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책] 소비쿠폰과 승수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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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둬들이는 세금보다 더 많은 돈을 쓰는 것에 익숙해진 것은 세계가 1930년대 대공황을 겪고 난 이후부터였다.
하나는 정부가 재정 지출을 하면 지출하는 금액보다 훨씬 큰 생산 및 소득 유발효과가 있다는 것으로, 이를 '승수효과'라고 했다.
이러한 논리의 연장선에서 정부가 돈을 풀되 그것을 국민에게 나눠주기보다는 차라리 정부가 직접 시장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것이 생산과 고용 창출에 더 낫다는 주장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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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재정 지출금액보다 더 큰
생산·소득 유발효과 내기 위해
저축·소비연기할 수 없게 지급
사용처 주소지 지역으로 한정
침체된 지역경제 회복에 기여

거둬들이는 세금보다 더 많은 돈을 쓰는 것에 익숙해진 것은 세계가 1930년대 대공황을 겪고 난 이후부터였다. 걷는 세금만큼 쓰는 것을 건전재정 또는 균형재정이라고 부른 데서 알 수 있듯 정부가 빚지는 것을 받아들이긴 쉽지 않았다. 그러다 대공황을 겪으면서 건전재정을 넘어선 재정 지출의 필요성이 강조됐는데, 여기에 이론적 기초를 제공한 사람이 케인스(J. M. Keynes)였다.
정부가 빚을 져도 좋다는 것을 설득하기 위해 케인스는 두가지 논리를 제시했다. 하나는 정부가 재정 지출을 하면 지출하는 금액보다 훨씬 큰 생산 및 소득 유발효과가 있다는 것으로, 이를 ‘승수효과’라고 했다. 그와 함께 정부 지출 증가로 생산과 소득이 늘어나면 세금이 더 걷힐 수 있고, 또 당장은 재정 적자가 나더라도 경기가 좋아졌을 때 더 걷힌 세금으로 갚으면 된다는 논리를 폈다.
케인스가 제안한 승수이론은 당시로는 매우 파격적이었는데, 이 승수효과가 제대로 나타나기 위해서는 풀린 돈이 저축돼 장롱으로 들어가지 않고 계속 돌아야 한다는 조건이 뒤따른다. 그 때문에 정부가 현금으로 국민에게 돈을 주려고 할 때 저축할 가능성이 높은 고소득자를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주장이 공감을 얻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의 연장선에서 정부가 돈을 풀되 그것을 국민에게 나눠주기보다는 차라리 정부가 직접 시장에서 물건을 구입하는 것이 생산과 고용 창출에 더 낫다는 주장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국민에게 그냥 돈을 나눠주면 분명 그 돈을 모두 쓰지 않고 장롱 속에 넣어두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정부가 2차 추가경정예산으로 마련한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1차로 모든 국민에게 최소 15만원에서 최대 45만원까지, 2차로 소득 상위 10%를 제외한 나머지 90% 국민에게 10만원을 추가로 지급한다. 정부의 소비쿠폰 지급을 보면서 케인스가 제시했던 승수효과를 깊이 고민했음이 느껴진다.
고소득층도 소비쿠폰 지급 대상에서 완전히 빼지 않는 대신 저축할 수 없도록 현금이 아닌 소비쿠폰 형태로 주는 것이 대표적인 부분이다. 게다가 시한을 정해 일상생활과 밀접한 소비처에서 쓰도록 함으로써 소비를 무기한 연기하는 것도 불가능하게 막아놓았다. 나아가 저소득층에 더 많은 소비쿠폰을 지급하기로 한 것은 당연히 저소득층을 위한 사회보장적 배려 차원이지만, 이에 더해 상대적으로 저축할 여력이 미미한 계층이 더 빨리 쿠폰을 소진할 것이기에 승수효과의 발현을 앞당기리라는 확신도 작용했을 것이다.
또 한가지 주목할 것은 소비쿠폰의 사용처가 주소지(특광역시 주민은 해당 특광역시, 도 지역 주민은 해당 시·군)로 한정된다는 점이다. 이것은 정부가 국민에게 제공하는 구매력이 일정한 지역 반경 안에서 소비되도록 함으로써 승수효과를 그 공간 안으로 제한하기 위함이다. 돈이 지역을 이탈하지 않고 그 안에서만 순환한다면 추락의 위협에 놓인 지역경제의 회복에도 직접 기여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과 같은 정부의 소득이전이 물론 자주 되풀이될 수는 없다. 경제 회복은 근본적으로 생산에서 일어나야 하고 또 생산에서만 가능하다. 적자재정을 무릅쓰고 쏘아 올린 모처럼의 돈 풀기가 우리 경제의 도약에 불을 지피는 큰 승수효과로 화답하길 기대한다.
김대래 신라대 글로벌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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