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라면 하는 거지 무슨 말이 많냐"... 강선우, 文정부 여가부 장관에게도 '갑질'

정영애 전 여가부 장관 증언
진보당도 '자진 사퇴해야'
임명 강행 이후 비토론 더 확산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보좌관 갑질' 논란이 불거진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과거 자신의 지역구 사업을 해결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 당시 정영애 여가부 장관에게 화를 내며 갑질을 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진보당도 "여가부에 전혀 적절하지 않은 인사"라며 지명철회를 촉구했다. 대통령실이 강 후보자 임명 강행 방침을 고수했지만, 강 후보자에 대한 진보 진영의 비토 여론은 가라앉긴커녕 오히려 확산되는 분위기다.

"갑질 의원 여가부 장관, 기가 막혀"

21일 정치권에는 정 전 장관이 전날 지인들에게 공유한 내용이 빠르게 공유됐다. "제가 여가부 장관이었을 때 있었던 일을 한 가지만 말씀드리겠다"는 제목의 이 글에는 강 후보자로부터 갑질을 당한 일화가 담겨 있었다. 정 전 장관은 "강 후보자가 본인의 지역구에 해바라기센터 설치를 하려고 제게 요청을 했다"며 "당시 산부인과 의사를 확보하기 어려워 해당 지역 대학병원 총장에게 문의했으나 쉽게 해결되지 않았고, 이 내용을 강 후보자에게 전달했다"고 했다.

이후 "강 후보자가 '하라면 하는 거지 무슨 말이 많냐'며 화를 내고 여가부 기획조정실 예산 일부를 삭감했다"며 "결국 강선우 의원실에 가서 사과하고 한 소리 듣고 예산을 살렸던 기억이 난다"고 전했다. 이어 "부처 장관에게 지역구 민원을 해결하지 못했다고 관련도 없는 예산을 삭감하는 등 갑질을 하는 의원을 다시 여가부 장관으로 보낸다니 정말 기가 막힌다"고 했다.

정 전 장관은 한국 1호 여성학 박사 출신으로 여성 문제 전문가다. 한국 여성학회 회장, 노무현 정부 청와대 인사수석비서관, 문재인 정부 여가부 장관을 역임했다. 정 전 장관은 본보에 "어제 (강 후보자) 인사가 확정된 듯하여 지인들에게 공유한 글"이라고 밝혔다. 강 후보자가 여가부 장관으로서 '부적격'하다는 메시지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이 16일 국회 소통관에서 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 사퇴를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현역불패 신화 개혁해야"

민주당의 ‘아군’인 진보당도 강 후보자 지명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홍성규 진보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여가부에 전혀 적절하지 않은 인사를 두고 ‘현역불패 신화’라는 표현을 갖다 붙이는 것부터 문제”라며 “그 무슨 원칙이랄 수도 없는 ‘현역불패’라는 말 자체가 없어지는 게 바로 개혁”이라고 꼬집었다. 진보 시민단체인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와 직장갑질119도 앞서 강 후보자의 임명을 반대한 바 있다.

야당도 이재명 대통령의 강 후보자 인사 강행 의지를 규탄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국민 눈높이에 맞서 싸우는 오기 인사가 곧 정권 실패의 지름길이란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며 “갑질 측근을 안고 가는 답정너식 결정으로 보인다. 갑질불패, 아부불패, 측근불패”라고 했다.

반면 민주당은 강 후보자를 임명하겠다는 태세다. 문진석 민주당 원내운영수석은 KBS 라디오에서 “대통령이 자신이 책임지고 잘 이끌어가겠다고 양해를 구했기 때문에 (임명권을) 존중해야 한다”며 “만약 끝까지 합의하지 않는다면 여당만이라도 단독 처리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지용 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