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덜룩 그림세상 알록달록 밝힌다

하영란 기자 2025. 7. 20.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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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작가 6인 특별전 '그림은 인연이다'
31일까지 진영역철도박물관 갤러리 전시
강동우·김민석·신상현·윤종원 등 6명 참여
김민석_강동우 작가 작품

발달장애작가 6인 특별초대전 '그림은 인연이다'가 진영역철도박물관 갤러리에서 지난 2일부터 31일까지 전시 중이다. 참여 작가는 강동우, 김민석, 신상현, 윤종원, 예지한, 천예진(중3) 6명이다. 윤종원, 예지한, 신상현 작가는 성인발달장애인 주간활동 쉴가인센터에서 활동하고 있다.

지난 19일 오후 2시 비와 함께 전시장을 찾았다. 전시장은 고요를 밀어내고 그림이 말을 걸어왔다. 갤러리 안으로 들어선 이후에 '발달장애작가'의 전시란 것을 잊었다. 순수한 눈으로 본 세계가 말을 걸어왔고 상상력은 경계를 넘어서고 있었다. 색감들은 화려한 아동들의 옷들을 연상하게 했다. 세계의 경계를 무장 해제시킨 그림들이 동화 속으로 데리고 갔다. 맑은 영혼들이 색을 통해 상상력으로 말하고 있었다. 이러저러한 것 속에 싸여있는 틀과 규범을 넘어선 듯했다.

그림에 대해 이야기해 줄 그 어떤 이도 만날 수 없어서 진영역철도박물관 김영민 학예사와 통화하며 이 전시를 기획한 분을 소개해달라고 했다. 김해미협을 통해 전시 의뢰가 들어왔다는 답변을 들었다. 김해미협 문영정 회장을 통해 '권기회 작가와 이시윤 작가'가 전시를 의뢰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권기회 작가는 바쁜 사정으로 이시윤 작가를 연결해줬다.
예지한_신상현 작품

이시윤 작가를 통해 6인의 발달장애작가들의 활발한 활동을 들었다.

먼저 작가 6인의 '작가노트'를 통해 전시된 그림 이야기를 전한다.

김민석 작가의 '작은 소녀와 커다란 고래'는 "처음엔 낯설고 멀게 느껴지지만 바라보는 순간, 말이 없어도 전해지는 따뜻한 마음이 흐르기 시작한다. 고래는 마음 깊은 곳의 친구다. 말하지 않아도 내 마음을 알아주는 존재는 바로 엄마이다. 그 따뜻함을 그림 속에 담고 싶었다. 물고기 떼는 우리를 둘러싼 여러 감정과 기억들이다.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어지럽지만 그 속에 소중한 우정이 숨어 있는 순간들을 그렸다"고 말한다.
윤종원_바닷속 여행

강동우 작가 그림은 '펭수를 모티브로 하고 있다. 처음 펭수를 봤을 때 당당하고 솔직하면서도 엉뚱한 매력에 끌렸다. 펭수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표현할 수 있게 해주는 친구 같다. 펭수를 통해 유쾌하고 당당하게 세상과 소통하고 싶었다. 그림 속 펭수는 자유의 여신상이, 우주를 정복하는 영웅이 되기도 한다. 어쩌면 제가 되고 싶은 모습이기도 하다. 윤종원 작가('바닷속 여행')는 "'알록달록한 물고기들이 바닷속에서 함께 여행하고 있는 모습을 그렸다. 파란 물고기, 분홍 물고기, 무지개 물고기가 서로 친구가 돼 즐겁게 헤엄치는 모습을 그리며 마음이 신나고 행복했다"고 한다.

천예진 작가('음식들의 성')는 중학교 3학년이다. 중1 때부터 그림을 본격적으로 그렸다. '어릴 때부터 캐릭터를 좋아했고 지금도 캐릭터 그리기가 제일 재미있다. 제가 좋아하는 음식들을 성처럼 가득 쌓아 올려 하나의 마을을 상상해 봤다. 햄버거, 팝콘, 아이스크림, 라면, 피자, 초콜릿··· 각각의 음식들이 얼굴과 표정을 가지면, 정말 재미있을 것 같았다. 이 성에 사는 음식들은 서로 사이좋게 살고 있다. 다양한 모양, 맛, 성격을 가진 친구들이지만 함께 있을 때 더 맛있고, 더 즐겁고, 더 따뜻한 세상이 된다. 검은 배경은 음식들의 색이 더 눈에 띄게 하기 위한 장치다. 그 속에서 작고 귀여운 생명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상상하며 그렸다"고 말한다. 예지한 작가('여우의 숲')의 그림 속에는 "초록빛 숲속에 귀여운 여우 한 마리가 숨어 있다. 햇살이 반짝이는 숲속에서 여우는 새소리를 듣고, 풀잎 사이로 바람이 부는 소리를 들으며 쉬고 있다"고 한다.

신상현 작가 그림은 "알록달록 핀 꽃 아래, 엄마닭, 아빠닭, 병아리들이 모여 밥을 먹고 놀고 있는 모습이다. 제가 꿈꾸는 행복한 하루를 담았다"고 한다. 이시윤 작가는 전화 인터뷰와 서면 질문 답변을 통해서 6인의 작가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천예진_음식들의 성

"강동우 작가는 '펭수 작가'로 불릴 만큼 자신만의 캐릭터와 색깔을 지닌 작품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으며, 김민석 작가는 '엄마를 향한 사랑'을 고래와 꽃이라는 상징으로 표현하며 따뜻하고 감성적인 화풍을 보여주고 있다. 두 작가는 김해미술대전, 양산미술대전 등의 공모전에서 수상도 하고 올해는 국제미술대전, 진영철도박물관, 초등학교 갤러리 등에서 초대전을 열며 작가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지고 있다.

이들의 활동은 단지 두 사람에 머무르지 않았다. 그들의 꾸준한 성장과 진심은 주변 발달장애 청년들에게도 자극이 되었고, 지금은 천예진, 예지한, 신상현, 윤종원 등 여러 발달장애인 작가들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자기만의 이야기를 작품으로 풀어내며 예술가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고 있자면, 시작은 미미했지만 울림은 깊었다."

이어 "강동우, 김민석 작가와의 인연은 그들이 고등학교를 졸업한 직후, 스무 살이 되던 해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는 부산광역시의 장애인보급사업을 통해 처음 만났다. 당시 나는 이 프로그램에서 발달장애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일상생활훈련, 사회적응훈련, 취업훈련, 여가활용 지도 등을 맡고 있었고, 동우와 민석이는 그 대상자들이었다."

또 "2년간 계산하는 법을 배우고, 지하철을 타고 여가 활용을 하고, 카페에서 주문하는 법, 취업연습 등을 하며 진짜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훈련을 했다. 그리고 그 노력의 결과로 두 사람 모두 '피자헛'에 취업했다. 그곳에서 무려 14년을 성실하게 근무하며 신뢰를 쌓았고, 마침내 작년 8월 '브라보 비버'라는 또 다른 회사에 취업해 지금도 안정적이고 만족스러운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고 했다.

발달장애인에서 예술가로 성장한 과정 뒤에는 시스템과 누군가의 헌신적인 도움과 사랑, 소망이 자리잡고 있었다. 발달장애인작가 6인의 작품 속에 밝은 빛이 함께 빛나고 있었다. 그것은 아마도 함께 살아가기 위해 낮은 곳을 품는 모든 이들의 빛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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