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선 양상추값 300% 급등…기후변화, 전세계 식탁 물가 위협
기후변화, 단순 날씨 문제 아닌 생활 물가 리스크 부상
"농업·경제 적응 전 신기록 경신할 듯”
“소고기·커피 등 가격 상승 장기화 전망”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호주에선 지난 2년간 양상추 가격이 300% 급등했고, 유럽산 올리브유는 50% 뛰었다. 한국의 배추값도 70% 가까이 오르면서 김치 담그기도 버거운 상황이 됐다. 기후변화가 단순한 날씨 문제가 아닌 전 세계 식탁을 뒤흔드는 ‘생활 물가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스페인 바르셀로나 슈퍼컴퓨팅센터와 유럽중앙은행의 연구진은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전 세계에서 발생한 16건의 극단적인 기상 이변을 분석한 결과 상당수가 기후변화에 따른 이상기후로 인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는 국제과학학술지 ‘환경연구’(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에 실렸다.
연구진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수준의 이상 기후가 앞으로 일상이 될 것”이라며 “농업과 경제 시스템이 적응하지 못한 상황에서 새로운 신기록이 계속 세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후 변화는 더 높은 기온과 국지적인 폭우를 불러와 수확량을 줄이고, 결과적으로 소비자 가격 상승을 야기한다. 비영리 단체인 영국의 기후·에너지 싱크탱크(ECIU)에 따르면 영국 가정의 식비는 기후 변화로 2022~2023년 361파운드(약 67만원)나 급증했다. 연구 저자들은 전 세계 소비자들이 기후 변화가 식료품비에 미치는 영향을 체감하고 있으며, 일부 소비자들은 식료품을 감당할 수 없게 되는 등 인플레이션을 잡으려는 각국 중앙은행의 물가 안정 정책에도 부담을 주고 있다고 짚었다.
실제로 미국과 한국, 호주 등의 지역에선 먹거리 가격 폭등이 속출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지난 2022년 사상 최악의 가뭄을 겪으며 4046.85제곱킬로미터(km2)에 달하는 농지가 유휴지로 남아 20억달러에 달하는 작물 관련 손실이 발생했다. 미국 겨울 상추 공급량의 대부분을 재배하는 애리조나도 가뭄으로 인한 콜로라도 강 수위 저하로 물 공급이 제한됐다. 여기에 플로리다를 강타한 허리케인까지 더해져 미국 전체 채소 가격은 전년 대비 80% 넘게 올랐다.

아시아 전역에 퍼진 폭염도 채소 값을 끌어 올렸다. 한국은 덥고 건조한 날씨로 배추 가격이 전년 대비 70% 가까이 급등했고, 중국은 지난해 폭염으로 6~9월 채소 가격이 40% 이상 올랐다. 호주에선 2022년 초 ‘역대 최악의 재해’로 꼽히는 기록적인 홍수로 양상추 공급에 치명타를 입혔다. 이 여파로 기존 2.80호주달러(약 2500원)이던 양상추는 12호주달러(약 1만900원)까지 급등해 300% 이상 인상됐다. 이에 일부 패스트 푸드 체인은 양상추 대신 양배추를 사용하는 임시방편까지 동원했다.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작물 가격 상승은 단기적일 수 있다고 보는 반면 커피나 소고기처럼 생산 조건이 까다로운 품목은 상승세가 장기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커피는 열대기후, 소고기는 넓은 방목지가 필수인 만큼 생산지 제약이 크다. 두 품목의 선물가격은 2020년 이후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부과한 새로운 관세도 국제 농산물 유통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앤드류 스티븐슨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선임 기후 분석가는 “미국의 새로운 관세는 해외 농부들을 더욱 압박할 수 있다”며 “소고기 가격이 너무 비싸서 국내에서는 팔 수 없지만 50%의 관세가 붙으면 팔 수 없을 만큼 비싸지 않은 불편한 입장에 놓이게 된다”고 짚었다.
연구진은 식량 인플레이션의 근본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꼽으며 각국 정부가 정책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제언했다. 기후변화에 따른 식량 가격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선 기후 예측을 통한 조기경보 체계 강화, 농업의 관개시설 확대 등 기술 지원, 소비자 보호를 위한 정책적 안전망 구축에 궁극적으로는 온실가스 감축과 지구 온난화 억제가 핵심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양지윤 (galile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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