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칼럼]소비가 미덕인 순간이 왔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2025. 7. 20.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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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회복을 위한 소비쿠폰 신청 접수가 이번주부터 시작된다. 경기 부진과 온라인 쇼핑 확대로 이미 어려움을 겪던 자영업자들은 불법계엄으로 소비와 투자 심리마저 위축돼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 현재의 어려운 상황은 경제지표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하다.

자영업자에 대한 정부 지원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나뉜다. 하나는 직접적인 비용 지원이고, 다른 하나는 매출 증가를 통한 간접 지원이다. 1차 추가경정예산에서 시행된 부담 경감 크레디트는 전자에 해당하는 타깃형 비용 지원 정책이었다. 하지만 시간도 오래 걸렸고, 50만원 상당의 지원이 자영업자들에게 이 난관을 타개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는 미지수다. 반면 이번 소비쿠폰은 후자에 해당하는 정책으로,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높여 자영업자들의 매출 증대를 도모하는 방식이다.

정부가 자영업자의 매출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은 매우 제한적이다. 인공지능(AI)에 대한 투자를 늘린다고 해도 장기적으로는 도움이 되겠지만, 단기적으로는 체감되는 지원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공무원들이 골목골목 다니면서 식당마다 먹고 다니며 정부 지출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유일한 방법이 가계에 돈을 주고 소비에 나서게 하는 이전 지출뿐이다. 선진국에서도 경기 부양을 위한 소비쿠폰 정책을 자주 활용한다. 미국의 경기부양 수표, 일본의 지역진흥 쿠폰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소비쿠폰 정책 효과의 핵심은 가계의 한계소비성향에 있다. 한계소비성향은 지급받은 소비쿠폰 중 가계가 얼마를 지출할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항상소득가설과 같은 전통적인 소비이론들은 정부의 긴급 지원금과 같은 갑작스러운 소득 증가의 소비 효과에 대해 보수적인 전망을 제공한다. 평상시의 한계소비성향은 20% 정도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코로나19와 같은 경제위기 순간에는 70% 가까이 올라갔다. 사회적 거리 두기 같은 외부적 제약이나 유동성 제약, 외생적 불확실성의 발생 때문에 소비가 위축된 경우에는 소비 증가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자영업 비중이 높은 경우 수혜 대상이 많아 효과가 더 클 수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자영업자 비중은 20% 정도로 미국의 6%보다 3배 이상 높고, 일본의 9%보다도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자영업자 비중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국민이 정책의 직접적 수혜를 누릴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국내총생산(GDP) 0.1% 증가 정도로 기획재정부나 한국은행이 예상하고 있는 소비쿠폰의 효과는 과소평가됐을 가능성이 있다. 정부가 작은 효과를 보고하고 있는 이유는 근본적으로 예측 모형에 작은 한계소비성향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평상시와 코로나19 시기의 중간 어딘가에 있다고 보는 편이 합리적일 것이다. 거기에 이번 소비쿠폰은 사용 기간이 제한돼 있고, 용처와 지역이 한정돼 있다는 점도 경기 부양 효과를 제고하는 포인트가 된다.

소비쿠폰 정책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기는 하다. 총수요가 증가하면 필연적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발생한다. 다행히 한국은행의 예측에 따르면, 그 크기는 상대적으로 작고 천천히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소비쿠폰의 규모와 지급 방식이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정도는 아니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소비쿠폰 정책을 바라보는 적절한 관점은 ‘응급 처치’로 이해하는 것이다. 배가 아파서 병원 응급실에 가면 진통제가 들어간 수액을 맞는다. 이 수액은 당장의 고통을 완화해주는 역할을 하지만, 무병장수하게 해주는 명약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소비쿠폰은 성장률을 일시적으로 높일 수는 있지만, 그 자체가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을 보장해주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이번 민생회복 소비쿠폰 정책의 성패는 우리가 얼마나 소비에 나서느냐에 달렸다. 받은 것을 남김없이 써주는 것이 우리 경제의 쿠션 역할을 해온 자영업자들에 대한 연대가 된다. 그 과정을 통해서, 위축됐던 우리의 소비심리가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된다면 우리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소비쿠폰은 단순한 지원금이 아니라 경제 회복을 향한 우리 모두의 협력이자, 어려운 시기를 함께 극복해나가는 연대의 상징이다. 소비가 미덕인 순간이 왔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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