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선수들] 피겨선수 차준환 "피지 못하고 지는 꽃 없었으면"

정세진 기자 2025. 7. 21.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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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국내 최초 피겨 실업팀 창단 차준환 선수 영입
비인기종목 실업팀 없어 대학 졸업 후 은퇴 이어지기도
하얼빈동계올림픽서 선수층 두꺼운 일본선수에 역전극
차 선수 "피겨 저변 확대 위해 더 많은 실업팀 창단 바람"
[편집자주] 축구장, 복싱 링, 태권도 매트, 육상 트랙, 빙판 위에서 땀을 흘리는 서울시 '직원'들이 있다. 서울시 직장운동경기부(실업팀) 선수들이다. 비인기 종목 저변을 확대하려는 서울시의 지원으로 24개 종목, 26개팀, 189명의 선수들이 서울시의 유니폼을 입고 오늘도 구슬땀을 흘린다. 머니투데이는 격주로 서울시 실업팀 선수들을 인터뷰해 연재한다.

피겨스케이팅 차준환 선수 인터뷰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주변에 재능이 있는데 환경 때문에 피겨를 그만두는 사례를 많이 봤어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꽃을 피워보지도 못하고 그만두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피겨 프린스, 남자 김연아, 한국 남자 피겨 간판. 두 번의 올림픽에 출전하고 동계아시안게임 피겨 남자 싱글에서 한국 선수 최로로 금메달을 목에 건 차준환 선수(24)도 대학을 졸업하면서 걱정이 앞섰다고 한다. 한국에는 피겨 스케이팅 실업팀이 없어 대학을 졸업하면 선수를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대학 졸업 후 선수생활을 이어가려면 활동 지역의 '일반 선수'로 등록해야 했다. 일반 선수는 일정한 소득 없이 연간 수천만원에 달하는 장비와 훈련 비용을 자비로 부담해야 한다.

차 선수의 고민을 해결해 준 건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피겨 스케이팅(피겨) 실업팀을 만든 서울시였다. 서울시는 지난 5월 피겨 실업팀 1호로 차 선수를 영입했다. 지난 17일 서울 노원구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만난 차 선수는 "서울시 실업팀에 입단하지 않았다면 일반 선수로 활동하면서 올림픽을 준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준환 선수 주요 경력/그래픽=임종철

차 선수는 빙판 위에서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을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초등학교때 스케이트를 처음 신은 차 선수는 2017년부터 올해까지 9년 연속 국내 피겨 종합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다. '남자 김연아'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지난 2월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남자 싱글 피겨에서 차 선수의 무대를 본 국내외 해설진은 "완벽하다" "마치 동화속에 있는 것 같다" "우리는 차준환의 시대를 살고 있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천부적 재능에 치열한 노력이 더해져도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 건 쉽지 않았다고 한다. 차 선수는 "피겨는 상금이 큰 스포츠가 아니다보니 훈련비, 안무비, 의상비 이런 걸 개인이 감당하기 어렵다"라며 "부모님한테 많이 의지할 수밖에 없는데 가족들의 도움과 헌신 없이는 할 수 없는 스포츠"라고 했다. 한국 선수 최초로 세계선수권대회 은메달을 획득하고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비시즌에는 일본 아이스쇼에 출전했다. 선수 활동비를 보태기 위해서다.

피겨스케이팅 차준환 선수 인터뷰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차 선수는 지난 2월 하얼빈 아시안게임 남자 피겨 싱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선수층이 훨씬 두껍고 기업 후원도 많이 받는 일본 선수를 상대로 거둔 대역전극이었다. 차 선수는 "일본에선 성인이 되어서도 자기가 좋아서 스케이트를 타는 경우가 많다"며 "그렇다 보니 일본 선수 중엔 활동 후반부에 잠재력이 터지면서 기량을 끌어 올린 경우도 많다"고 했다.

차 선수가 더 나은 훈련 환경만을 위해 실업팀에 입단한 건 아니다. 한국 피겨 종목의 저변 확대에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차 선수는 "지금은 서울시 피겨팀의 1인 선수지만 다른 지자체 피겨팀도 생겨나 더 많은 선수들이 입단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며 "연봉도 받으면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면 부담을 덜고 동기 부여도 더 잘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어린 꿈나무부터 중고등학교, 국가대표, 상비군까지 모든 한국 피겨 선수들이 열심히 하고 있는데 지원이 더 확대됐으면 좋겠다"며 한국 피겨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더 많은 실업팀이 생겨야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는 "어렸을 땐 더디게 성장하던 선수도 자기만의 리듬과 힘을 찾으면 성인이 된 선수 생활 후반부에 잠재력이 터지는 사례가 많다"며 "꽃을 피워보지 못하고 그만두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시청 소속으로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은 제 개인에게도 큰 영광"이라고 했다.

서울시 직장인 운동경기부/그래픽=임종철

서울시는 피겨를 포함해 비인기 종목의 유망 체육인을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해 국민체육진흥법과 서울시 조례에 근거해 '서울시 직장운동경기부(실업팀)'를 운영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시정 철학인 '약자와의 동행'과 상통하는 비인기 스포츠 지원이다. 올해 약 240억원의 예산으로 비장애인팀 24개 종목, 189명의 선수와 장애인팀 8개 종목, 45명의 선수를 육성하고 있다. 서울시 체육회 관계자는 "실업팀은 한국 스포츠의 근간"이라며 한국 피겨 저변 확대를 위해 내년 선수를 추가로 영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구종원 서울시 관광체육국장은 "서울시 직장운동경기부 선수들이 올해 주요 국내외 대회에서 서울을 대표해 최상의 환경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게 체계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비인기종목 유망 선수들이 소외되지 않고 더 많은 기회와 지원을 받을 수 있게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정세진 기자 sej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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