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487> 조선 후기 박태무가 지리산 유람하고 내려오면서 읊은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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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겹겹이 중첩되고 물은 몇 굽이나 돌고(山幾重重水幾回·산기중중수기회)/ 석양 녘 길 따라 앞으로 가니 벌써 화개라네.
유람 코스는 진주-사곡-옥종 모한재도구대-덕천서원-내대-남대암-천왕봉-불일암-쌍계사-신응사(신흥사)-칠불암-화개-악양-곤양 등이다.
칠불암에서 화개까지 내려오는 길은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지난주 남부지방에 쏟아진 폭우로 화개 인근이 또 물에 잠길 듯해 주민들이 밤잠을 설치며 애를 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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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겹겹이 중첩되고 물은 몇 굽이나 돌고(山幾重重水幾回·산기중중수기회)/ 석양 녘 길 따라 앞으로 가니 벌써 화개라네.(夕陽前路已花開·석양전로이화개)/ 잇따라 평평한 백사장에 기러기 맞장구치듯 내려앉고(也應落雁平沙外·야응락안평사외)/ 밝은 달 외로운 배도 내 돌아오길 기다렸다네.(明月孤舟待我廻·명월고주대아회)
위 시는 조선 후기 경남 진주 출신 서계(西溪) 박태무(朴泰茂, 1677~1726)의 ‘화개로 가는 도중에’(花開途中·화개도중)로, 그의 문집인 ‘서계집(西溪集)’ 권 1에 수록돼 있다. 그가 지리산을 유람한 후 지은 ‘유두류산기행(遊頭流山記行)’ 36수의 시 중 하나이다. 박태무는 60세인 1736년 가을에 지리산을 유람하였다. 유람 코스는 진주-사곡-옥종 모한재도구대-덕천서원-내대-남대암-천왕봉-불일암-쌍계사-신응사(신흥사)-칠불암-화개-악양-곤양 등이다. 그는 지리산뿐 아니라 금강산 등도 유람할 만큼 산수 유람을 즐겼다. 박태무는 지리산 정상인 천왕봉에 올랐다가 쌍계사로 내려와 칠불암으로 갔다. 칠불암에서 범왕마을을 거쳐 계곡 길을 따라 신흥으로 내려왔다. 신흥에서 화개동천(花開洞川) 옆으로 꾸불꾸불 잔도(棧道)처럼 난 길을 따라 걸었다. 지금은 계곡 옆으로 난 도로가 칠불사까지 이어져 있다. 칠불암에서 화개까지 내려오는 길은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 이렇게 깊은 곳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산이 겹겹이다.
물도 몇 굽이나 도는지 헤아릴 수 없다. 범왕마을 쪽에서 내려온 물은 의신마을 위쪽 벽소령 아래 삼정마을 쪽에서 내려온 물과 신흥에서 만난다. 그렇게 만난 물은 목압서사가 있는 목압마을에서 크게 돌아 쌍계사 앞에서 불일폭포에서 내려온 물과 또 만난다. 현재 정금마을의 차밭 위쪽에 세워져 있는 정금정(井琴亭)에 서서 아래쪽으로 보면 이 물은 여러 개 S자 모양으로 구불구불 돌아 화개에서 섬진강으로 흘러 들어간다.
지난주 남부지방에 쏟아진 폭우로 화개 인근이 또 물에 잠길 듯해 주민들이 밤잠을 설치며 애를 태웠다. 다행히도 침수는 되지 않았다. 2020년에 화개장터를 포함한 화개면 소재지가 물에 잠겨 큰 피해가 있었다. 며칠간 밤새 퍼붓는 빗소리와 계곡물 소리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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