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어디부터 손대야 할지…” 수해 주민들 ‘망연자실’

주성학 기자 2025. 7. 20.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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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폭우 피해 복구 구슬땀>
집안 청소·폐기물 배출 산 넘어 산
31사단 장병·자원봉사자 손길 ‘힘’
신안교 주민들 “차단막 피해 키워”
지난 17일부터 광주·전남에 최대 600㎜ 이상의 극한호우가 쏟아져 주택, 상가, 도로 곳곳이 침수된 가운데 20일 광주 북구 신안교 인근 마을에서 시민들이 흙탕물이 채 마르지 않은 물건들을 쌓아놓고 복구작업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김애리 기자
“뭐부터 어떻게 해야 할 지……막막하네요.”

20일 오전 9시30분께 광주 북구 신안동 신안교 인근 주택가 주민들은 너도나도 사흘간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로 입은 침수 피해 복구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폐기물 정리와 청소가 이미 이뤄졌는지 수거 차량엔 물을 뒤집어 쓴 옷장, 책상, 의자 등 가재도구가 가득 실려 있었고 골목 곳곳에는 흙탕물이 채 마르지 않은 냉장고, 세탁기, 장판, 이불 등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전날까지 비를 퍼부은 하늘이 야속하게도 이날은 또 가민히 서있기만 해도 땀이 날 정도의 쨍쨍한 햇볕을 보내 주민들의 얼굴에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이런 그들을 조금이나마 위로한 건 곳곳에서 달려온 자원 봉사자들과 31사단 장병들이었다.

골목 곳곳의 집집마다 배치된 이들은 젖은 가구와 가전제품, 이불을 옮기는 것부터 물청소, 배수 등 모든 작업에 함께했다. 그 덕에 침수 피해 가구 주민들은 한숨을 돌릴 수 있었으나, 정상화까진 “아직 멀었다”고 입을 모았다.

광주의 대표적인 침수 취약지 중 하나인 이곳 주민들은 지난 17일 대피 당시 대부분 아무것도 챙기지 못한 채 몸만 빠져나올 수밖에 없었다며 당시의 긴박한 상황을 전했다.

평생을 이곳에서 살아왔다는 김선태(61)씨는 “비가 내린 첫 날 2분도 안 돼서 집 앞까지 찬 물이 상반신까지 올라오는 걸 보고 정신이 아찔했다”며 “장마가 끝났다고 해서 올해는 별 피해가 없을 것으로 안심했는데 이게 무슨 일인가 싶다”고 토로했다.

인근 주민 이모(50대)씨는 “자원봉사자들 덕분에 청소는 조금 수월하지만, 젖은 벽지를 뜯고 스며든 물기를 말리는 데 며칠은 걸릴 것”이라며 “요즘 경제 사정도 어려운데 비용까지 생각하면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북구 용강동 하신마을에도 수해 복구 작업이 한창이었다.

경로당 앞 마을 공터에는 침대, 가전제품, 장롱 등이 사람 키만큼 쌓여 있었는데, 햇볕을 받으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악취를 풍겼다.

마을 토박이 김선상(58)씨는 “지난 17일 두 분만 계시는 부모님이 걱정돼 찾아갔더니 집 안에 이미 물이 차고 있었다”며 “경로당에서 함께 밤을 보내다 새벽에 잠깐 나와봤는데 주변이 사람 키만큼 잠겨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침수 피해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번처럼 본채까지 물이 들어온 적은 없었다”며 “복구를 생각하면 앞이 캄캄하다. 정부가 신속하게 도와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한편 이날 신안교 인근 주민들이 침수 피해를 키운 요인으로 ‘홍수방어벽’을 지목해 향후 책임 소재 등에 대한 공방이 예상된다.

주민들은 “당시 반대가 심했는데 설치된 시설”이라며 “방어벽 밑으로 물이 빠지게 설치된 구멍이 쓰레기에 막혀 제 역할도 못했다”고 지적했다.

/주성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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