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감정 고스란히… 은빛 청춘 ‘멜로디’ 꽃 피우다

수상자 소감

강원도 어르신들의 잔칫날이었다. 지난 16일 속초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제4회 강원도 경로당 실버트롯 경연대회’는 무대 위의 참가자 뿐만 아니라 객석의 어르신들도 마음껏 춤추고 웃고 노래하며 젊은 날의 그 시절로 돌아간 모습이었다. 대한노인회 강원도연합회와 강원도민일보가 공동 주최하고, 도경로당광역지원센터·대한노인회 속초시지회가 주관한 이번 대회에는 경로당 회원과 가족 등 관객 모두가 청춘의 노래를 만끽했다. 수상의 영광을 차지한 어르신 가수 7명을 소개한다. 음악은 세대불문,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진다.

▲ 지난 16일 속초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제4회 강원도경로당실버트롯 경연대회 수상자들의 공연 모습. 왼쪽부터 심명관·이옥선·최은옥·전경자·이병곤·김성대·황순자 어르신.

“인북천 강가서 연습·물로만 목 축여”
■ 최우수상 심명관(69·인제 원통 6리 경로당)

특유의 중저음으로 관객의 탄성을 자아내며 최우수상을 수상한 심명관 어르신의 뒷모습에는 말 그대로 “피 터지는 연습”이 있었다. 대충 임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곡 선정부터 심혈을 기울였다. 평소 좋아하는 발라드 트로트 계열 중에서 “평이한 노래는 아니면서도 감정 표현이 중요한 곡”으로 윤향기의 ‘별이 빛나는 밤에’를 택했다. 강약 조절이 중요한 만큼 “숙이는 부분은 숙이고, 지르는 부분은 지르기 위해 인북천 강가에서 연습했다”고 전했다. 공연 당일 밥을 먹지 않고 물로만 목을 축이는 등 목 관리도 철저했다. 덕분에 “떨리지 않고 편안하게 공연을 마쳤다”며 여유로운 무대매너를 보여줬다. 중학생 시절부터 가수의 꿈을 품었지만 당시 사회 분위기상 예술인의 길을 걷기는 어려웠고, 이후 다른 일을 하며 살아왔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앞으로도 일상을 충실히 살아갈 계획이다. 무대 기회가 또 주어진다면 그때도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꿈이 무엇인지 묻자 “좋은 사람들과 소주 한 잔 마시며 재미있게 노래하며 살아가는 것, 그게 내 꿈”이라며 웃어보였다.

“노래 삶의 중심, 무대 오른 것 자체 감동”
■ 장려상 김성대(72·속초 부영아파트3단지 경로당)

유쾌한 에너지를 발산한 김성대 어르신은 노인대학의 ‘귀염둥이’다. 응원단의 박수에 손을 흔들고 춤을 추기도 한 그는 “음악을 좋아하고 사교적인 성격이지만, 엄한 국가유공자이신 아버지의 뜻에 따라 가수의 꿈은 접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음악에 대한 애정은 이어져 고등학교 졸업 후 DJ 활동을 하기도 했다. 그는 “즐겁고 후회 없이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무대에서 관객 호응이 있어서 신이 났다”고 말했다. 특히 “함께 응원 온 노인대학의 열혈 팬들 덕분에 행복했다”고 전했다.

“노인대학 열혈 팬 덕택 흥 올라”
■ 장려상 전경자(72·강릉 노암한라1차 경로당)

27살에 강릉중앙시장에서 횟집을 열어 어느덧 40년을 넘긴 전경자 어르신은 꿈을 꿀 새도 없이 치열하게 살았고, 마흔을 넘겨 노래의 즐거움을 만났다. 일주일에 두 번 노래교실을 찾는 일이 바쁜 장사 중 소중한 활력이다. 3년 전 암 수술도 음악과 함께 이겨냈다고 전한 그는 “자기 전에도 음악을 틀고, 자다가도 음악 소리에 눈을 뜰 만큼 노래는 삶의 중심”이라고 밝혔다. 벚꽃축제, 단오 행사 등에서 여러 상을 받은 이력도 있다.그는 “무대에 오른다는 것 자체가 감동이고 감사했다”고 말했다.

“곡 분위기 맞춰 제스처 줄이기 노력”
■ 우수상 최은옥(68·원주 용암1리귀래 경로당)

잔잔하면서도 선명한 음색으로 현미의 ‘보고 싶은 얼굴’을 선보인 최은옥 어르신은 단정한 회색 원피스에 분홍색 스카프로 포인트를 준 차림으로 무대에 올랐다. 평소 “노래를 즐기기만 하자” 생각하며 살아왔다는 그는 “목소리와 잘 어울리는 곡을 고민하다 선택했다.곡 분위기에 맞춰 제스처를 줄이기 위해 일부러 노력했다”고 밝혔다. 이어 “잘하는 분들이 많아 기대하지 않으려 했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호명을 기다렸다”며 “이름이 불렸을 때 감사하고 감동적이었다. 큰 상을 주셔서 지금 이 기쁨만으로도 만족한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세상살이에 잊고 산 유년시절 꿈”
■ 인기상 황순자(69·정선 증산경로당)

중음과 고음 사이 단단한 목소리를 가진 황순자(69) 어르신은 트로트에 대한 애정을 유감없이 드러냈다. 그는 “스물한 살에 결혼하며 가슴에 묻었던 꿈”이었지만, 여전히 트로트를 들으면 “그 시절이 떠오르고 감수성에 젖는다”고 했다. 지금까지 녹음한 테이프만 수십 개, CD도 여러 장을 만들었다고 한다. 사북 석탄문화제 대상 수상 경력도 갖고 있다. 그럼에도 “정선 대표로 무대에 선다는 부담이 컸다”며 “리허설까지도 떨었지만 본무대에서는 행복했다”고 밝혔다. 김진형·안현 기자

“트로트 들으면 그 시절 감수성 젖어”
■ 장려상 이병곤(70·평창 면온2리 경로당)

호소력 있는 창법으로 청중을 집중시킨 이병곤 어르신은 “대회가 잔치처럼 느껴졌다. 돌아오는 길에 함께 저녁 먹은 하루가 전부 행복했다”고 회상했다. 말 못하고 살아온 실버 세대 남성들의 노래 같아서 곡 ‘남자는 말합니다’를 선택했다는 그는 “젊은 시절 가수를 꿈꿨지만 세상살이에 잊고 살았다”고 말했다. 다만 노래에 대한 애정만큼은 꾸준히 간직해 노래방 기계를 들여 수시로 연습했다. 그는 “떨리면서도 좋았다. 강원도가 실버 대회를 개최해줘 고맙고 자랑스럽다”고 덧붙였다.

“나이는 숫자 불과…노래 애정 가득”
■ 우수상 이옥선(72·태백 상장문학 경로당)

깊고 풍부한 음색을 지닌 이옥선 씨는 강한 고음에서 뻗어나오는 음색으로 호평을 받았다. 성악가 같다는 관객의 반응처럼 그의 어릴 적 꿈은 성악가였다. 어르신 역시 학창시절 성악의 꿈이 있었지만 형편상 꿈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늦게나마 노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자 최선을 다해 노래해 실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노래를 하면 마음이 부드러워지고, 세상이 아름다워 보인다”며 노래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생각하며, 즐겁게 노래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갈 준비가 되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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