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성단] 야단법석에 표류하는 치수대책

“사망실종 120명 재산피해 142억” 1984년 9월 3일 자 경인일보 1면 톱 제목이다. 태풍 ‘준’이 그해 8월 31일부터 단 3일 동안 쏟아낸 폭우로 경기, 인천, 서울이 쑥대밭이 됐다. 경인지역 사망·실종자만 47명에 달했다. 수도권 대홍수에 홍수통제소는 소양강댐 붕괴 직전까지 방류를 막았다. 북한이 쌀 5만석 등 구호물자를 보냈을 정도였다. 고양군 한강제방도 붕괴될 뻔 했다. 제방에 생긴 물구멍을 민관군이 겨우 틀어막았다.
84년의 경고는 무의미했다. 90년 9월 태풍 ‘토드’가 중부지방에 9일부터 나흘간 장대비를 퍼부었다. 6년 전 사흘 폭우를 견딘 고양군 한강제방이 나흘째 되는 날 붕괴됐다. 7개 읍면 83개 리가 물바다가 됐다. 이때도 민관군이 제방 물구멍을 막으려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9월 18일 국회 건설위에서 의원들이 행주대교 남단 수중보를 제방 붕괴의 원인으로 지목하자, 건설부는 ‘무관하다’고 일축했다. 복구한 제방 위로 자유로가 뚫리고 일산신도시가 들어서자 제방 붕괴는 귀신이 곡할 영역에 봉인됐다.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쏟아진 폭우로 전국에서 14명이 사망하고 12명이 실종됐다. 남부에 집중된 피해가 20일 새벽 가평을 기습해 2명이 사망하고 6명이 실종됐다. 태풍 없는 기습폭우가 반복되는 이상기후가 정상기후로 자리잡는 중이다. 피해가 반복될 때마다 인재 논란이 일고 치수대책이 도마에 오른다.
이명박 정부가 2009년 착공해 2년 만에 16개 보를 설치한 4대강 사업이 지금까지 논란이다. 16개 보는 갈수기 때 ‘녹조라떼’ 오염의 주범이 되고, 홍수 때는 ‘물받이’ 효자가 된다. 보수와 진보의 견해가 물고 물린다. 2020년 낙동강과 섬진강 제방이 동시에 붕괴되자, 4대강 사업 반대파는 낙동강 제방 붕괴가 합천창녕보 탓이라 했고, 지지파는 섬진강 제방 붕괴가 4대강 사업에서 빠진 탓이라 했다. 문재인 정부는 4대강 보해체를 추진했고, 윤석열 정부는 취소했다. 이재명 정부는 다시 4대강 재자연화를 공약했다.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연천 아미천댐 등 14개 기후대응댐 건설계획도 전면 재검토 대상이 됐다.
진보와 보수 정당, 환경단체와 유역 농민의 이념과 가치가 충돌하고 이해가 엇갈리는 야단법석에 나라의 치수대책이 오락가락이다. 대자연의 보복이 현실이 된 기후 위기에 이처럼 한가해도 되나 싶다.
/윤인수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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