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온난화로 달궈진 한반도 남쪽 바다, ‘괴물 폭우’ 몰고 왔다

필리핀 해상 온도 오르며
더 강해진 북태평양고기압
열대 수증기 다량 유입시켜
‘극한 호우’ 갈수록 잦아져
“이상기후, 이제는 뉴노멀”
지난 16일부터 닷새간 전국 곳곳에 200년에 한 번 내릴 법한 역대급 폭우가 쏟아졌다. 17일 충남 서산에는 시간당 114.9㎜의 물폭탄이 쏟아졌다. 1일 누적 강우량은 413.4㎜로 기상청은 200년 만에 한 번 내릴 수준의 비라고 설명했다.
서산을 포함해 1일 누적 기준 200년 빈도 강우량 기록을 새로 쓴 지역은 광주광역시(426.4㎜)와 세종시(324.5㎜), 충남 당진시(310.0㎜), 천안시(301.1㎜), 아산시(292.5㎜), 예산군(288.0㎜), 홍성군(237.0㎜), 전남 함평군(340.5㎜), 무안군(311.0㎜) 등이다. 빈도 강우량은 기존 관측 데이터를 기반으로 확률을 산정하여 얻는 통계적 개념의 강우량이다. 예를 들어 200년 빈도 강우량은 200년에 한 번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강우량을 뜻한다.
10명이 숨지고 4명이 실종된 경남 산청군도 짧은 시간 감당하기 힘든 물폭탄이 쏟아졌다. 지난 17일 산청에는 1시간 기준 101.0㎜가 내렸다. 100년에 한 번 내릴 법한 수준의 비다. 19일에는 50년 빈도 강우량(1시간 기준·98.5㎜)을 기록했다. 닷새 동안 산청에 쏟아진 비는 총 793.5㎜에 달한다.
이번 극한 호우는 북태평양고기압의 세력이 매우 강한 상태에서 북쪽에서 내려온 찬 공기가 세게 부딪히면서 발생했다. 북태평양고기압 가장자리를 따라 시계방향으로 바람이 불어 열대 수증기를 끌어오는데, 이 바람도 매우 강해 수증기를 다량 한반도로 유입시켰다. 일찍이 불볕더위를 만들며 한반도를 덮고 있던 북태평양고기압은 한반도 주변 뜨거운 바다로부터 수증기를 끌어올리며 언제든 비를 뿌릴 ‘연료’를 축적했다.
기상학자들은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북태평양고기압이 강해졌다고 해석한다. 김백민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지구온난화로 인해 한반도 남쪽 해상, 필리핀 해상의 바다가 뜨거워지면서 북태평양고기압의 세력이 강해졌다”며 “북태평양고기압과 북쪽의 한기가 힘겨루기 하던 것이 장마인데, 힘의 균형이 한쪽으로 확 쏠리면서 장마 자체가 변화무쌍해졌다”고 했다.
좁은 지역에 많이 내리는 비인 극한 호우는 갈수록 잦아지는 추세다. 지난 50년 동안 한반도 여름철 집중호우 발생 빈도는 10배 가까이 상승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장마철 이후 시간당 100㎜ 이상 극한 호우가 16차례나 관측됐다.
기상청의 ‘최근 10년간 6~8월 시간당 80㎜ 이상 강수 빈도’ 분석에서도 극한 호우 패턴은 증가 추세를 보인다. 우진규 기상청 통보관은 “7월과 8월에 강한 비가 집중되는 현상은 통계적으로도 확인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번 극한 호우와 같은 이상기후는 이제 ‘뉴노멀’이 됐다고 말한다. 그는 “30년 평년값으로 보면 굉장히 이례적인 강수량이지만 3년 전 수도권 폭우를 비롯해 최근에는 매년 극한 호우가 나타나고 있다”며 “한반도 주변 바다가 뜨거워지면서 수증기를 머금은 공기들이 너무 많아졌다. 이번 폭우와 같은 파괴적인 현상을 이루는 필요조건들이 갖춰진 것”이라고 말했다.
반기웅·오경민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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