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음모론 전파자에서 주인공으로…거세지는 ‘엡스타인’ 역풍
기자·머독에 100억달러 소송
‘마가’도 실망감에 원성 높여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른바 ‘제프리 엡스타인 파일’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이후 역풍이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엡스타인의 친분 및 트럼프 대통령의 부적절한 언행을 조명하는 보도가 나오자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를 고소하며 겁주기에 나섰지만 이와 유사한 보도가 계속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기자 두 명과 해당 언론사의 모회사인 뉴스코퍼레이션 창립자 루퍼트 머독 등을 상대로 100억달러(약 14조원)를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플로리다 남부지법에 제기했다. 그는 WSJ의 악의적 허위 보도로 인해 자신의 명예가 훼손되고 금전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전날 WSJ는 트럼프 대통령이 2003년 엡스타인의 50번째 생일을 축하하면서 외설적인 그림을 그린 편지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19일에도 트럼프 대통령과 엡스타인의 친분을 보여주는 보도가 나왔다. 모델 출신 스테이시 윌리엄스는 CNN 인터뷰에서 엡스타인과 교제했던 1993년 트럼프 대통령이 엡스타인 앞에서 자신의 신체 부위를 더듬었다고 폭로했다.
의혹 제기가 계속되는 와중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엡스타인 파일 공개를 거부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지지 기반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에서 정적으로 표변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와 극우 인플루언서 리즈 휠러, 극우 성향의 정치평론가 닉 푸엔테스와 캔디스 오언스 등도 소셜미디어에 행정부의 엡스타인 문건 비공개 방침을 비난했다.
엡스타인 파일 공개 요구는 2019년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수감된 뒤 자살한 금융인 엡스타인이 정·재계 유력 인사들이 포함된 성접대 명단을 갖고 있다는 음모론과 관련돼 있다. 마가 지지자들은 지난해 대선 유세 기간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당선되면 엡스타인 문건을 공개하겠다고 약속한 것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을 백악관으로 복귀시키는 데 기여한 (마가) 팟캐스트 진행자들이 최근 몇주 동안 행정부 전략에 급격히 반발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지지층과 정치적 갈등에 휘말리게 됐다”고 전했다. 미국의 정치평론가 찰리 사이크스는 “트럼프는 음모론의 산물이자 전파자다. 그는 대통령직에 오르기 위해 이를 이용했다”며 “음모론이 그를 괴롭히고 있다는 것은 엄청난 아이러니”라고 분석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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