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폭우로 농민들 이중고…기후변화가 부른 위기
과일 갈변 등 피해 '직격탄'
道 “규정 따라 지원책 마련”

"포도들이 며칠 동안 뜨거운 햇빛을 받아서 상처를 입었는데, 곧바로 폭우를 맞고 일소와 열과 현상이 동시에 발생했습니다."
20일 화성시 송산면 삼존리에서 포도 농장을 운영하는 이완용 씨는 최근 몇주간 폭염과 폭우가 겹치며 손해가 적지 않다고 밝혔다. 이 씨는 "지금까지 30~40% 포도가 상했는데 장마가 그치면 열과가 더 심해져 절반 정도가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폭염과 폭우가 연달아 발생하며 경기지역 과수원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다. 과일들이 강한 햇볕에 타 갈색으로 변하고 물러지는 등 일소 피해를 입은 데 이어 갑작스럽게 많은 비를 맞아 껍질이 갈라지거나 터지는 열과 피해를 입었다.
안성에서 복숭아 농장을 운영하는 조황주 씨도 "복숭아는 이상기후를 만나면 저절로 꼭지가 떨어지고 상처를 입는다"며 "30% 정도의 복숭아가 상처를 입었고 앞으로도 피해가 커질 것 같다"고 말했다.
농장주들은 지난해보다도 올해 피해가 더 심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안성에서 포도 농장을 운영하는 박상호 씨는 "원래 8월은 돼야 폭염과 폭우가 겹친 피해가 발생하는데 올해는 한달이 앞당겨진 셈"이라며 "포도들이 뿌리에도 타격을 입었기 때문에 더 큰 피해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폭우로 인한 농경지 침수 피해도 발생했다. 이번 장마 기간 경기지역 농경지 침수 피해는 총 10.1ha에 달한다. 평택 5.8ha, 안성 3.8ha, 화성 0.5ha다.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평택은 287.5mm, 안성은 286mm 누적 강수량을 기록했다.
경기도는 이번 장마로 피해를 입은 농경지를 종합하고 규정에 따라 지원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다만 아직 전체 과수원 피해가 어느정도인지 종합하지 못한 상황이다. 농장주들은 장마로 인한 인명피해도 심각해 농경지 피해 보상은 기대하지 못하고 있다.
이완용 씨는 "농경지뿐 아니라 곳곳 피해가 너무 커 보상 계획이 수립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추정현 기자 chu3636@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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