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와 함께] "정맥류 없는 하지정맥류가 더 위험하다"

유시혁 기자 2025. 7. 21. 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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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정맥류는 다리의 정맥 혈관에 혈액이 고인 상태를 말한다. 혈관이 두드러지거나 실핏줄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지만 외견상 드러나지 않는 하지정맥류도 있다. 국내에서 하지정맥류 관련 논문을 가장 많이 쓴, 건국대병원 박상우 교수를 만났다.

[우먼센스] 혈액은 동맥을 통해 산소와 영양소를 공급하 고, 이산화탄소와 노폐물을 수거해 정맥을 통해 심장으로 되돌아온다. 동맥의 혈액은 심장의 펌프질에 의해 쉽게 이동하지만 정맥 을 통해 돌아오는 과정에서 근육(특히 종아 리근육)과 정맥판막의 도움이 필요하다.

근육은 혈액을 쥐어짜 심장 쪽으로 보내준 다. 박상우 건국대학교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는 "'쭈쭈바'를 눌러 짜는 원리와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정맥판막은 피의 역류를 막아주는 댐 역할을 한다. 정맥의 혈액은 중력에 의해 아래로 내려가려 하기 때문에 정맥 혈관 곳 곳에 판막이 자리 잡고 혈액이 거꾸로 내려 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판막이 느슨해지거나 손상되면 혈 액이 아래로 내려와 정맥 혈관의 일정 부위 에 고이게 된다. 박상우 교수는 "정맥은 동맥 과 달리 '자립성이 없는 자식'이라고 할 수 있 다"며 "자립성이 없기 때문에 근육이나 판막 이라는 장치를 통해 혈액을 심장으로 보내야 하는데, 이것이 원활치 못한 상태가 하지정 맥류다"라고 말했다. '류(瘤)'는 혹처럼 두툼 한 모양을 말한다.

하지정맥류의 정식 병명은 '만성정맥부전'이 다. 보통 굵은 혈관이 피부 밖으로 울룩불룩 드러나지만 외견상 드러나지 않는 하지정맥 류도 있다. 이를 '정맥류 없는 하지정맥류'라 고 하는데 이 또한 치료해야 한다.

박 교수는 국내 하지정맥류 진료를 대표하는 의사 중 한 명이다. 그는 2014년 팔다리의 혈 관 질환을 전문적으로 치료할 목적으로 팔다 리혈관센터를 개설해 센터장으로서 관련 진 료를 이끌고 있다. 2016년 미국 시애틀병원 에서 순간접착제를 이용해 정맥을 폐쇄하는 치료법(일명 베나실 치료)을 배워 와 같은 해 에 국내에서 처음 시행했다.

하지정맥류는 수술 치료와 비수술 치료가 있 다. 수술 치료는 기능을 상실한 정맥 혈관을 뽑아내고, 비수술 치료는 혈관을 폐쇄해 치 료한다. 비수술 치료로는 레이저 폐쇄술, 고 주파 폐쇄술, 접착제 폐쇄술, 기계화학 폐쇄 술 등 4종이 있다.

하지정맥류는 정맥판막 이상이 원인

판막이 힘을 잃고 혈액을 위로 올려주지 못해 발생

박상우 건국대학교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Q. 하지정맥류는 왜 만들어집니까?

정맥을 통해 혈액을 심장으로 올려 보내려 면 2가지 역할이 중요합니다. 첫째, 종아리 근육이 혈액을 짜줘야 해요. 둘째, 피가 중 력에 의해 거꾸로 내려오지 않도록 정맥판 막이 역류를 막아줘야 해요. 판막의 힘이 약 해져 피가 역류해 고이는 상태가 하지정맥류입니다.

Q. 판막이 고장 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작년 한 해 동안 하지정맥류로 진료를 받은 여성이 16만 2,183명으로 남성 7만 4,806명에 비해 2 배 이상 더 많은데, 그 이유도 궁금합니다.

유전적인 요인도 있고, 오래 서 있는 직업, 비만, 임신 등이 주요 원인입니다. 오래 서 있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판막이 계속 힘을 받으니까 문제가 생기기 쉽죠. 여성호르몬 도 영향을 줍니다. 여성호르몬이 혈관 근육 을 느슨하게 해 판막에 문제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또 임신을 하면 복압이 증가해 주변 정맥이 눌려 혈액이 심장으로 올라가는 데 저항을 받아 정맥류가 생길 수 있어요. 이런 이유로 여성에게 하지정맥류 발생 빈도가 높습니다.

Q. 교수님도 하지정맥류를 경험하셨다고요?

6년 전 오른쪽 다리에 쥐가 많이 나서 검사 해봤더니 정맥에 역류가 있었어요. 국내에 서 많이 시행하는 치료법 중 기계화학 폐쇄 술을 이용해 치료받았습니다. 시간은 15분 정도. 요즘은 왼쪽 다리도 조금 안 좋아 조만간 치료받을까 합니다.

Q. 하지정맥류가 많이 생기는 연령대가 있나요?

특정 연령대라기보다는 나이가 들수록 잘 생깁니다. 젊은 여성에게도 발생하지만, 70 대가 넘어가면 70% 이상이 하지정맥류를 가지고 있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증상이 있 느냐 없느냐, 혈관이 보기 싫게 튀어나오느 냐 아니냐의 차이일 뿐이죠.

피부에 궤양 생기면 치료 복잡해진다

밤에 쥐 나거나 한쪽 다리 붓는다면 진료받아야

Q. 하지정맥류 증상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가장 흔한 게 튀어나온 정맥이고, 다음이 밤 에 쥐가 나거나 근육이 오그라드는 증상입 니다. 그다음은 부종입니다. 특히 한쪽 다리 만 붓는다면 정맥 질환을 의심해야 합니다. 양쪽이 붓는다면 심장이나 콩팥 등 다른 전 신 질환도 확인해야 하고요. 그리고 다리 색 깔이 갈색으로 거무튀튀하게 변하는 색소침 착이 생깁니다. 심해지면 피부 궤양이 발생 합니다. 궤양이 생기면 치료가 매우 복잡하 고 어려워지므로 색소침착 단계 이전에 병 원을 방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밤에 다리가 저리거나 통증이 있을 때도 하 지정맥류를 의심해야 하나요?

네, 가능성이 있습니다. 환자마다 통증을 표 현하는 방식이 다양해요. 근육이 오그라든 다, 다리가 터질 것 같다, 뒤틀린다, 따갑다 등등이요. 자다가 그런 통증이 있다면 하지 정맥류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리 저림은 신경통인지 정맥통인지를 구별해야 하는데, 애매한 경우가 많아요. 다리가 저리면 척추 전문 병원에 먼저 가는데, 거기서 괜찮다고 하면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 만 이런 경우 진료를 해보면 20명 중 1명은 정맥에 이상이 있습니다.

Q. 하지정맥류는 어떻게 진단합니까?

정맥 초음파검사를 합니다. 이 검사는 15~30분 정도 걸리고 안전하니 다리가 불 편하거나 붓는다면 전문의를 찾아가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Q. 혈관이 두드러지지 않는 '정맥류 없는 하지 정맥류'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혈관이 튀어나오진 않지만 밤에 쥐가 나거 나 다리가 붓거나 색소침착 등의 증상이 나 타나는 경우를 말합니다. 혈관이 튀어나온 정맥류보다 더 나쁘다고 할 수 있어요.

Q. 정맥류 없는 하지정맥류가 더 위험하다고요?

정맥류는 눈에 띄기 때문에 병원을 빨리 방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눈에 띄게 튀어나온 정맥류가 없는 경우, 즉 정맥류 없 는 하지정맥류는 다른 병인 줄 오해해 늦게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아요. 따라서 치료가 늦어져 치료 기간이 오래 걸리고 복잡해질 수도 있습니다.

Q. 혈관들이 거미줄처럼 가느다랗게 피부에 나 타나는 거미양 정맥류 때문에 괴로워하는 여성들도 있습니다.

거미양 정맥류도 정맥류로 분류되지만, 병 적인 측면보다 미용적 측면에서 신경 쓰일 뿐입니다. 특별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아요. 저는 고령자에게는 특별한 불편함이 없다면 주름살이나 흰머리처럼 생각하고 굳이 치료 할 필요 없다고 말합니다.

수술 치료와 비수술 치료 4종

모두 치료 효과는 같아

Q. 하지정맥류를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 이 왜 중요한가요?

심해지거나 오래되면 궤양으로 진행될 수 있고, 궤양이 생기면 치료가 어렵고 오래 걸 려요. 빨리 치료하면 할수록 제거해야 할 혈 관 개수나 치료 범위가 줄고 재발률도 낮아 집니다. 빨리 치료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합니다.

Q. 하지정맥류를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심부 정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예전에는 "혈전이 만들 어져 다리를 잘라야 한다"거나 "심장으로 날 아갈 수 있다"는 식으로 겁을 주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건 거의 가능성이 없는 얘기입 니다. 하지정맥류는 표재정맥(피부 바로 아 래에 위치한 정맥)에서 발생하는데, 표재정 맥에서 혈전이 만들어져 심부정맥을 거쳐 심장으로 가는 일은 없기 때문이에요. 또한 비수술 치료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만든 혈 전이 다른 곳으로 넘어가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는 아주 드물어요. 제가 치료한 환자 중 에는 그런 경우가 한 번도 없었습니다.

Q. 자가 진단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다리를 올리거나 압박 스타킹을 신었을 때 편안하다면 정맥 문제일 가능성이 높습니 다. 이렇게 해봐도 다리 저림이 그대로라면 정맥이 아니라 신경 문제일 수 있고요. 특히 아침에 일어났을 때 다리가 불편하다면 신 경 문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맥 환자들 은 보통 오후나 저녁에 증상이 심해지기 때 문입니다.

박상우 건국대학교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Q. 비수술 치료인 레이저, 고주파, 접착제, 기 계화학 폐쇄술은 어떤 특징이 있나요?

레이저와 고주파 폐쇄술은 열을 이용해 혈 관을 태우는 방식입니다. 시술 중 주변 신 경이나 조직에 영향을 줄 수 있어 팽창 마취 (시술을 위해 피부 아래 조직에 마취제 용액 을 주입해 해당 부위를 부풀게 만드는 처치법)와 수면 마취가 필요하고, 시술 후 압박 스타킹을 착용해야 합니다. 접착제 폐쇄술 은 베나실이라는 순간접착제를 사용해 혈 관을 붙이는 방식이에요. 열을 이용하지 않으므로 팽창 마취나 수면 마취가 필요 없 고, 압박 스타킹도 신을 필요가 없어 환자 편의성이 월등히 좋아요. 하지만 알레르기 반응 발생 빈도가 높다는 단점이 있어요. 우리 병원 통계로는 약 16%에서 알레르기 가 생깁니다. 기계화학 폐쇄술은 경화제라 는 약을 사용해 혈관을 굳게 만드는 방식입 니다. 역시 열을 사용하지 않아 팽창 마취 가 필요 없지만, 압박 스타킹은 착용해야 해요. 각 방법은 장단점이 명확하며, 환자 의 혈관 상태, 발생 위치, 나이 등을 고려해 가장 적합한 방법을 선택합니다. 모든 치 료법의 폐쇄 성공률은 수술과 거의 동일합니다.

Q. 접착제 폐쇄술은 어떤 알레르기를 일으키나요?

시술 부위가 붉어지고 두드러기가 날 수 있지만 항히스타민제나 소염제를 쓰면 쉽게 치료됩니다. 그러나 아주 드물게 전신에 두드러기가 생길 수 있는데, 이 경우는 스테로이드 주사 치료를 해야 합니다.

Q. 수술과 비수술 치료 중 어떤 걸 권하세요?

치료 결과는 수술이나 비수술 치료나 다 똑 같습니다. 그런데도 수술보다 비수술 치료 를 많이 하는 이유는 회복이 빠르고 일상생 활 복귀도 빠르기 때문이에요. 수술은 건강 보험이 적용되기 때문에 환자 부담 비용이 비수술에 비해 훨씬 적어요.

Q. 비수술 치료는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나요?

비수술 치료는 아직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됩 니다. 실손보험은 비수술 치료에도 적용되 는 경우가 많지만, 하지정맥류는 과잉 진료 논란이 있습니다.

조깅과 걷기가 예방에 도움 된다

잠잘 때 다리를 높이 두거나 종아리 마사지를

Q.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이 하지정맥류를 만 들기도 합니까?

이코노미 클래스 증후군이라는 건 비행기를 오래 타거나 같은 자세로 오래 앉아 있을 때 다리가 심하게 붓는 증상인데, 하지정맥류 를 일으키는 경우는 드물어요. 오히려 심부 정맥에 혈전을 만들어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습니다. 표재정맥과 달리 심부정맥에 생 긴 혈전은 양이 많고 심장으로 날아가 폐동 맥 혈전증을 유발할 수 있어요. 장거리 비행 중이라면 주기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걷거 나 종아리 마사지를 해주는 것 이 중요합니다.

Q. 예방 방법이 있을까요?

조깅이나 걷기 같은 운동이 중 요합니다. 근육을 많이 움직 여야 하니까요. 오래 서 있는 직업을 가진 사람은 까치발을 자주 들어주는 것이 좋아요. 다리를 심장보다 약간 높게 올 리고 자는 것도 좋고, 저녁에 종아리 마사지를 해서 정맥 혈 액순환을 돕는 것도 도움이 됩 니다.

Q. 어떤 증상이 있을 때 반드시 병원에 가야 하나요?

밤에 쥐가 나거나 붓거나 색소 침착이 있을 경우 반드시 병원 을 방문해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야 합니다.

CREDIT INFO

박상우 교수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이수했다.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조교수를 거쳐 현재 건국대학교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및 팔다리혈관센터 센터장으로 재임 중이다. 국내에서 하지정맥류 관련 논문을 가장 많이 쓴 의사로 알려져 있다. SCI급 논문만 55편을 썼다.

 

취재 김공필(헬스콘텐츠그룹 기자)

사진 김정선(Studio Lalala), 게티이미지뱅크

유시혁 기자 evernuri@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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