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혼 숨긴 채 한부모·장애인 지원금 수급…항소심서 감형

장애인 활동 지원금과 한부모 가정 지원금 등 총 6000여만 원을 부정 수령한 부부가 항소심에서 감형을 받았다.
춘천지방법원 형사1부(심현근 부장판사)는 21일 공문서위조, 위조공문서행사,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A(50)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사기, 장애인활동법 위반 등 혐의로 함께 재판에 넘겨진 B(41)씨에게도 징역 1년 2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 2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뇌병변 장애인으로 장애인활동 지원사인 B씨와 사실혼 관계임을 숨기고 지난 2019년 10월부터 2021년 7월까지 약 4164시간의 지원 서비스를 받은 뒤 약 6000만 원 상당의 활동 지원 급여 비용을 지급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장애인활동법에 따르면 활동 지원인력은 본인의 가족인 수급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지원해 비용을 받는 것이 제한되며 부정한 방법으로 급여 비용을 청구하면 안 된다.
A씨는 사실혼 관계에 있을 경우 수급 대상에서 제외되는 한부모 가족 지원금 제도를 악용해 2019년 5월부터 2020년 7월까지 340만원을 수령했다.
두 사람은 2019년 11월 인공수정 시술을 받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가 “혼인신고가 없으면 시험관 시술이 어렵다”는 말을 듣고 가족관계증명서를 위조해 병원에 제출한 사실도 드러났다.
1심 재판을 맡은 춘천지법 영월지원은 B씨가 장애인활동 지원사로 일하면서 일주일에 3~4회 A씨의 집에서 숙박하거나, 지원 서비스 제공 시간 이외에도 A씨 부모가 거주하는 지역을 자주 방문한 점 등을 근거로 두 사람의 관계가 일반적인 활동지원사와 이용자 사이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결혼 의사가 없는 남녀가 출산을 선택한 점, 수사 과정에서 압수수색을 통해 출산 사실이 드러나자 허위 진술을 번복한 정황 등을 종합해볼 때, 두 사람이 사실혼 관계였음에도 이를 고의로 숨기고 각종 지원금을 부정 수령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1심은 “국가와 지자체로부터 지급받은 급여비용의 규모가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피고인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며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부정하게 수급한 급여를 반환하지도 않고 있다”고 지적하며 두 사람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이에 불복한 두 사람은 2심에서도 “우리는 사실혼 배우자 관계가 아니라 단순히 장애인활동 지원사와 이용자 사이일 뿐”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또 “A씨 전 부인의 반복적인 금전 요구를 막기 위해 대리모 약정서를 작성했고, 그 결과 아이를 출산하긴 했지만, 이 같은 사정만으로 사실혼 관계가 성립한다고 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B씨의 아파트 전세 자금 대부분을 지원했고 A씨가 전 부인과 공동 명의로 소유하던 주택이 B씨 명의로 이전된 점 등을 종합할 때, 두 사람 사이에는 이미 실질적인 경제적·생활적 공동체가 형성돼 있었다고 판단했다.
또한 두 사람이 병원에 방문했을 당시 작성된 진료 기록에서 서로를 배우자로 소개한 정황이 확인됐으며 A씨 전 부인이 이미 장애인활동 지원사 일을 그만둔 상태였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전 부인의 영향으로 B씨가 아이를 출산했다”는 주장 역시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공문서위조 혐의와 관련해 A씨는 “문서의 폰트 크기 등이 달라 정식 문서가 아니라는 점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해당 문서는 공무원이나 공공기관이 작성한 것처럼 보이는 형식과 외관을 갖추고 있어, 단순한 폰트 차이만으로는 일반인이 위조 여부를 쉽게 인식하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장애인 활동 지원 급여를 부정하게 수급한 행위는 분명 위법하지만 A씨는 실제로 뇌병변 장애로 인해 일상생활과 사회활동 전반에 걸쳐 활동 지원사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었고 두 사람은 2021년 아이를 출산해 현재 미취학 아동을 함께 양육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형량을 다소 낮췄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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