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증 미쳤다"…케데헌 속 완벽한 K-이스터에그 모아보니[케이팝 데몬 헌터스 열풍⑤]
노리개·당산나무·작호도, '액운' 막는 의미
주차금지구역 주차, 소파 등받이 모습까지
[커버스토리 : K팝 데몬 헌터스 열풍]

전 세계가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에 빠졌다. BTS 정국은 케데헌을 보며 눈물을 흘렸고 차은우·라이즈·보이넥스트도어·플레이브 등 유명 아이돌들이 선보이는 소다팝 댄스 챌린지는 인기를 식지 않게 하고 있다.
‘N차 관람’(시청한 콘텐츠를 여러 번 재시청하는 방식)은 기본이며 애니메이션 속 K-디테일을 찾아내는 것은 새로운 재미가 됐다. 1930년대 등장한 한국 최초의 걸그룹부터 골목길 주차금지구역 위에 주차된 차들까지 알고 보면 더 재밌는 한국적 요소들이 케데헌 곳곳에 숨어 있다. 이 같은 디테일을 케데헌의 또 다른 성공요인으로 꼽는 평론가들도 있다.
1. K팝에 표하는 존경
케데헌에는 두 팀의 K팝 아이돌이 등장한다. 루미, 미라, 조이 등 여성 3명으로 구성된 헌트릭스와 진우, 애비, 베이비, 미스터리, 로맨스 등 5명의 남성이 모인 사자보이즈다.
그중에서도 헌트릭스는 K팝 아이돌이자 퇴마사다. 헌트릭스가 걸어온 길을 설명하며 선대 퇴마사를 설명하는 장면이 나온다. 세대가 바뀔 때마다 3명의 새로운 헌터가 선정되며 이들은 악령과 귀마를 몰아낼 장벽 ‘혼문’을 만든다.
이때 다양한 3인조 여성 가수들의 모습이 나온다. 초반 영상은 저고리시스터즈와 김시스터즈를 오마주(예술적 방식으로 존경을 표현하는 행위)한 것으로 보인다. 저고리시스터즈는 조선악극단 여성단원을 중심으로 1935년 결성된 한국 최초의 걸그룹이다. 무대 의상으로 저고리를 입고 등장해 ‘저고리시스터즈’로 불렸다.
저고리시스터즈의 리더 역할을 한 가수 이난영의 두 딸과 그의 조카로 구성된 그룹이 1953년 데뷔해 미국에 진출한 ‘김시스터즈’다. 김시스터즈는 1959년 미국에 진출해 1973년까지 14년간 가수 활동을 했다. 매주 일요일 밤 진행된 유명 프로그램 ‘에드 설리반 쇼’에 22회나 출연할 만큼 높은 인기를 얻었다.
케데헌에서 푸른색 무대의상을 입고 청순 이미지를 내세운 장면은 연예기획사 SM 최초의 걸그룹 SES를 연상케 한다. 작품의 아트디렉터로 참여한 셀린 김은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이를 인정했다.

2. 트로트 가수 ‘이박사’가?
뜬금없는 장면도 있다. 헌트릭스 매니저 바비의 전화 벨소리다. 헌트릭스 멤버들이 바비로부터 전화를 받는 장면에서 ‘돌려 돌려’라는 남성의 목소리가 들리는 벨소리가 울린다. 2000년대 초반 신드롬급 인기를 얻었던 트로트 가수 이박사가 부른 ‘신라의 달밤’이 바로 그 노래다.
3. 21세기 K팝 아이돌 집합체
이외에도 헌트릭스와 사자보이즈는 다양한 K팝 아이돌 모습에서 영감을 받았다. 헌트릭스는 블랙핑크, 트와이스 등을 종합해 만들었고 주인공 루미는 블랙핑크 제니를 참고로 했다.
사자보이즈는 BTS·빅뱅·스키즈 등을 참고해 안무와 무대의상을 그려냈다. 사자보이즈의 진우는 배우 차은우와 남주혁을 섞어 탄생시킨 인물이기도 하다.
또한 K팝의 시초로 불리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와 듀스의 ‘나를 돌아봐’를 중간에 그대로 삽입해 K팝 계보에 대한 정리를 하는 노력도 잊지 않았다.
4. 경복궁 근정전과 일월오봉도
한국 고유의 문화유산도 등장한다. 우선 경복궁 근정전의 모습이다. 루미가 초록색 한복을 입고 커다란 의자에 앉아 있는데 이는 근정전 중앙에 있는 어좌로 보인다. 어좌 뒤로는 ‘임금이 있는 곳’을 상징하는 병풍 ‘일월오봉도’를 그려 넣었다. 해와 달, 5개의 봉우리, 소나무, 폭포, 파도 등이 그려져 있다. 태양과 달은 임금의 덕을, 다섯 개의 봉우리는 백성이 사는 땅을 의미한다.
5. 노리개·당산나무·작호도
헌트릭스가 차고 나온 소품도 한국 고유의 것이다. 헌트릭스 멤버들이 치마, 바지 등에 키링처럼 달고 나오는 것은 ‘노리개’다. 조선시대 여성이 사용한 장신구이자 패물의 일종으로 액운을 막고 복을 기원하는 부적처럼 사용했다. 저고리 바로 아래 또는 한복 치마와 맞닿는 부분에 차고 다닌 것을 고증하기 위해 헌트릭스 멤버들도 하의에 매달았다.
수호신이 깃들어 있는 나무인 ‘당산나무’도 나온다. 나무에 묶인 오방색 천은 마을의 안녕과 번영을 기원하며 제사를 지내는 나무라는 것을 알려준다. 청·백·적·흑·황 등 5가지 색은 음양오행 사상에 기반해 만물을 의미한다.
진우와 함께하는 호랑이 ‘더피’와 ‘까치’는 작호도(까치호랑이)에서 가져왔다. 호랑이와 까치는 한국 민화 단골 소재다. 액운을 막아주는 벽사(辟邪, 귀신을 물리침), 좋은 소식을 가져다주는 길상(吉祥, 운수가 좋아짐)의 의미를 지니기 때문이다.
6. 낙산공원 성곽길과 북촌한옥마을
루미와 진우가 몰래 만난 장소는 서울 종로구에 있는 낙산공원 성곽길과 북촌한옥마을이다. 북촌한옥마을 장면에서는 남산서울타워도 배경으로 보여진다.
특히 서울을 배경으로 할 때 제작진이 중요하게 생각한 포인트는 ‘산’이다. 높은 건물들이 즐비해 있는 서울의 모습은 뉴욕, 일본과 다르지 않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곳곳에 보여지는 능선이다. 케데헌 제작진은 초록색 능선을 건물 사이사이 집어넣어 ‘서울’을 표현했다고 밝혔다.
7. 수저 까는 법과 ‘우리만 아는’ 힐링스폿
한국인들만 놀라는 포인트도 있다. 헌트릭스 멤버들이 식당에서 국밥을 먹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힘들 때 국밥을 먹는 한국적 스타일뿐 아니라 수저 아래에 깔린 ‘휴지’가 그것이다. 포크와 나이프를 냅킨에 감싸서 주는 서양, 수저받침을 함께 제공하는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은 별도의 받침이 제공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식당 이용자들은 위생을 위해 수저 아래에 휴지를 깐다. 한국만의 문화다.
미라가 밥을 먹는 모습도 ‘한국’스럽다. 미라는 멤버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한쪽 다리를 의자 위로 올린다. 또 다리 위로 팔을 얹고 있다. 이 자세는 한국인이 ‘편하게 있는 모습’이다.
피로를 풀기 위해 방문한 대중목욕탕은 한국인의 힐링스폿(치유와 휴식의 장소)으로 통한다. 대중목욕탕에서 악령들과 싸우던 헌트릭스는 “목욕탕 안 재미있고 편안한 곳이야”라고 외친다. 대중탕이 낯선 외국인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인 셈이다. 실제로 블랙핑크 제니가 지수와 친해지기 위해 만난 지 3일 만에 목욕탕을 같이 갔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다.
8. 코엑스 미디어아트와 정류장 홍보
아이돌 홍보 방식도 한국적이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의 대형 디지털 사이니지 ‘케이팝 스퀘어 미디어’ 장면이다. 헌트릭스의 ‘골든’ 뮤직비디오가 나온 장소이기도 하다. 수많은 K팝 아이돌들이 코엑스 전광판을 통해 신곡 홍보를 해왔기 때문에 외국 K팝 팬들 사이에서는 ‘인증샷 명소’로 알려졌다.
버스정류장 장면도 마찬가지다. ‘골든’ 음원 공개 이후 서울 곳곳에서 다양한 홍보 프로모션이 진행되는데 버스정류장 광고판도 활용한다.
9. 주차금지구역·소파 활용법
현실적 장면도 여럿 등장한다. 진우가 늦은 밤 골목길을 걷는 장면이다. 모든 가게들은 영업을 종료하고 셔터문을 내렸고 가로등 불빛은 거리 바닥을 비춘다. 여기서 보이는 글자가 노란색으로 쓰여진 ‘주차금지’다. 주차금지구역 위로 수많은 차들이 주차돼 있다. 이를 보고 외국에서는 ‘한국을 무시하는 장면’이라는 비판이 나왔으나 한국에서는 ‘완벽한 고증의 모습’이라는 호평이 나왔다.
비행기 장면도 전형적인 한국인의 모습이다. 헌트릭스 멤버들이 해외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전세기를 이용한다. 전세기 안에 배치된 소파와 소파테이블에서 밥을 먹는 장면이다. 주목할 것은 외국인들의 상식과 달리 소파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멤버들은 소파를 등받이삼아 바닥에서 밥을 먹는다. 이 장면은 한국인들 사이에서 ‘과몰입 포인트’로 꼽힌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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