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지 도둑질과 ‘내신 지옥’ [유레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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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민의 뇌리에 박힌 '시험지 도둑질'은 2018년 숙명여고 교사였던 아버지가 재학생인 쌍둥이 딸들에게 시험문제를 유출한 사건이었다.
'시험지 도둑질' 사건의 이면에는 과열경쟁을 부르는 고교 내신제도가 있다.
전 과목 총점과 석차에 따라 등급이 결정되는 상대평가 방식이었지만, 등급 간 점수 편차가 크지 않아 내신의 영향력은 미미했다.
이후로 내신과 수행평가 등을 반영한 학생부종합전형의 입시 비중이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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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민의 뇌리에 박힌 ‘시험지 도둑질’은 2018년 숙명여고 교사였던 아버지가 재학생인 쌍둥이 딸들에게 시험문제를 유출한 사건이었다. 정부가 상피제 도입과 시험지 관리 지침을 강화하는 대책을 여럿 내놨지만 유사 사건은 계속 이어졌다. 2022년 광주 대동고에선 학생들이 교사 노트북에 해킹 프로그램을 설치한 뒤 시험지와 답안지를 빼돌리기도 했다. 지난 4일에도 경북 안동의 한 여고에서 학부모와 전직 기간제 교사가 기말고사 시험지를 훔치려다 적발된 사건이 벌어졌다.
‘시험지 도둑질’ 사건의 이면에는 과열경쟁을 부르는 고교 내신제도가 있다. 상대평가 등급제인 내신제도는 고교 3년 내내 학생들을 점수로 줄세우기 한다. 내신 점수를 잘 받으려면 같은 교실 옆자리 친구와도 경쟁을 벌여야 한다. 일선 교육 현장에선 ‘내신 지옥’이란 말이 나온 지 오래다.
내신제도가 처음 나온 것은 1980년 ‘7·30 교육개혁’ 조처가 단행되면서다. 당시 정부는 ‘과열과외’ 해소 방안으로, 대입 본고사를 폐지하고 예비고사만 남기되, 내신 성적도 반영하기로 했다. 전 과목 총점과 석차에 따라 등급이 결정되는 상대평가 방식이었지만, 등급 간 점수 편차가 크지 않아 내신의 영향력은 미미했다. 그러다가 1995년 ‘5·31 교육개혁’을 통해 내신은 절대평가 방식으로 바뀌었다. ‘학생 서열화’에 대한 비판으로 절대평가가 나왔지만, 이번엔 쉬운 문항으로 점수를 높이는 ‘성적 부풀리기’ 문제가 제기되면서 입시에서 내신 반영이 높아지진 못했다.
현재의 내신 9등급제 상대평가는 2008학년도 입시부터 반영됐다. 과목별로 석차를 내서 등급을 매긴 뒤 과목별 이수단위를 반영해 내신평점을 산출한다. 이후로 내신과 수행평가 등을 반영한 학생부종합전형의 입시 비중이 높아졌다. 그런데 학교 시험을 너무 쉽게 내면 변별력에 문제가 생긴다는 이유로 까다로운 문항 출제가 많아졌다. 학생들은 내신 점수를 잘 받으려고 학원을 찾았다. ‘공교육 정상화’라는 취지가 무색해졌다.
올해 고1부터 전면 시행된 고교학점제와 절대평가 도입이 교실 내 경쟁을 덜어줄 것이란 기대가 컸지만, 2023년 윤석열 정부에서 틀어졌다. 전 학년 선택과목에도 상대평가(5등급)를 병행하도록 한 것이다.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선택하는 고교학점제에서 상대평가를 시행하면, 내신 점수를 따기 유리한 과목으로 쏠리는 문제를 피하기 어렵다. ‘내신 부풀리기’가 우려된다면 그에 따른 보완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 윤 정부가 외고·국제고·자사고를 그대로 존치하는 것으로 정책을 수정한 것도 유불리 논란을 키워 절대평가 도입을 어렵게 만들었다. 고교학점제 취지는 크게 훼손됐고 ‘내신 지옥’은 바뀌지 않았다.
황보연 논설위원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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