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P 벽을 넘어라"… 베트남 '탑 5' 손보사 꿈꾸는 현대해상

하노이(베트남)=이창섭 기자 2025. 7. 21.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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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금융강국 코리아]⑦-<1>보험침투 3% 미만 베트남, 현대해상-VBI가 뚫는다
현대해상이 투자한 베트남 손보사 VBI의 모회사인 VB 건물. 베트남에선 2위의 국영상업은행이다./사진=이창섭 기자.

VBI(VietinBank Insurance)는 베트남 7위 손해보험사다. 지난해 기준 시장 점유율은 5.2%. '탑 5' 회사에 안착하려면 시장 점유율을 약 1%P(포인트) 올려야 한다. 이 특명을 완수하기 위해 현대해상 하노이 사무소는 현지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베트남 하노이에서 머니투데이와 만난 나용식 현대해상 사무소장은 VBI 이사회 멤버다. 현대해상은 VBI 지분 25%를 가진 2대 주주다. 현대해상은 2019년 6월 VBI 지분을 인수하면서 전략적 파트너로서 경영에 긴밀히 참여하고 있다.

베트남은 보험시장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나라다. 국내 보험사가 놓쳐선 안 될 시장이다. 베트남에서 보험시장 침투율(국내총생산 대비 보험료 비율)은 3% 미만, 수입보험료 규모는 전 세계 43위(한국 5위)에 불과하다. 현지 국민의 낮은 보험 상품 인식은 VBI와 현대해상의 걸림돌이기도 하다.

베트남에서 오토바이의 경우 의무 보험이지만 법적 보상 한도가 낮다. 실질적인 피해 보상은 잘 이뤄지지 않는다. 가령, 사망 사고 한도는 1억5000만동(약 850만원) 상해 치료는 최대 7000만동(약 400만원) 재산 피해는 5000만동(약 280만원)으로 보상 수준이 높지 않다.

현재 베트남에선 개인이 필요에 의해 추가 보상 한도를 구매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비율은 높지 않은 상황이다. 아무리 보험사가 홍보와 광고를 해도 고객 수요가 많지 않다. 아직은 베트남 경제와 보험시장의 성숙을 기다려야 할 시기다.

그럼에도 VBI는 다른 현지 손보사보다 유리한 점이 있다. 베트남 2위 국영상업은행인 VB(VietinBank)가 모회사다. 모회사 VB와의 방카슈랑스 채널이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한다. 이러한 안정적인 채널 기반과 VB의 강력한 지원이 다른 손보사와는 다른 VBI가 가진 가장 큰 강점이다.


2019년 32개 현지 보험사 중에서 15위였던 VBI는 이후 7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VBI 성장에는 2대 주주인 현대해상의 힘이 컸다. VBI와 현대해상은 매년 한국과 베트남에서 번갈아 가며 '운영위원회'를 열고 교류한다. 운영위원회 세미나에서 현대해상은 한국의 선진적인 보험 시스템이나 상품을 소개하고, VBI는 여기서 사업 아이디어를 얻어간다.

대표적으로 현대해상의 자동차 보험금 지급 온라인 프로세스가 있다. '한국에선 사고가 나면 온라인에선 얼마 이하 소액 건은 이렇게 처리한다'는 내용을 현대해상이 알려주면, VBI는 이를 참고해 현지에서 영업을 전개한다. 나 소장은 "베트남에도 휴대폰에 익숙한 젊은 세대가 많은데 VBI도 이를 도입하면 장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VBI는 상품 판매 채널을 온라인으로 더 넓힐 생각이다. VBI는 은행인 모회사를 활용해 방카슈랑스 영업 노하우를 쌓았다. 지금은 베트남 현지의 다른 은행과도 방카슈랑스 영업을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판매 채널이 방카슈랑스에 지나치게 집중되면 리스크도 크기에 이를 다변화할 필요성도 있다.

이에 VBI는 고객 편의를 위한 온라인 시스템, 대표적으로 개인 보험이나 자동차 보험 사고에서의 온라인 접수·보험금 지급 등을 지속해서 개발 중이다.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베트남에서 신뢰받는 보험사 3위를 기록했다.

현대그룹 계열사인 현대·기아차와의 협업 시너지도 기대된다. 지난해 기준 베트남 완성차 시장에서 현대·기아차는 각각 3위와 6위를 기록했다. 두 회사 모두 현지 파트너사와 협력하면서 긍정적인 브랜드 인지도를 구축 중이다. 현대해상은 VBI의 자동차 보험 인프라를 확대하면서 현대·기아차와의 시너지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나용식 현대해상 하노이 사무소장/사진=이창섭 기자.


나 소장은 "베트남에서 자동차 수요가 많아지면 자동차 보험 외에도 추가로 필요한 보장이 있을 텐데 한국의 EW(보증기간 연장)와 같은 서비스가 대표적"이라며 "가령 보험 상품으로 차량의 무상 수리 보장 기간을 더 늘려주는 식으로 니치마켓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해상의 중장기적 목표는 VBI를 베트남 현지 5위권 손보사로 만드는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VBI 시장 점유율은 5.2%로 5위 회사의 6.1%를 따라잡으려면 0.9%P를 더 끌어올려야 한다. 나 소장은 "한국도 마찬가지이지만 시장 점유율 0.1%P를 올리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현대해상이 VBI를 인수한 지는 6년이 넘었고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다. VBI는 지난해 기준으로 약 150억원의 세후 이익을 냈다. 이제 현대해상의 시선은 베트남에만 머물지 않는다. 인도네시아와 인도 등 다른 신흥 시장으로의 진출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들 지역도 베트남과 마찬가지로 보험시장의 잠재적인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크다. 다만 인도네시아와 인도는 다른 보험사도 진출을 노리고 있어 경쟁이 치열하다. 베트남의 VBI와 같은 괜찮은 회사를 발견하더라도 인수 가격에서 합의를 보기 어려울 수 있다.

현대해상은 이들 시장에서 기존 보험사 지분 인수, 보험중개사 인수 또는 설립, 현지 보험사와의 JV(조인트 벤처) 설립 등 다양한 진출 옵션을 열어두고 검토 중이다. 실제로 여러 해에 걸쳐 로컬 파트너사와 JV 설립 타당성 검토, 지분 인수를 위한 협상 등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직 시기를 구체화하긴 어렵지만 시장 기회를 포착하는 시점에 맞춰 적절한 방식으로 진출에 재도전할 계획이다.

나 소장은 현대해상의 VBI 지분 인수를 '탁월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VB라는 튼튼한 모회사를 둔 회사를 타깃으로 들어왔기에 안정적으로 세후 이익도 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대해상과 VBI의 미래와 관련해선 "베트남은 30세 이하 인구가 47%를 차지하는 등 젊은 인구가 많아 앞으로 보험 수요가 급격히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대해상 선진 보험 노하우를 바탕으로 베트남 손해보험 시장의 성장에 기여하고, 자사 해외사업 부문의 큰 원동력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하노이(베트남)=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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