 헌터스 열풍④]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한 K-제품
기생충 이어 이번에도 수혜 입은 농심
삼양식품·롯데웰푸드·SPC 제품도 등장

[커버스토리 : K팝 데몬 헌터스 열풍]
‘Korean Exfoliating Mitt’(한국식 각질 제거 글러브)로 불리는 이태리타월은 누군가의 단순한 호기심으로 해외 인기를 얻게 된 제품이다. 2010년대 초반 한 대학생이 한국 목욕탕에서 흔히 보는 때밀이수건을 아마존에 올렸다. 가격은 개당 10달러꼴. 때밀이수건은 당시 해외에서는 접하기 힘든 제품이었다. 호기심에 사는 몇 명으로 그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몸이 부드러워진다’는 입소문이 나기 시작하며 대박이 났다. 호기심으로 시작한 판매로 이 대학생은 수천만원을 벌었다.
현재도 때밀이수건은 아마존의 인기 제품이다. 개당 약 3달러에 올라온 제품은 3만 개에 가까운 리뷰가 달려 있다. 이 때밀이수건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목욕탕 장면에 다시 등장했다.
때밀이수건처럼 우연한 계기로 인기를 얻는 제품은 많지 않다. 대부분의 K-굿즈 흥행 배경에는 ‘콘텐츠’가 있다. 불닭볶음면은 BTS 멤버들이 인터뷰에서 언급하면서 관심을 얻기 시작했고 짜파게티와 너구리라면을 섞은 짜파구리가 유행한 것은 오스카 4관왕을 거머쥔 ‘기생충’이 나온 뒤다. 달고나와 초코파이는 ‘오징어 게임’이 폭발적인 관심을 끌며 해외에도 소개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케데헌이 그 역할을 했다. 아마존에서는 한국 명칭 그대로 GAT(갓)을 팔고 있으며 DURUMAGI(두루마기), NORIGAE(노리개) 등도 새로운 K-굿즈로 떠오르고 있다. 이외에도 농심 신라면과 새우깡, SPC삼립의 꿀호떡, 아트박스 편지지 등이 모두 신상 K-굿즈가 됐다.
◆ KOREAN GAT·HANBOK·NORIGAE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사이트 아마존에서 ‘KOREAN GAT’(한국 갓)을 검색하면 3개의 상품이 나온다. 한국 전통 모자로 왕조시대에 사용했던 물품이라고 적혀 있다. 또 판매자는 ‘한국 넷플릭스 드라마에 나온 제품’이라며 핼러윈 코스튬으로도 제격이라고 부연하고 있다.
한국 전통의상에 대한 관심은 갓뿐만이 아니다. 한복도 마찬가지다. 특히 수혜를 받은 브랜드가 있다. 한복을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패션 브랜드 ‘리슬’이다. 케데헌의 아트 디렉터로 참여한 셀린 김이 리슬의 한복을 참고했다고 직접 언급하면서 관심이 높아졌다. 사자보이즈의 진우가 착용한 한복 외투가 리슬의 소창의를 참고한 디자인이다. 소창의는 저고리보다 길이가 길고 도포나 창의, 중치막과 같은 통상예복에 비해 짧고 품과 소매가 좁은 게 특징이다. 황이슬 리슬 대표는 “너무 영광스러운 일이 일어났다”며 “정말 행복하다”는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헌트릭스가 하의에 차고 나온 노리개도 K-굿즈로 올라섰다. 틱톡에서 ‘케이팝 데몬 헌터스 액세서리 설명(Kpop Demon Hunters Accessories Explained)’이라는 주제로 노리개를 설명하는 게시글은 140만 뷰 이상의 조회수를 얻었다. 이 영상은 1분가량으로 외국인들에게 노리개가 어떤 의미인지 설명하는 내용이다. 영상을 시청한 대부분은 “당장 팔아달라”, “제품이 나올 때마다 사겠다” 등의 댓글을 달고 있다.
노리개에 대한 관심이 커지자 키즈&패밀리 중심의 ‘넷플릭스 패밀리’ 유튜브 채널은 6월 26일 직접 만들 수 있는 ‘노리개 DIY 영상’을 올렸다. 이 영상은 아동용 채널에 올렸음에도 2주 만에 조회수 25만 회를 돌파했다.
◆ 또 거저 먹는 농심, SPC·국중박 기념품 불티
F&B(식음료) 기업도 수혜를 받고 있다. 2019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 개봉 이후 해외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비슷한 내용의 질문이 올라왔다. ‘What is PARASITE Noodle dish(기생충에 나오는 국수는 무엇인가요)’라는 제목이었다.
가정부 충숙이 사모님 연교에게 검은색 라면을 만들어주는 장면으로 한국에서는 익숙한 짜파구리다. 농심의 짜파게티와 너구리라면을 섞어 만든 것으로 2010년대 중반 2030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얻은 맛조합이다. 당시 농심은 기생충의 대표적인 수혜 기업이었다.
이번에도 가만히 있던 농심이 수혜자가 됐다. 케데헌에는 식품 회사 ‘동심’에서 판매하는 ‘신(神)라면’이 등장하는데 누가 봐도 농심의 신(辛)라면을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다. 멤버들은 이 제품을 ‘라멘(Ramen)’이 아닌 ‘라면(Ramyeon)’이라고 표현하고 ‘물을 붓고 3분을 기다려야 한다’는 말도 덧붙인다.
신라면이 끝이 아니다. 새우깡(또는 감자깡)도 나온다. 헌트릭스 멤버 조이가 과자를 먹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제품이 새우깡 또는 감자깡과 흡사하다.
해외에서 불닭볶음면으로 유명한 삼양식품도 빠지지 않았다. 사자보이즈가 주간아이돌을 연상케 하는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 ‘매운맛 챌린지’를 하는 장면이다. 여기에 사용된 제품은 삼양식품이 2018년 불닭볶음면의 액상스프를 별도 용기로 선보인 불닭소스다.
롯데웰푸드에서는 ‘빼빼로’가 나왔다. 헌트릭스 멤버들이 작업실에 모여 노래를 연습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테이블 중간에 빼빼로 특유의 빨간 직사각 케이스가 나온다.
SPC삼립의 삼립호떡은 김밥, 어묵꼬치 등과 함께 등장했다. 삼립호떡은 길거리음식인 호떡을 가정에서도 먹을 수 있게 만든 제품으로 편의점이나 대형마트에서 판매한다. 해외에서는 팬케이크와 비슷한 간식으로 분류돼 ‘한국식 팬케이크’라는 별칭이 있다.
수혜를 입은 정부기관도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소속의 국립중앙박물관(국중박)이다. 국립박물관 상품 ‘뮷즈’(뮤지엄과 굿즈를 합친 말) 가운데 케데헌에 등장한 제품들이 있기 때문이다. 개봉 초반 넷플릭스의 공식 굿즈가 없었던 탓에 대부분의 수요는 국중박으로 몰렸다. 특히 까치, 호랑이 굿즈는 오랜 기간 국중박의 판매 1위 제품이었던 반가사유상을 제치고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이외에도 갓 책갈피, 갓 키링, 갓끈 볼펜, 손거울 나전 호랑이 등이 인기를 얻고 있으며 일부 제품은 재고가 없어 일시품절된 상태다.
◆ 이니스프리·아트박스는 ‘케데헌 인증 장소’로
케데헌 팬이라면 들러야 할 한국 방문지로도 관심을 얻는 브랜드가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이니스프리와 문구·팬시 전문점 아트박스다.
이니스프리는 사자보이즈가 명동 거리에서 ‘소다팝’ 거리 공연을 할 때 등장한다. 공연 뒤편으로 ‘Viridean’이라고 써진 매장이 나온다. 초록색을 의미하는 라틴어 ‘비리디스(viridis)’의 파생어 비리디언(viridian)을 기반으로 만든 브랜드명으로 추정된다. 매장 외관 전체는 초록색 식물로 뒤덮여 있다. 이는 자연주의를 콘셉트로 하는 과거 이니스프리 매장과 동일하다. 이니스프리는 편안하고 안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매장 간판에 살아 있는 식물을 키웠다.
다만 아쉽게도 이때의 디자인은 사라졌다. 이니스프리는 대대적인 리뉴얼을 거치면서 로고, 대표 컬러, 매장 인테리어를 모두 변경했다. 이전의 자연주의 콘셉트는 사라졌고 단순한 초록색 디자인을 사용하고 있다.
진우가 데리고 다니는 호랑이 더피는 입안의 편지지를 통해 루미와의 소통을 돕는다. 입을 열어 혀 위에 올려둔 단순한 캐릭터 디자인의 편지가 나오는데 아트박스에서 비슷한 디자인의 편지지를 판매하고 있다. 실제 아트박스는 ‘캐릭터 디자인 편지지’로 1020세대 사이에서 유명하다. 주로 개구리, 병아리 등 동물 이미지를 활용한다.
아트박스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공식 온라인 홈페이지 메인에 ‘편지 배달 왔어요’라는 제목으로 캐릭터 편지지 모음집을 선보이고 있다.
이외에도 수혜를 받을 기업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스튜디오미르가 대표적이다. 스튜디오미르는 2010년 설립돼 글로벌 OTT 회사 및 케이블 채널에 콘텐츠를 납품하고 있다. 스튜디오미르 주가는 올해 초 2650원에 불과했지만 케데헌 공개 이후 4400원을 돌파했다. 스튜디오미르는 케데헌 흥행으로 또 다른 콘텐츠를 수주할 가능성이 커졌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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