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칼럼] 부산대의 침체, 부산의 위기
대학 위기에 도시경쟁력↓…대학, 부산발전 열쇠 돼야
“우리대학(부산대) 교수님들이 말하는 ‘우리대학’이 어딘 줄 아세요? SKY를 졸업한 교수님 상당수는 현재 몸담고 있는 대학이 아닌, 그들이 졸업한 학교를 우리대학이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서울지역 대학에서 자신들을 불러주기를 바라죠.” 최근 만난 부산대 교수의 넋두리다. 지도(전공) 교수가 이런 마음이니, 부산대 학생들의 사기 저하는 물론, 많은 학생이 자질과 성적이 우수한 인재임에도 서울소재 대학으로 가지 못했다는 열패감을 갖고 있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일부 사례에 그치겠지만 부산대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했다.
한때 ‘부산 최고의 학벌’ ‘지방의 서울대’ 등으로 불렸던 부산대가 흔들리고 있다. 입시 경쟁률은 수도권 대학에 못 미치고, 주요 학술성과도 타 거점국립대학보다 낮거나 엇비슷하다. 대학순위는 10위 권 중반대에서 20위 권 사이다.
문제는 지표와 인식의 괴리다. 세계적으로 공신력 있는 영국 QS 글로벌 대학 2025 평가에서, 부산대는 아시아 대학 81위, 국내 종합대학 11위였다. 전년도 아시아대학 평가 90위보다 9계단 상승했고, 국내 거점국립대학 중에서는 1위였다. 이처럼 평가 측면에서 부산대는 지방 국립대 중 선도적 역량과 글로벌 성장세를 보이지만 인지도와 영향력은 훨씬 못하다.
실제 지역 중고등학생이나 학부모들의 의식 속에 “부산대 주요 학과는 건홍동(건국대 홍익대 동국대) 라인”(종종 더 낮게)으로 평가받고, 중경외시(중앙대 경희대 한국외국어대 서울시립대)보다 한참 낮은 서열로 인식된다. 80, 90년대 학번은 받아들이기 힘든 말이겠지만, ‘부산 수험생이 건국대와 부산대 둘 다 합격하면 건국대로 간다’가 정설이 된 지는 오래다. ‘비수도권’ 소재라는 핸디캡 앞에서 부산대는 객관적인 지표와 통계는 명함도 못 내민 채 ‘인서울’ 대학이 아닌, 그냥 지방대일 뿐이다.
부산대의 쇠락은 대학 상권 몰락에도 영향을 미쳤다. 1990년대 2000년대 초 지하철역에서부터 학교 정문까지 인파에 떠밀릴 만큼 북적였던 장전동 시절을 기억한다면, 지금 부산대 앞은 이른 저녁시간부터 ‘불꺼진 거리’로 불릴 만큼 침체돼 있다. 유동 인구는 전성기 때 절반 이하로 줄었고, 청년 창업 공간도 급감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4분기 기준 부산지역 상가 공실률은 부산대 앞이 23.4%로 부산 최고(전국 5위)였고, 2위인 남포동 상권(17.9%)보다 5%포인트 이상 높았다. 관할 지자체인 금정구청에 따르면 올 1월 기준 점포 246곳 중 95곳이 공실이며, 해당 점포들의 월 평균 매출액도 2022년 191억 원, 2023년 174억 원, 2024년 153억 원으로 해마다 감소한다. 최근 이곳은 부산시 지역상권위원회로부터 자율상권구역으로 승인, 온누리상품권 가맹점 등록과 함께 상가임대차 계약에 관한 특례 등을 적용받을 수 있지만 침체된 상권을 얼마나 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역거점국립대학은 지역사회와 산업, 문화 생태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핵심 축이다. 부산대의 입시결과 정체와 실제보다 낮게 치부되는 위상, 상권 공실 등은 도시 경쟁력 저하의 바로미터다. 부산대의 위기를 단순히 한 대학의 문제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부산은 침체의 경고등이 켜진 지 오래다. 부산시는 제조업 기반이 약화된 이후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지 못한 채 고령화·저출생, 인구 유출이라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전국 순위 100위권 기업은 전무하며, 1000위 내 기업은 지난해 기준 31개 사 뿐이다. 수도권은 반도체 바이오 AI 등 고부가가치 산업에 집중하며 세계적 기업과 연구소를 유치하는 데 반해, 부산은 쇠퇴한 전통산업 자리를 대체할 신산업 기반이 허약하다. 경기 침체 장기화에 소비를 뒷받침할 젊은 인구마저 수도권으로 줄줄이 떠나면서 지난해 1분기 자영업자 수는 31만7000명으로 전년 대비 4만 명(11.3%)이나 줄었다. 부산대가 경쟁력을 잃으면서 지역경제의 엔진 역할을 하지 못하고 인재 이탈과 상권 침체, 도시경쟁력 하락이라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더 늦기 전에 부산 발전을 위한 지역거점국립대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 행정과 대학이 물리적으로 연결돼 공동으로 부산형 산학협력 모델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시는 부산대를 지역혁신의 거점으로 삼아 지역산업과 연계된 R&D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부산대는 지역 기업·지역 사회 등과 연계된 연구를 통해 지역 경제 기여도를 넓혀야 한다. 정부도 지역소멸을 막기 위한 전략이 대학 살리기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점을 알고 ‘서울대 10개 만들기’ 공약 등을 제대로 실행해야 할 것이다.

대학 없는 도시는 지속 가능하지 않고, 도시 없는 대학은 존재 의미를 잃는다. ‘지역거점국립대’라는 말이 수사가 아닌 도시 성장의 열쇠로 작동할 때 부산이 살고, 인재도 돌아오게 된다.
임은정 편집국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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