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전설’ 반열까지 US오픈 우승뿐, 정작 셰플러는 “그랜드슬램? 그런 목표 두고 훈련하지 않아”

18번홀 그린에 올라 챔피언 퍼트를 준비할 때부터 스코티 셰플러(미국)의 눈가는 붉게 물들어 있었다. 이윽고 마지막 퍼트를 마친 셰플러는 두 팔을 번쩍 치켜들어 세계 최고역사 골프대회를 제패한 기쁨을 만끽했다. 이어 돌배기 아들 베넷을 안고 그린으로 달려나온 아내와 포옹하며 역사의 순간을 함께 했다.
남자골프 세계 1위 셰플러는 21일 영국 북아일랜드 포트러시의 로열 포트러시GC(파71)에서 끝난 제153회 디 오픈(총상금 1700만 달러)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5개, 더블보기 1개로 3타를 줄이고 최종합계 17언더파 267타를 기록, 이날 5언더파를 친 해리스 잉글리시(13언더파 271타·미국)를 4타 차로 여유있게 제치고 우승했다.
지난 5월 PGA 챔피언십에 이어 올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에서 PGA투어 시즌 4승, 통산 17승을 이룬 셰플러는 2022·2024 마스터스 우승을 더해 4번째 메이저 타이틀을 챙겼다. US오픈만 제패하면 골프 역사상 6명만 달성한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이루게 된다.
나란히 시즌 4승에 도전한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와의 경쟁에서 앞서며 ‘올해의 선수’를 확실히 굳힌 셰플러는 순은제 트로피 클라레 저그와 상금 310만 달러를 거머쥐고 시즌 상금 1위(1920만 달러)를 굳혔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 이후 세계 1위로서 디 오픈 정상에 선 두 번째 선수가 됐고 우즈, 잭 니클라우스(미국), 게리 플레이어(남아공) 다음으로 30세 이전에 디 오픈과 마스터스, PGA 챔피언십을 제패한 선수가 됐다.

뉴욕타임스 디 어슬레틱은 “우즈, 니클라우스, 플레이어는 모두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선수들”이라며 “셰플러가 골프 레전드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전했다. 각종 매체에서 “이 시대 최고선수”, “뉴 타이거 우즈”라는 찬사가 잇따랐다.
셰플러는 우승 인터뷰에서 “다른 선수(매킬로이)가 가장 많은 응원을 받았는데 그런 분위기를 뒤집고 우승한 것도 재미있었다”며 “끝까지 긴장을 풀 수 없었던 메이저대회에서 마지막 퍼트를 넣고 가족을 보니 감정이 솟구쳐 올랐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우승은 물론 기쁘고 감사한 일”이라며 “대회전 인터뷰에서 ‘우승의 기쁨은 2분이면 끝난다’고 한 말은 ‘우승 자체가 인생의 깊은 갈망을 채우진 않는다’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자신이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와 비교되는데 대해선 “그는 메이저 15승을 했고 나는 겨우 4승, 4분의 1 지점에 왔다”며 “그런 비교는 과하고, 우즈는 골프계의 독보적인 존재”라고 겸손한 태도를 잃지 않았다. 그랜드슬램 가능성에 대해서도 “그런 목표를 두고 연습하지 않는다”며 “우승, 명성, 트로피는 내 정체성이 아니다. 난 그저 현재에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했다.
4타차 선두로 출발한 셰플러는 4홀 만에 버디 2개를 잡고 경쟁자들의 뒷걸음질까지 더해 7타차로 앞서가 일찌감치 승리를 굳혔다. 8번홀(파4)에서 벙커 탈출 실패로 더블보기를 범하고 다시 4타차까지 쫓겼지만 9번홀(파4)에서 버디를 추가하며 이변 가능성을 일축했다.
디 오픈 직전 열린 제네시스 스코티시 오픈 우승자 크리스 코터럽이 3위(12언더파 272타)를 차지했고 윈덤 클라크(미국), 맷 피츠패트릭(잉글랜드), 리하오퉁(중국)이 공동 4위(11언더파 273타)에 올랐다. 고향에서 디 오픈 정상을 노린 매킬로이와 디펜딩 챔피언 잰더 쇼플리(미국)가 공동 7위(8언더파 276타)를 차지했고 임성재는 공동 52위(이븐파 284타)로 마쳤다.
김경호 선임기자 jero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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