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대구 노곡동 침수 때 금호강 연결 수문 ‘닫힘’ 상태였다···빗물 못 빠져나가 피해↑ 추정

백경열 기자 2025. 7. 21.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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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수 피해를 입은 대구 북구 노곡동의 한 점포에서 지난 18일 공무원과 주민 등이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다. 김현수 기자

최근 집중호우로 대구 북구 노곡동에 침수 피해가 발생할 당시 배수펌프 2대 중 1대가 수리를 위해 철거된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호우 때 마을과 금호강을 연결하는 ‘수문’ 2곳 중 1곳이 닫힌 상태여서 피해를 키웠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1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17일 호우가 내릴 당시 대구 노곡동에 설치된 강제배수펌프 2대 중 1대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노곡동 마을에 설치된 이들 펌프는 마을 인근 금호강의 수위가 상승하기 전인 평상 시 수문(게이트수문)이 ‘열림’ 상태로 유지돼야 한다.

이는 호우 시 마을에 고인 빗물이 자연스럽게 강으로 빠져나갈 수 있게 조치하기 위해서다. 반대로 호우로 금호강 수위가 마을 지대보다 높아지면 펌프에 연결된 수문이 폐쇄되고 마을 내부의 빗물을 빼내게 된다. 해당 수문은 인위적으로 작동한다.

하지만 이번 호우 당시에는 수문 2곳 중 1곳이 닫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저지대인 노곡동 마을의 빗물이 강으로 흘러들지 못하고 고이는 바람에 침수 피해를 키운 것으로 대구시는 추정한다.

침수 때 닫힌 수문과 연결된 배수펌프는 남부지방에 장마가 끝난 후인 지난 2일 수리차 철거된 상태였다. 이 배수펌프는 지난 4월 고압의 전류를 차단하지 못하는 등 절연기능 계통 문제가 발생했으며, 현재 경기지역 한 업체에서 수리가 진행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고장난 펌프를 철거할 때 (이와 연결된) 수문을 열어 뒀어야 하는데, 이번 호우 때 닫혀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닫힌 수문으로 인해) 마을에 고인 물이 빠져나가지 못했을 것이고 피해를 키운 것으로 추정되는데, 왜 닫혀 있었는지는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또한 대구시는 호우 때 배수펌프 제진기(배수펌프에 유입되는 물에 섞인 쓰레기 등을 골라내는 기기)가 제역할을 하지 못한 원인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인다는 방침이다. 이번 집중호우 때 부산물이 다량 유입돼 막히면서 배수가 원활이 이뤄지지 못했고 가동이 중지됐다.

18일 전날 내린 폭우로 침수 피해를 본 대구 북구 노곡동 한 가정집에서 주민과 공무원들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시는 제진기뿐만 아니라 수문 운영상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폭우 시 관련 규정대로 조치가 이뤄졌는지 조사할 계획이다.

이날 대구시에 따르면, 대구지역에는 17일 오후 1시10분과 1시50분에 호우주의보와 경보가 각각 발령됐다. 이후 당일 오후 2시17분쯤 침수 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했고, 마을 전역에 급격히 물이 차올랐다. 인근 배수작업은 이날 오후 4시22분쯤 완료된 것으로 대구시는 파악했다.

노곡동에는 2010년 7~8월에도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도로 등 약 9000㎡와 주택 80채, 차량 30여대가 물에 잠기고 80여명의 이재민 발생한 바 있다.

이후 대구시는 배수펌프 설비를 점검하고 터널 배수로를 설치하는 등 대책을 마련했다. 노곡동에는 펌프 2대와 고지배수터널(길이 700m·지름 3m)도 설치돼 있다.

고지배수터널은 노곡동 뒷산 중턱의 배수지에 모인 빗물을 초당 최대 14t의 속도로 금호강으로 흘려보내는 시설이다. 예산 약 98억원을 들여 2013년 3월에 준공돼 운용 중이다.

대구시는 배수펌프 및 고지배수터널, 제진기 정상 작동 여부 등 침수 피해의 원인을 심층 조사할 계획이다.

대구시는 침수 원인 분석과 재해대응 시스템 개선 등을 위해 14명 규모로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위원회에는 수질 및 침수피해 분야 민간 전문가 5명이 동참하며, 단장은 민간에서 맡는다. 시는 오는 22일부터 사고원인 조사 및 분석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서 다음 달 4일쯤 종합 개선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17일 오후 대구 북구 노곡동에서 119구조대가 보트를 타고 인명 수색을 하고 있다. 이날 갑작스러운 폭우로 노곡동 일대가 침수됐다. 연합뉴스

대구시 관계자는 “배수펌프 등 가동 여부에 대한 정기점검을 벌이도록 규정돼 있는데, 이 부분에 대한 조사도 진행할 예정”이라면서 “수리모형 전문가 등을 참여시켜 침수 원인에 대한 조사를 다각도로 벌이겠다”고 말했다.

피해 주민에게는 실제 피해 규모에 상응한 보상이 추진된다. 대구시는 전문 손해사정사를 투입해 신속하게 피해액을 산청하기로 했다. 당장 이동 및 생계를 위해 필요한 주민에게 차량 렌트를 지원하고, 대구신용보증기금과 협력해 긴급경영안정자금 등 소상공인 금융지원을 진행한다. 가전 무상수리도 병행한다.

이밖에 대구시는 노곡동 주민지원센터에 피해조사반·원인조사반·민원대응반·금융지원반 등으로 구성된 ‘현장 원스톱지원센터’도 꾸려 주민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다.

앞서 노곡동 일대에는 지난 17일 집중호우로 주택 5가구와 상가 20곳, 차량 41대 등 66건의 침수 피해(20일 기준)가 발생했다. 주민 26명이 소방당국의 도움으로 구명보트 등을 이용해 대피하기도 했다.

이날 하루 동안 노곡동에는 134㎜의 비가 집중됐다. 특히 이날 오후 1~2시 최대 강수량은 48.5㎜에 달했다.

한편 대구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은 21일 성명을 내고 이번 노곡동 침수가 ‘인재(人災)’라며 철저한 원인 규명과 관리 부재에 대한 책임을 촉구했다. 또한 ‘극한호우’에 대비한 도심 배수체계 전면 재정비를 요구했다.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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