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테헌' 흥행이 인증한 글로벌 새 흥행공식, 'K-컬쳐' [IZE 진단]
아이즈 ize 조성경(칼럼니스트)

현재 미국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다시 한번 한류의 파괴력을 실감하는 중이다.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글로벌 흥행 때문이다. 지난달 20일 공개된 직후 곧바로 1위를 찍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지금까지 넷플릭스 미국에서 많이 본 영화 정상을 달리고 있다. 영화 수록곡들이 인기 차트에 랭크되고 있다는 소식도 하루가 멀다 하고 들리고 있다. 극중에 나온 가상의 아이돌 그룹들은 어마어마한 팬덤을 만들어내며 현실에서 스타 파워를 보여줄 정도가 됐다.
이처럼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신드롬급 인기를 일으키면서 미국 유수의 매체들이 앞다퉈 K-팝, 그리고 더 나아가 K-컬처를 다시금 주목하고 있다. 소구력 높은 콘텐츠로서 한류에 대한 재조명이 이뤄지고 있다. BTS와 '기생충', 그리고 '오징어 게임'을 경험한 터라 K-콘텐츠의 힘을 모르지는 않았지만, 그 위력을 새삼 놀라워하고 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뜨거운 인기를 끄는 만큼 온라인 게시판 등에서는 갑론을박도 있다. 일각에서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소니픽처스의 작품이라는 점을 이유로 이번 영화의 성공은 한국이 아니라 미국 혹은 다국적 기업의 성공이라고 꼬집는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한류로 보면 안 된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정작 미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주목하는 건 조금 다르다. 어차피 디즈니를 위시한 미국의 기업들은 오래전부터 다른 나라의 문화 콘텐츠를 차용해 글로벌 흥행을 일군 바 있다. 그렇기에 지금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일으키는 돌풍의 핵심 요인이 무엇인지가 더 중요한 것이다.
언론들은 미국 자본으로 만들었을 뿐, K-팝을 비롯해 한국을 배경으로 하고 한국적인 소재를 켜켜이 담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한국을 향한 전세계 팬들의 관심을 제대로 적중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또한 K-팝은 물론 K-푸드, K-뷰티 그리고 이 모두를 아우르는 K-라이프스타일이 전세계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흥행 코드라는 사실을 미국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통해 직시하고 있다고 봤다.

K-팝과 한국을 전면에 내세우는 전략이 이제는 미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도 공공연한 흥행 공식으로 통하고 있다는 점도 확인되고 있다. 미국 경제 유력지 포브스는 최근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흥행을 보도하면서 "K-팝은 음원 시장에서뿐 아니라 미디어와 엔터테인먼트에서도 세계적으로 엄청난 현상을 일으킨다", "단순히 K-팝이라는 문구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TV시리즈나 영화, 책의 흥행을 견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경제지인 디 이코노미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폭발적인 성공 뒤에는 세계 무대에서 한국 문화가 높은 상품 가치를 가지게 된, 더 큰 서사가 자리하고 있다"며 영화의 흥행이 한류 인기에 기반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 문화, 글로벌 수익 창출 머신이 되다"라는 소제목으로 한류의 영향력을 강조했다.
이 매체는 "이제 콘텐츠 제작자들과 엔터테인먼트 기업들은 거리낌 없이 한국을 '수익성 있는 IP'라고 언급한다"면서 "한국이 풍부한 이야기거리, 남다른 미적 감각, 문화적 매력이 담긴 보고(寶庫)"로 인식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서 "전세계 시장 트렌드에 대한 날카로운 감각을 가지고 있는 미국은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면서 미국과 캐나다를 배경으로 했던 '더 리크루트'가 시즌2에는 서울을 로케이션지로 선택했고, 미국 스파이조직의 이야기가 원작인 '버터플라이'가 TV시리즈로 리메이크되면서 미국이 아닌 한국을 주요 배경으로 결정했다는 사실을 예로 들었다. "한국 그 자체가 글로벌 시청자들에게 중요한 매력 포인트가 됐다"는 것이다.
결국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인기 신드롬은 비주류 콘텐츠로 여겨졌던 한국 문화 콘텐츠가 명실공히 세계적인 흥행 보증수표가 돼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당당히 목소리를 높일 수 있는 입지를 구축했음을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로 여겨지고 있다.
미국 뉴욕 포스트 산하 온라인 연예 매체인 디사이더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 성공에 대한 흥미로운 분석 기사를 통해 K-팝이 앞으로 어떤 새로운 지형을 그릴 수 있을지 더욱 기대하게 했다. 디사이더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케이팝 데몬 헌터스'와 넷플릭스가 뮤지컬 애니메이션 강자 디즈니의 코를 납작하게 눌렀다"는 제목으로 지금껏 라이벌이 없던 디즈니에 당당히 출사표를 내놓을 만한 상대가 등장했다고 봤다.
픽사와 드림웍스, 일루미네이션 등이 뛰어난 애니메이션으로 디즈니와 어깨를 견주어도, 그 애니메이션에 뮤지컬이 들어가야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지는 게 현실이었다. 디사이더는 "디즈니가 뮤지컬에 있어서 독보적이기도 하고, 관객들 중 많은 수가 '대사 중에 갑자기 노래를 하는 어색함'을 싫어해서 많은 영화사들이 뮤지컬 애니메이션 경쟁구도에 뛰어들지 않았다"고 봤다. 더불어 디즈니가 '위시'와 '모아나2' 등 최근 뮤지컬 애니메이션으로 흥행에 연달아 실패하고 있다고도 꼬집었다. 영화가 인상적이지 않은 만큼 노래는 더 매력적이지 못했다는 분석이었다.
이러한 가운데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디즈니를 위협하는 뮤지컬 애니메이션의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과 분명히 다른 성격이지만, 완벽한 뮤지컬 형식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디즈니에 정면 승부를 건 셈"이라면서 "무엇보다 디즈니/픽사 작품들에서는 이탈한 듯한 10대와 젊은 성인층의 감수성을 적중해" 시사점이 있다고 봤다. 또한 "갑자기 노래하는 장면조차 거부감이 덜했다"는 반응까지 얻고 있다고 덧붙였다. 2025년 빌보드 톱10에 처음으로 진입한 사운드 트랙일 만큼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수록곡들이 훌륭한 점도 빼놓지 않았다.
특히 디사이더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수록곡들이 "뮤지컬 역사에 길이 남을 걸작이 되지는 못 할지라도 적어도 가족용 애니메이션에서 음악을 활용하는 방식을 새롭게 고민한 흔적이 있다"면서 "이는 최근 몇 년간 디즈니 뮤지컬들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점이었다"고 의미를 뒀다. "엄밀히 말하면 '모아나2'처럼 시들한 영화도 글로벌 수익이 10억 달러(약 1조 3900억 원)씩 나는 디즈니"가 해내지 못한 걸 해냈다는 것이었다. K-팝이 음원 시장을 뛰어넘어 뮤지컬 애니메이션 등 글로벌 영화 시장의 지형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이다.

결국 미국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바라보는 K-팝은 더 이상 틈새시장이나 노리는 수준이 아니라 디즈니와 같은 글로벌 공룡도 쓰러뜨릴 기세의 거대한 물결처럼 인식되고 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시작에 불과하고 K-팝을 위시한 K-콘텐츠가 앞으로 어떤 새로운 형태로 글로벌 시장을 강타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와는 별개로 당장은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다양한 형식으로 확장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속편과 스핀오프는 물론이고 실사화도 가능할 것으로 관측하면서 나아가 그 안에서 한국 문화의 확장도 예고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확인되는 한류의 현주소다.
조성경(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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