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백화점에 누가 쇼핑하러 가나요”…Z세대 ‘와인 놀이터’ 됐다는데

박윤균 기자(gyun@mk.co.kr) 2025. 7. 20.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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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코로나 단절’ 경험
Z세대에 소통·교류 기회 제공
새 고객 유입 효과 ‘일석이조’
현대百 ‘와인 만남’ 1만명 대박
패션·칵테일 등 동호회 확대
롯데백화점 ‘런 클럽’도 인기
지난달 14일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유명 브런치 레스토랑 사델스에서 열린 현대백화점의 와인 멤버십 ‘와지트’ 론칭 파티가 고객들로 붐비고 있다. [현대백화점]
백화점 등 유통업계가 ‘Z세대(1990년대 중반~2010년대 후반 출생)’의 오프라인 소통과 교류를 위한 연결고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대면과 인적 교류에 대한 갈망이 큰 Z세대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동시에 이들을 새로운 고객층으로 확보할 수 있어 ‘일석이조’ 효과를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최근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Z세대를 연결해 커뮤니티를 조성해주는 ‘리커넥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Z세대를 타깃으로 삼은 이유는 단절 시대를 경험한 세대 특성 때문이다. 이들은 코로나19 팬데믹 때 학창 시절을 보내거나 신입사원으로 재택근무를 하며 오프라인 연결의 결핍을 깊이 체감했다. 이후 돌아온 대면문화 속에서 인적 교류와 소속감의 효용성을 크게 느끼는 세대이기도 하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Z세대는 디지털 네이티브로 오히려 디지털 피로도가 높고 코로나19로 고립을 경험한 데다, 일상과 취향을 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화면으로 공유하는 세대여서 같은 관심사를 오프라인에서 나누는 매력이 더욱 크게 다가갈 수 있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지난달 14일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유명 브런치 레스토랑 사델스에서 열린 현대백화점의 와인 멤버십 ‘와지트’ 론칭 파티가 고객들로 붐비고 있다. 현대백화점
실제로 지난 5월 22일 현대백화점은 ‘와지트(WAZIT·Wine+Azit)’라는 이름으로 와인 멤버십을 출시해 한 달 만에 회원 1만명을 확보했다. 핵심 콘텐츠는 분기에 한 번꼴로 오픈하는 ‘오프라인 파티’다. 와인을 주제로 한 토크 콘서트, 갈라디너, DJ 공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제공된다.

첫 오프라인 만남은 지난달 14일 서울 성수동에 있는 유명 브런치 레스토랑 ‘사델스’에서 진행됐다. 멤버십 회원 200명 한정으로 판매한 입장권은 오픈 당일 완판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고객들은 다음 파티 일정과 콘텐츠를 문의하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파티에 참석한 노혜지 씨(22)는 “와인 전문가나 유명 시음 레스토랑 인스타그램을 팔로만 할 때는 내가 느꼈던 궁금증을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와지트 파티는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을 직접 대면하고 생각도 나눌 수 있어 훨씬 생생하게 체감할 수 있는 경험이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와인 멤버십은 Z세대 사이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와지트 전체 회원 1만명 중 1995~2006년생(20~30세) 회원이 51%로 집계됐다. 현대백화점은 백화점 점포를 활용해 1000명 이상이 모일 수 있는 대형 오프라인 미팅도 추진할 예정이다.

앞서 현대백화점은 리커넥트 프로젝트 중 하나로 Z세대의 관심이 높은 러닝과 디저트를 활용한 오프라인 경험을 제공해 큰 호응을 끌어내기도 했다. 지난 3월 더현대 서울에서는 나이키 주관 마라톤 대회 ‘애프터 다크 투어’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다. 러닝 용품 판매가 아닌, 러너를 위한 만남의 장이 주된 콘텐츠였고 일주일간 1만3000여 명이 다녀갈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디저트 마니아들이 SNS에서 핫한 디저트를 현대백화점 점포에서 직접 찾아다니며 디저트 맛집 지도를 완성하고 현장에 모여 함께 시식하는 온·오프라인 융합형 디저트 페스티벌도 열었다.

현대백화점은 이 프로젝트를 영업과 마케팅, 상품 운영 등 다양한 사업 부문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더현대 서울은 2030세대 VIP 200~250명 규모로 운영되는 오프라인 프라이빗 클럽 ‘수아레(SOIREE)’를 기존 칵테일파티 콘셉트에서 명품·뷰티 브랜드 인플루언서와의 만남 등 취향 맞춤형 패션 트렌드 콘텐츠로 확장할 예정이다. 팝업스토어나 정규 매장에 커뮤니티형 신개념 매장 모델을 적용하는 것도 추진한다. 러닝 관련 브랜드와 정기 러닝 세션이 결합한 매장을 비롯해 트래킹 클래스가 운영되는 아웃도어 매장, 독서 모임을 조성해 주는 문학 굿즈숍 등 다양한 형태를 검토 중이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몰 지하 1층 ‘나이키 라이즈’ 매장 <사진=롯데백화점>
유통업계 전반에서도 비슷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5월 잠실점에 러닝 콘셉트 매장인 ‘나이키 라이즈’를 열었다. 기본적으로 내부에 ‘커뮤니티 존’을 마련했으며, 이 장소에 러닝화나 옷을 보관할 수 있는 라커룸 서비스, 전문가 솔루션을 받을 수 있는 체크인 데스크 등을 갖췄다. 또한 주 1회 주기로 올림픽공원 일대를 함께 뛰는 런클럽도 운영하고 있다.

CJ올리브영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내 ‘셔터’라는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이들 중 일부를 뽑아 ‘셔터브리티’라는 자격을 부여하고 포인트 혜택 등을 제공한다. 이들이 누리는 핵심 콘텐츠 중 하나가 뷰티 인플루언서 초청 및 네트워킹이 제공되는 오프라인 파티다.

룰루레몬 해외 매장에서는 영업을 마친 매장이 요가 클래스를 진행하는 스튜디오로 변신하는 사례도 있다. 고객들에게 함께 운동하는 경험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게 브랜드와 제품에 대한 친밀도를 높이는 효과도 있다. 국내에서는 최근 성수동에서 대규모 요가 클래스를 진행했고, 현대백화점 목동점에서 ‘룰루레몬 목동 스토어와 함께하는 도심 속 웰니스 클래스’가 열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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