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센 규제 온다… SK·두산은 자사주 소각, 한화·LS는 중복 상장 부담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이 최근 공포된 데 이어, 정부·여당이 자사주 소각과 집중 투표제(주주가 특정 이사 후보에게 의결권을 몰아주는 제도) 등을 의무화하는 더 센 상법 개정안을 추진하면서 재계가 긴장하고 있다. 자사주 보유 비율이 높은 그룹사들은 경영권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추가 개정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재계는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한 중복 상장(모(母)회사와 자(子)회사가 모두 상장하는 것) 규제 방침도 우려하고 있다.
21일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 따르면 발행 주식 총수 대비 자사주 보유 비율이 10% 이상인 국내 상장사는 219곳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9월 정기국회 때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를 원칙적으로 소각하도록 하는 상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자사주를 매입·소각해 주당 가치와 주가순자산비율(PBR·Price to Book Ratio)이 올라가는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다. 자사주 보유 한도 10%를 초과한 자사주를 의무적으로 소각하게 한 독일 사례 등이 유력하게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HD현대·LS·두산 등 자사주 보유 비율이 10%가 넘는 그룹 지주사들은 자사주 처리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SK그룹 지주사 SK는 자사주 비율이 25%로 높은 편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측의 지분이 25%대에 불과하기 때문에 자사주를 의무 소각하면 자사주로 경영권을 방어하기가 어려워진다. SK그룹은 2003년 외국계 헤지펀드 소버린이 SK 주식을 매입하고 최 회장 교체 등을 요구하면서 경영권 분쟁을 겪은 바 있다.
두산그룹 지주사 두산은 자사주 비율이 18%가 넘는다. 지난해 계열사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안이 소액주주 반발로 무산된 후 소액주주들은 지배구조 개편 움직임과 주주 환원 정책을 주시하고 있다. LS그룹 지주사 LS(자사주 13.9%)와 HD현대그룹 지주사 HD현대(자사주 10.5%)도 10%대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어 자사주 소각을 요구하는 소액주주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자사주 처분은 2011년 이후 이사회가 결정하도록 했다. 그 전엔 바로 소각하거나 1년 안에 처분해야 했다. 자사주 처분을 이사회 결정에 맡긴 것은 SK그룹의 소버린 사태처럼 외국 투기자본의 경영권 개입 시도가 잦아지는데 국내 기업은 경영권 방어 수단이 없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외국처럼 황금주, 차등의결권 등 경영권 방어 수단이 없는 국내 기업은 자사주를 활용해 경영권을 방어하고 있다.

중복 상장을 규제하는 자본시장법 개정 추진도 기업엔 부담이다. 민주당은 모회사가 상장된 상태에서 자회사가 별도로 상장할 때 자회사의 공모주 일부를 모회사 주주에게 우선 배정하는 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분할 자회사가 이른바 쪼개기 상장을 하면 모회사 주주는 기업 가치 하락으로 손해를 본다는 비판을 의식한 조치다. 경제계는 상장이 막히면 투자 자금 조달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을 우려한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자회사 SK엔무브의 상장 계획을 철회했다. SK이노베이션이 SK엔무브 지분 70%를 보유한 상태에서 SK엔무브가 따로 상장하면 SK이노베이션 주주의 이익이 침해된다는 우려를 해소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HD현대의 조선해양 부문 중간 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의 조선 자회사 3곳 중 유일한 비상장사인 HD현대삼호도 당분간 IPO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모회사 HD한국조선해양의 HD현대삼호 보유 지분율은 보통주 기준 81.5%에 달한다.
LS그룹은 중복 상장 논란 때문에 LS파워솔루션(옛 KOC전기), LS이링크, 에식스솔루션즈 등 비상장 계열사들의 IPO 추진에 제동이 걸렸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세 아들이 100% 지분을 갖고 있는 한화에너지의 상장 추진도 대주주 승계 문제와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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