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위 게임사 크래프톤은 왜 일본의 3대 광고 회사 품었나

인현우 2025. 7. 21.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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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래프톤, 일본 3대 광고회사 ADK그룹 인수
장병규 의장 "일본 애니메이션과 손잡고 새 IP 창출 목표"
"일본 시장·애니메이션 업계 진출 위한 버팀목 될 것"
인도에선 확장, 브라질에선 기회 탐색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이 8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크래프톤 사무실에서 한국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크래프톤 제공

6월 한국 게임사 크래프톤은 뜻밖의 기업 인수 소식을 전했다. 70년 된 일본의 종합광고 회사 'ADK그룹'을 계열사로 품은 것. 인수 금액은 750억 엔(약 7,103억 원)으로 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이지만 게임 회사가 아니기에 당장 동반 상승 효과는 없을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장병규 크래프톤 이사회 의장은 8일 한국일보와 인터뷰에서 이번 인수가 "중·장기적으로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본다"고 확신했다. ADK가 일본 시장에서 가진 강한 네트워크와 애니메이션 기획·제작 능력을 높게 보고 이를 통해 새로운 지식재산(IP)을 창출할 수 있다며 "IP를 창출하고 다양한 미디어로 변주하며 생명력을 늘려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크래프톤은 6월 24일 이사회를 통해 투자사 베인캐피털재팬으로부터 ADK홀딩스의 모회사인 주식회사 BCJ-31의 인수를 의결했다. 크래프톤에 따르자면 ADK는 형태를 유지하지만 전통의 광고 기업이 한국의 게임사를 새 주인으로 맞는다는 사실만으로도 일본 광고·미디어업계의 이목이 쏠렸던 것으로 전해졌다.

장 의장은 이를 의식한 듯 ADK를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그는 ADK가 "일본에서 오랜 역사를 지닌 회사라 많은 파트너가 신뢰하고 있다"며 "이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우리의 단단한 기반이자 버팀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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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62418090005041)

"일본 애니메이션 IP 생태계의 일원 되고자"

2024년 부산 게임 전시회 '지스타' 크래프톤 부스에는 일본 제작사 탱고 게임웍스의 '하이파이 러시'가 참여했다. 크래프톤 제공

장 의장은 특히 일본 애니메이션 산업의 IP 창출 능력을 높이 평가하며 "일본 애니메이션 생태계 안으로 들어가 새로운 IP를 함께 창출하는 파트너가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일본 특유의 '제작위원회' 시스템이 수많은 작품을 창출하고 그 가운데 걸작이 나오는 풍부한 생태계를 만들었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장 의장은 "제작위원회는 여러 파트너가 함께 작품을 만들고 위험 부담도 나눠 가지는 형태"라며 "만화와 애니, 게임과 영화 등 다양한 미디어로 변주가 이뤄지기에 IP의 생명력이 길어진다"고 말했다.

크래프톤 게임과의 동반 상승 효과도 노릴 수 있다. '나 혼자만 레벨업'처럼 일본 애니메이션과 한국 게임이 동시에 성공한 사례를 만들어보겠다는 게 장 의장의 구상이다. ADK는 300여 편의 애니메이션 기획·제작에 관여했고 애니메이션 제작사도 뒀다. 그는 "ADK 기존 사업의 구조를 유지하되 애니메이션 제작을 맡은 'ADK 이모션즈'에 투자를 늘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물론 크래프톤의 게임을 일본으로 진출시키겠다는 뜻도 있다. 장 의장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일본에서 서비스하지만 유사 게임인 '황야행동'이 인기가 더 많다""일본 시장에 잘 못 들어간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크래프톤은 2024년 '탱고 게임웍스'의 인력 전원과 게임 '하이파이 러시' IP를 인수했고 올해 일본에 새 법인을 세웠다. 반대로 일본 애니메이션을 새로운 시장에 보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AI의 시대, 눈앞.... "자녀에게도 제약 없이 써 보라 권한다"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이 크래프톤 기업 로고를 앞에 두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크래프톤 제공

정보기술(IT) 업계의 화두는 AI고, 게임업계도 AI 도입을 추구하고 있다. 장 의장은 AI를 두고 "인간의 에코(반향) 같은 느낌"이라고 했다. 결국 쓰는 사람의 수준을 뛰어넘을 수는 없다는 얘기다. 그는 "쓰는 사람이 훌륭하면 훌륭한 도구지만 의존성이 너무 높아지면 사고력을 잃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럼에도 '챗GPT 리서치'를 즐겨쓰는 자신의 자녀에겐 제약을 두지 말라 권한다고 했다. 자신의 길은 자신이 찾아야 한다는 장 의장의 교육 철학도 있지만 'AI 없는 세상'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 같아서다. 그는 "AI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많다"며 "하지만 적극적으로 많이 사용해 보는 것이 지금으로선 맞다"고 말했다.

크래프톤도 'AI 기업'이 되길 원한다. 크래프톤의 '게임 특화 AI' 개발은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에 온디바이스 AI가 들어가면서 결실을 맺었다. 최근엔 게임을 넘어 로봇에 쓸 수 있는 체화(피지컬) AI 영역에도 도전을 검토하고 있다. AI 사업에 열정을 불태우는 건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 쪽이다. 장 의장은 "김 대표가 게임 제작자 이전에 카이스트 전산학 박사 출신이고 도전하는 DNA(유전자)가 있다"면서 "투자할 기업이나 사업 기회를 열심히 찾고 있다"고 전했다.


"게임사도 결국 세계를 봐야... 정부는 중견 게임사 정책적으로 도왔으면"

2018년 문재인 정부 당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인도를 방문한 장병규 의장이 인도 뉴델리에서 기자회견에 참석한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크래프톤은 전 세계적으로 게임업계가 부진한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특히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인디아(BGMI)'는 인도 내에서 대체 불가능한 위상을 누리고 있다. 장병규 의장이 2018년 인도를 방문한 뒤 차세대 시장으로 점찍어 공을 들인 게 성공의 시작으로 불린다. 장 의장은 "BGMI가 인도 내에선 단순 게임이 아니라 하나의 플랫폼처럼 취급되기도 하고 낮은 카스트의 게이머가 인플루언서로 대성공하면서 '신분 상승의 경로'란 이미지도 생겼다"고 전했다.

장 의장은 BGMI를 인도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사업의 발판으로 여긴다. "BGMI의 긍정적 브랜드를 활용해 게임을 넘어 다른 차원으로 발전시킬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크래프톤이 인도에 뿌리 내리겠다는 뜻에서 친환경 기업의 인수 논의를 진행한 적도 있다고 했다. 최근 그가 눈여겨보는 시장은 남미, 특히 브라질이다. "최근에도 리우데자네이루를 돌아봤다"는 그는 "경제 규모는 한국과 비슷하고 중산층도 탄탄하게 형성된 나라"라며 시장의 가능성을 높게 쳤다.

국내 게임업계의 부진에 대해 장 의장은 "크래프톤은 오래전부터 '글로벌'이라는 키워드에 집착했다"면서 "한국 시장만으론 성장에 한계가 있기에 많은 게임사들도 세계를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으론 정부의 더 많은 정책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허리 역할을 할 중소 게임사들이 힘들다"고 했다. 이어 "(문화콘텐츠 분야) 모태펀드에 게임 산업을 위한 전문 계정이 만들어져서 투자가 돼야 한다"며 "그래야 게임 생태계가 풍성해지고 큰 기업에도 좋다"고 말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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