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 미만 사업장’ 직장 내 괴롭힘 신고에 대한 ‘보복 해고’ 손해배상 첫 판결 나왔다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한 후 사측이 ‘보복 해고’한 사건에 대해 법원이 손해배상을 인정했다.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조항 적용을 받지 못하는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처음으로 보복 해고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 것이다.
21일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광주지방법원 해남지원은 지난 8일 사회복지사 A씨가 한국시각장애인협회 전라남도지부 진도군지회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피고에게 해고 기간 임금 약 5323만원과 위자료 300만원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2015년부터 전남 진도군 장애인생활이동지원센터에서 일한 A씨는 2019년부터 센터장 B씨로부터 ‘개 같은 X’, ‘멍청한 X’, ‘공금 횡령한 도둑X’ 등 폭언을 들었다. 2019년 7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되면서 A씨는 고용노동부에 신고했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은 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신고를 취하했다. 이후 2020년 1월 A씨는 B씨를 전남 인권센터에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했고, 그해 5월 이를 인정받았다. A씨는 심리치료를 위한 유급휴가를 신청했지만 센터 측은 오히려 A씨의 불성실한 근무 태도, 직무상 명령 불응 등을 이유로 2021년 정직 3개월 징계를 내렸다. 이에 A씨는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센터는 정직 기간이 끝난 2021년 9월 A씨가 출근하자 징계 해고를 의결했다. 인권위는 2021년 10월 전남도와 진도군수에게 A씨에 대한 부당한 해고 처분으로 볼 여지가 크다며 적극적으로 대응하라고 권고했다. 광주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도 A씨의 적응 장애를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했다.
A씨는 2022년 3월 법원에 해고 무효 소송을 제기했고, 2023년 해고가 위법 무효라는 판결이 확정되면서 지난해부터 복직했다. 해고 기간 중 미지급된 임금을 한꺼번에 지급하게 되자 법인은 2023년 1월 임시총회를 개최해 해산을 결의하고 센터를 폐업했다. 이에 A씨는 법인을 상대로 해고 기간의 임금과 손해배상금 지급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원고를 센터에서 몰아내려고 명목상의 해고 사유 등을 내세우고 징계라는 수단을 동원해 불이익 처분을 한 경우”라며 “센터가 5인 미만 사업장으로서 근로기준법상 휴업수당 지급 의무가 없다는 사정만으로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를 하는 것이 제한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적용을 받지 못하는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처음으로 보복 해고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 것이다. 근로기준법상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지만,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되지 않아 사용자를 처벌할 수 없다. 사회복지시설 등 소규모 사업장에서 보복 갑질이 두려워 신고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지원 온라인노조 사회복지지부장은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했다는 이유로 해고한 것도 모자라 임금도 지급하지 않고 폐업을 선언했다. 전형적인 보복 행위이고 무책임한 사업 운영의 민낯”이라며 “정부가 강력하게 단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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