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데없이 임직원에 자사주 주는 상장사들…'소각 의무 회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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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상장사들이 이달 들어 자기주식(자사주)을 처분해 임직원 상여금·성과급 지급에 나서고 있어 눈길을 끈다.
자사주를 지급하는 건 사기 진작과 책임 경영을 도모하는 보상 체계 중 하나이면서, 유사시 경영권 안정을 위한 우호 세력 확보 수단이기도 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1~18일 총 16곳의 상장사가 상여·격려금 및 성과급 지급을 이유로 자사주를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자사주 처분으로 시중에 유통되는 주식 수가 늘어나면 기존 주주들의 가치가 희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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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급부터 상여·격려금, RSU까지 다양
우수 인력 확보 및 책임 경영 도모 차원
"주주 환원 차원서 자사주는 소각이 원칙" 주장도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국내 상장사들이 이달 들어 자기주식(자사주)을 처분해 임직원 상여금·성과급 지급에 나서고 있어 눈길을 끈다. 자사주를 지급하는 건 사기 진작과 책임 경영을 도모하는 보상 체계 중 하나이면서, 유사시 경영권 안정을 위한 우호 세력 확보 수단이기도 하다. 다만, 정부가 추진 중인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회피하기 위함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1~18일 총 16곳의 상장사가 상여·격려금 및 성과급 지급을 이유로 자사주를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이중 유가증권시장은 7곳, 코스닥은 9곳이었다.
유가증권시장에선 넥센(005720)이 지난 15일 공시를 통해 보통주 3만 9730주(약 2억 9241만원)를 처분해 직원 격려금으로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넥센 측은 “직원 동기부여 및 사기 진작 목적으로 기능직 사원을 대상으로 자기주식을 지급하는 것”이라고 했다. 교부 대상은 근속 1개월 이상의 재직 중인 기능직 사원 410명이다.
지난 8일에도 세방전지(004490)가 자사주 13만 2924주(91억 4517만원)를 처분해 직원들에게 지급한다고 했다. 회사 측은 “회사 자기주식 보유계좌에서 직원 증권계좌로 입고할 예정”이라면서 구체적인 지급 사유는 공시하지 않았다.
코스닥에선 서한(011370)이 보통주 270만주(26억원)를 처분, 회사의 장기 성장 및 우수 인재 확보를 위해 임직원 대상으로 자사주를 지급하고 사내복지기금에 무상 출연한다고 지난 17일 밝혔다. 회사 측에 따르면 이중 200만주는 임직원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에 대한 교부용, 70만주는 사내복지기금 출연용이다.
때아닌 성과급을 지급하는 사례도 있었다. 오상자이엘(053980)은 자사주 10만주(3억 8900만원)를 처분해 임원 특별 성과급으로 지급한다고 지난 15일 알렸다. 회사 측은 “시장에서 매도하지 않고, 해당 임원의 증권계좌로 직접 지급한다”고 설명했다. 대체로 기업들의 성과급 지급은 연말 혹은 연초에 몰리기 마련인데, 그 시기가 이례적인 셈이다.
“자사주, 소각이 원칙…성과급 등은 회피 수단의 여지 있어”
업계에선 의견이 분분하다. 회사가 자사주를 교부하는 것 자체는 우수 인력을 확보하고 직원들의 책임 경영을 이끄는 방안이라는 것이다.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안을 내면서 정부 정책에 발맞추고 있는 여당도 임직원에 대한 성과 보상 등에 한해서는 자사주 취득을 허용하는 조항을 두고 있다. 대체로 임직원이 받는 자사주는 물량 자체가 많지 않으므로, 설사 시중에 유통돼도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이유도 있다.
그럼에도, 최근 들어 정부의 주주 환원 기조에 따라 자사주를 소각해야 한다는 주장이 더 큰 힘을 받고 있다. 자사주 처분으로 시중에 유통되는 주식 수가 늘어나면 기존 주주들의 가치가 희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주 환원은 현 정부의 핵심 공약 중 하나로, 증시를 부양해 ‘코스피 5000 시대’를 만들겠다는 계획의 일환이다. 최근 들어 자사주를 소각하는 대신, 담보로 삼아 교환사채(EB)를 발행한 일부 기업들이 비판을 받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탓인지, 남양유업(003920)은 성과 공유 차원에서 1546명의 전 직원에게 1인당 16주(총 2만 4736주)를 무상 지급한다면서, 별도로 자사주 13만 1346주를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자사주를 소각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활용하면 주가 상승 및 주주 환원으로 이어질 수가 없다”면서 “소각 의무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볼 여지가 많다”고 지적했다.
권오석 (kwon032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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