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김순기 안양 동안구보건소장] “훈민정음은 마르지 않는 샘과 같습니다”

"세종이 꿈꾸고 기획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집현전 학사 등 집단지성이 협력하지 않았다면 한글은 이 세상에 없었을 것입니다."
김순기 안양시 동안구보건소장은 의과대학 교수를 지낸 의사 선생님이다.
지난 2020년 의대 교수 정년퇴직 후 동안구보건소 소장으로 일하며 새로운 경험과 도전을 하고 있다.
한글학자도, 국어학자도 아닌 의사 선생님인 그가 '훈민정음' 관련 책을 펴냈다.
10여 년 전부터 준비한 자료를 정리해 '훈민정음은 어떻게 만들어졌나'라는 책을 발간한 것이다.
의사 선생님이 훈민정음 관련 책을 쓴 이유를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중·고교 시절부터 고전에 관심이 많아 교양 경시대회도 나가고 한문도 배웠습니다. 그리고 우리 영산(永山) 김 씨 대동보에 김수성(金守省)이란 분이 집현전 학사로 세종의 총애를 받았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학창 시절 배운 지식이 훈민정음 자료를 준비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고 중·고교 동문과 문중의 응원과 격려도 큰 힘이 됐다.
김 소장은 "고교와 문중, 둘 다 나와 관계가 있어 발품을 팔아 훈민정음 관련 책을 쓰게 됐다"고 소개했다.
김 소장의 첫 작업은 훈민정음 창제와 관련한 고문헌 등 자료 조사와 문화유적 답사였다.
여기저기 수소문해 관련 도서를 구하거나 도서관 또는 인터넷에 접속해 자료를 찾아 정리하고 훈민정음의 비화가 담긴 속리산 복천사, 오대산 상원사를 답사하는 등 분주히 움직여 마음속에 담고 있던 버킷리스트 하나를 완성한 것이다.
김 소장은 "근시가 심해 안경이 꼭 필요하지만, 경전이나 논문의 깨알같이 작은 글자는 안경을 벗으면 더 잘 보이므로 자료를 정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라며 "눈 나쁜 것이 오히려 축복인 셈"이라고 미소 지었다.
그는 훈민정음은 세종대왕을 중심으로 수많은 선각자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낸 우리 민족의 혼이 담긴 결과물이라고 말한다.
훈민정음 창제는 백성을 위한 글자를 원했던 세종대왕과 왕자들, 그리고 집현전 학사 등 집단지성 신하들의 조화로운 협력으로 완성된 값진 유산이라는 것이다.
세종대왕의 의지와 뚝심, 결단력, 책임감, 그리고 실행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훈민정음에 관한 내용은 마르지 않는 샘과 같습니다. 끊임없이 많은 이야기와 흥미, 학문적 관심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김 소장의 훈민정음에 대한 사랑의 척도는 그 끝과 깊이를 알 수 없는 무한 사랑이다.
/안양=글·사진 이복한 기자 khan4936@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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