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밀물] 평화의 배를 띄워라

'평화'라는 말은 언제 들어도 참 좋다. 온갖 싸움과 전쟁 등에서 벗어나 치유되는 느낌을 받는다. 개인이든 나라든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지는 몸소 겪어봐서 잘 알고 있을 터이다. 인류가 평화롭고 안정된 세상에서 살면 얼마나 행복할까. 하루빨리 그런 세상과 시대가 돌아오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특히 남북 분단으로 가로막힌 우리나라로선 '평화'가 급선무임을 부인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 간절한 바람을 담아 '평화의 배'가 출항한다. 남북을 가로지르는 한강하구 중립 수역을 향해 떠난다. 인천지역 시민단체들은 '한강하구 평화의 뱃길'을 열기 위해 지난 14일 조직위원회를 발족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알렸다. 한강을 비롯해 임진강과 예성강이 서해와 만나는 한강하구는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만우리에서 인천 강화군 서도면 볼음도까지 걸쳐 있다.
2005년 시작된 한강하구 평화의 배 띄우기 행사는 올해 20주년을 맞아 처음으로 한강 물줄기부터 뱃길을 연다. '개성호'와 '벽란도호'란 이름을 붙인 1.5t급 12인승 돛단배 2척은 망원한강공원에서 출발해 행주나루와 신곡수중보를 거쳐 아라뱃길 김포 터미널까지 나아간다.
평화의 배 출항은 2022년 이후 3년 만이다. 이 배는 그동안 강화도 외포리와 교동도 사이 해역만 오갔다. 올해는 평화의 배 띄우기를 위한 조직위를 만들어 관련 활동을 확대할 계획을 세웠다.
1953년 7월27일 체결된 정전협정문은 한강하구를 중립 수역으로 두면서 "민용 선박 항행을 개방한다"고 규정했다. 2018년 공동 수로 조사를 완료한 남북 군사 당국은 이듬해 한강하구 수역 개방을 위한 해도까지 주고받았지만, 뱃길은 여전히 가로막혀 있는 상태다. 정전협정문에 따르면 중립수역인 한강하구에는 군사분계선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한강하구에는 원칙적으로 남·북 민간 선박 운항이 가능하다.
그런데도 정부와 유엔군사령부는 지난 72년간 우발적 충돌을 우려해 이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시민단체들이 20년째 '한강하구 평화의 배 띄우기' 행사를 진행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한강하구가 민간 선박이 항해할 수 있는 중립수역이자 평화수역이라는 점을 증명하기 위해서다.
평화의 배가 출항한 뒤에는 오는 26일 볼음도에서 '평화의 편지 띄우기' 행사도 이어진다. 1990년대 중반까지 볼음도와 말도를 오가던 '평화호' 선착장에는 북녘이 지척인 말도로 소식을 전하던 우체통이 남아 있다. 분단과 이산의 아픔을 상징하는 볼음도에서 벌이는 평화의 편지 띄우기가 정녕 남북 평화를 이끄는 '작은 몸짓'으로 읽혔으면 한다.
/이문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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