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고양이만 있나, 돼지도 있다’ 제주에 불어닥친 동물복지

김정호 기자 2025. 7. 21.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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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형 동물복지] ①농장동물로 확대
2030년 모돈 스톨금지 군사시설 의무
국내 반려동물 양육가구가 늘면서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정부도 2007년부터 세 차례 동물보호법을 전부 개정해 동물학대와 사육환경에 대한 기준을 강화했다. 2030년에는 양돈산업에서 군사사육이 의무화된다. 농가에서는 시설비 투입 등 현실적인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제주산 돼지고기 가격 인상에 따른 경제성 약화도 고민거리다. 반면 동물복지는 세계적 추세이고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의식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제주의소리]는 농장동물까지 확산된 동물복지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제주형 동물복지의 방향을 함께 고민해 보는 시간을 갖는다. [편집자 글]

최근 달걀 30알 1판 가격이 7000원을 훌쩍 넘어섰다. 이를 두고 농가와 소비자 단체 간 설전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때아닌 동물복지 논란이 불거졌다.

농가들은 산란계 사육 환경에 대한 기준 강화가 '4번 달걀' 감소를 불러왔다고 주장했다. 국내 생산의 80%를 차지하는 4번 달걀 출하량이 줄면서 가격이 올랐다는 입장이다.

2018년 7월 축산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닭장으로 불리는 케이지(cage)의 단위 면적당 사육 기준이 강화됐다. 취지는 동물복지다. 당초 올해 전면 시행을 앞두고 있었다.

동물복지는 동물이 고통, 스트레스, 질병 없이 자연스러운 행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정책이다. 식용으로 소비되는 가축도 청결한 곳에서 행복하게 살 권리까지 아우른다.

1978년 10월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UNESCO)본부에서 '세계동물권리선언'을 하면서 유럽을 중심으로 동물복지 증진과 동물 학대에 대한 기준이 만들어졌다.

국내에서는 서울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1991년 7월에야 비로소 동물보호법이 제정됐다. 당시 법률은 반려동물과 실험동물에 대한 학대 금지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후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사회적 요인까지 더해지면서 개와 고양이를 중심으로 국내 반려동물이 급증했다. 양육인구가 늘면서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레 높아졌다.

'2025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인구는 1546만명으로 전국민의 30%에 달한다. 반려가구의 월평균 양육비도 20만원에 육박했다.

개와 고양이를 가족 구성원으로 여기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팻(pet) 산업도 급성장하고 있다. 아낌없는 투자에 유치원과 장례식장 등 생애주기형 반려동물 산업도 등장했다.

인식의 확산은 반려동물을 넘어 가축인 농장동물(산업동물)에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 2007년 동물보호법이 전부 개정되면서 동물복지 대상도 농장동물 영역으로 확장됐다.

인류에 수세기 동물성 단백질을 제공해 온 닭과 돼지, 소 등 가축에게도 행복하게 살다 희생될 권리가 주어줘야 한다는 공감대가 만들어졌다.

정부도 2012년 '동물복지 축산농장 인증제도'를 도입하고 산란계를 시작으로 양돈(2013년), 육계(2014년), 젖소·한육우·염소(2015년), 오리(2016년) 농장에 대한 인증을 도입했다.

동물복지를 위한 시설 의무화에 앞서 농장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함이다. 인증농장 축산물에 인증마크를 부착해 동물복지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을 높이기 위한 목적도 있다. 

2024년 1월 기준 국내 동물복지 인증 농장은 전국 451곳이다. 축종별로는 산란계가 241곳(53.4%)으로 가장 많고, 육계 153곳, 젖소 29곳, 돼지 22곳, 한우 6곳 순이다.

제주의 경우 동물복지 인증 농장이 12곳 있다. 이 중 8곳은 산란계 농장, 나머지 4곳은 젖소 농장이다. 양돈 농장은 단 한 곳도 없다.

양돈 농가들이 소극적인 이유는 시설비 증가와 경제성 감소 때문이다. 동물복지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농가는 물론 도축과 가공 시설까지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설비 투자는 곧 돼지고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인증과 별도로 2019년 축산법 시행령을 개정하고 임신 돼지(모돈)에 대한 군사 사육(무리 사육)도 의무화했다.

현재 양돈 농가는 임신돈을 스톨(stall)로 불리는 철제 고정틀에 가둬 개별 사육하고 있다. 정부는 동물복지를 위해 임신돈을 가두지 말고 군사 공간을 확보하도록 했다.

신규 농가는 2020년 1월부터 해당 시설을 갖춰야 한다. 기존 농가는 개별스톨을 철거하고 2030년 1월부터 군사 사육을 위한 시설을 새롭게 설치해야 한다.

도내 양돈 농가는 제주시 185곳, 서귀포시 72곳 등 총 257곳이다. 사육두수는 농가당 평균 2114두, 총 54만3540두다. 2023년 기준 도내 출하가격은 총 4686억원이다.

기사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