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리뷰] 인천아트플랫폼 김유정 개인전 ‘별난 꿈꾸는 이웃하는’

박경호 2025. 7. 20.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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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한 삶 속 ‘살아가고, 자라나는’ 성장 드라마

우즈베크에서 온 유학생 노질라 자취방
오브제를 몽땅 뒤덮은 식물 틸란드시아
“단순 주거 넘어 의존과 돌봄 공존 표현”
일상의 사물 악기로 ‘사물놀이’도 눈길

김유정 作 노질라의 방. 2025.7.18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유학생 노질라의 자취방이 인천아트플랫폼 전시장 1(B) 2층에 재현됐다. 1인용 침대, 책상 위 스탠드 조명과 노트북 컴퓨터, 옷장과 책장, 원룸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벽걸이형 에어컨, 청소기, 노질라가 직접 키우고 있는 식물 화분과 반려동물 고양이 모형까지, 한국에서 노질라의 삶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오브제로 채운 방이다. 바다가 없는 나라에서 온 그가 좋아하는 바다 풍경 그림이 창문처럼 붙어 있다.

노질라의 방을 몽땅 뒤덮고 있는 건 살아있는 ‘틸란드시아’다. 한국에서는 고급 관엽 식물로 활용되는 틸란드시아는 본래 거대한 나무에 붙어 토양이 아닌 허공에 뿌리를 내려 공기 중의 수분을 흡수하며 살아간다. 김유정 작가는 다문화 1인 가구 노질라의 삶에서 이주와 이식을 반복하는 틸란드시아를 떠올렸다. 노질라는 한국에서 중고 자동차를 구매해 이곳저곳을 여행하며 씩씩하게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김유정 작가가 인천아트플랫폼에서 개최하고 있는 개인전 ‘별난 꿈꾸는 이웃하는’에서 볼 수 있는 ‘노질라의 방’이다. 전시에서는 “이 방은 단순한 주거를 넘어, 의존과 돌봄이 공존하는 생태적 연대의 공간”이라며 “고독한 삶 속에서 자라난 존재를 위한 은유적 은신처이자, 정착하지 않은 이의 기억이 머무는 작은 생태 우주”라고 설명했다.

작가는 고향이나 부모의 집처럼 본래 보호받고 있던 공간에서 떠난 사람들과 지난 2년 동안 진행한 워크숍 ‘야·생·찬·가’와 ‘별난 꿈꾸는 이웃하는’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이번 전시를 준비했다. 고윤정 플로우앤비트 디렉터가 이번 전시 큐레이터로 함께했다.

김유정 作 사물놀이. 2025.7.20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


자립준비청년, 이주여성, 새터민, 다문화청년, 재학생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는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 학생들이 한데 모여 오르프(Orff) 접근법을 기반으로 일상의 사물을 노란색 악기로 활용해 함께 연주하는 ‘사물놀이’ 프로젝트가 눈에 띈다. ‘사물놀이’ 프로젝트 과정을 담은 영상이 전시장의 대형 스크린에서 상영되고 있으며, 그 악기들을 오브제로 재구성한 대형 설치 작품을 전시했다.

작가는 “나의 주변에 있는 것들, 내가 경험한 것들을 창작 주제로 많이 생각하는 편”이라고 말했는데, 이를 통해 작가의 작업에서 다문화나 인간과 식물의 공생·공존 같은 동시대 보편적 이슈를 생각하게 만든다.

이영지 한국뉴욕주립대학교 교수(미술사)는 이번 김유정 작가 개인전에 대해 “작가는 삶의 궤도에서 마주한 ‘별난 이웃들’과의 관계를 토대로 살아있는 식물, 사라지거나 버려진 사물, 기록되지 않은 목소리들을 수집하고 공감각적으로 재구성한다”며 “복합 매체의 활용은 이러한 관계망을 확장하며, 그것을 다차원적으로 감각하고 경험할 수 있는 다중 생태계를 구성한다”고 했다.

김유정 개인전 ‘별난 꿈꾸는 이웃하는’에서 전시한 프레스코 회화들. 2025.7.18 /김유정 작가 제공


전시에선 작가가 꾸준히 진행해온 틸란드시아 활용 설치 작업과 함께 작가가 지난 3월 세계적 권위의 ‘소버린 아시아 미술상’(The Sovereign Asian Art Prize)의 ‘보그 홍콩 여성상’(Vogue Women’s Prize)을 수상할 때 선보인 프레스코 회화들을 볼 수 있다. ‘이름 꽃’ ‘손끝에서 피어난’ ‘정글의 숨’ 등 작가가 진행한 또 다른 커뮤니티 워크숍들에서 영감받은 설치 작품들도 전시됐다. 모든 작품이 전시명 ‘별난 꿈꾸는 이웃하는’과 연결돼 있는 듯하다. 이번 전시는 이달 30일까지다.

/박경호 기자 pkh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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