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승계의 늪에 빠진 인천 산업단지, 살려야 한다

최근 주말 드라마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는 한 작품이 있다. 3대가 대를 이은 90년 전통 가족 기업(양조장)을 배경으로 이야기는 흘러간다. 회차 초반, 갑작스런 대표의 부재로 해당 기업은 잔존 위기를 맞는다. 대표의 가족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가업을 물려받는 걸 주저한다. 사업에 관심이 없어 가업 승계를 거부하거나, 명문 사립대학의 교수로 임용될 정도로 능력이 뛰어나거나, 본인의 본업을 놓고싶지 않다는 이유 등으로 해당 기업은 결국 폐업 직전의 상황까지 몰린다.
결국 드라마 주인공인 대표의 아내가 남편의 뜻을 이어가겠다며 가업승계를 결정한다. 그러나 높은 상속세 등 돈과 관련된 문제가 그의 발목을 잡는다. 주인공은 기존에 일하던 직장에서 받은 퇴직금과 어머니의 노후자금을 모두 끌어왔음에도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자 결국 새로 대출까지 받는다. 이른바 ‘영끌’을 한 끝에 주인공은 가업승계를 받아 해당 기업을 살려 나간다.
가족과 전통, 사업 그리고 가업승계라는 키워드는 실제로 수많은 중소기업이 겪는 현실이다. 해당 드라마 속 기업은 여러 위기 끝에 결국 승승장구 하는 결말로 이어진다. 현실은 과연 어떨까.
수십년된 중소 제조업이 몰려있는 인천지역 산업단지는 최근 오너들의 고령화가 가속화하며 ‘가업승계’ 문제가 새로운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취재를 다니며 만난 산업단지 내 여러 기업인들은 “물려주고 싶어도 물려줄 사람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제조업은 이른바 3D 업종이라는 인식이 크다. 기업인들의 많은 자녀들은 ‘손에 기름을 묻히는 일’을 피하고 싶어하고, 이미 다른 직업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최근 들어 인천지역 제조업들은 미국의 관세 정책 등을 비롯해 업황 부진을 겪고 있다. ‘사양산업’으로 여겨지는 등 밝지 않은 전망 역시 가업승계를 막는 요인이 된다.
가업을 승계할 때 발생하는 세금 부담도 큰 걸림돌이다. 한국은 가업 상속 시 최고 50%의 상속세율이 부과된다. ‘가업상속공제’ 제도가 마련돼있긴 하나 요건이 까다롭고, 적용대상도 제한적이다.
인천 전통 제조업을 물려받은 자녀들은 각종 규제로 인해 업종을 전환하기도 쉽지 않다. 업종을 변경해 승계할 경우엔 가업 승계지원제도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산업단지에는 ‘관리기본계획’에 명시된 업종만 입주할 수 있어 업종을 변경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결과적으로 인천 산업단지 기업들은 ‘회사를 물려주는 게 더 손해’라는 생각으로 승계를 포기하고 폐업을 선택한다. 산업단지 내 기업(공장)의 폐업은 ‘산단의 영세화’로 이어진다. 인천 남동·부평·주안 국가산업단지 내 입주 기업 수는 2020년 12월 9천303개에서 지난해 12월 1만1천350개로 2천개 이상 늘었다. 이는 공장을 소유하고 있던 산단 내 경영인들이 폐업 후 공장(부지)을 쪼개 소규모 업체에 임대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한때 혁신과 성장의 상징이었던 인천 산업단지는 대가 끊길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선 제조업에 대한 근본적 인식과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 다음 세대가 가업을 희망할 수 있도록 업종 고도화와 근무 환경 개선, 미래 산업으로의 체계적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또 현실을 반영해 가업 승계 제도를 개선하려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
인천 산업단지를 다시 지역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세우는 길, 이제는 모두의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유진주 인천본사 경제부 기자 yoopearl@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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