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다리가 모두 잠긴 건 20년만”… 흙빛으로 변한 ‘가평의 일상’

목은수 2025. 7. 20.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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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션 찾은 손님들 마당 밟지도 못한채
도로 복구작업 끝나기 기다리고 있어

비 그쳤고 맑은 하늘 드러났지만
전신주 쓰러져 전기 공급 끊긴 상태

젖소들 기계 물이 차 착유 못한 상태
시간 길어질수록 병 걸릴 가능성 높아

20일 오후 가평군 조종면에서 10년째 펜션을 운영해 온 박상욱(73)씨가 불어난 강물에 책상과 의자가 진흙에 반쯤 잠긴 마당을 가리키고 있다. 2025.7.20 /목은수기자wood@kyeongin.com

20일 오후 1시30분께 가평군 조종면 대보리의 한 펜션. 마당에 놓인 간이 책상과 의자는 불어난 강물에 휩쓸려 온 진흙에 반쯤 잠겨있었다.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펜션 손님들은 진흙으로 변한 마당을 밟지도 못한 채, 2층에서 도로 복구작업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펜션을 운영하는 박상욱(73)씨는 “새벽 2시부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는데, 두시간 만에 마당은 물론 펜션 1층까지 모두 잠겼다”면서 “차량을 옮기고 나니 물이 목까지 차올랐고, 손님들을 지대가 높은 정자로 피신시킨 뒤 밤을 새며 물이 빠지기만을 기다렸다”고 말했다.

20일 오후 새벽시간대 내린 집중호우로 인해 가평군 조종면 일대 강변 도로는 전신구가 무너지고 진흙에 뒤덮였다. 이날 대보2리 등 지역에 통신이 끊기면서 일부 주민들은 가족들의 생사를 확인하기 진흙으로 뒤덮인 도로를 걸어서 들어갔다. 2025.7.20 /목은수기자wood@kyeongin.com


가족들과 이곳을 찾은 손님 강진현씨도 “강물이 정자 높이까지 올라오면 산 위로 대피해야겠다는 생각에 길을 찾느라 한 숨도 못 잤다”고 했다.

이날 오전 3시30분께 가평군 조종면에는 시간당 76㎜의 폭우가 쏟아졌고, 하루 누적 강수량 200㎜를 기록했다. 두 시간 남짓 쏘아진 집중호우로 조종천이 범람하면서 조종면 일대는 진흙이 집과 펜션, 도로를 덮쳐 초토화된 상태였다.

특히 조종면 대보2리는 통신이 끊기면서, 마을로 향하는 길목엔 가족들의 안부를 확인하려는 주민들이 많았다. 대보2리 주민 안소영씨는 “새벽에 물에 잠긴 밭을 정리하고 엄마에게 전화했는데, ‘물이 바닥까지 찼다’는 말을 끝으로 전화가 끊겼었다”면서 “급히 집으로 돌아가 안부를 확인한 뒤, 옷을 정리하다 먹을거리랑 발전기 등을 구하러 잠시 나왔다”고 말했다.

20일 가평군 상면에 거주하는 장기분(82)씨가 넘친 강물로 진흙에 쓰러진 밭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비가 30분만 더 왔으면 집까지 물이 들어왔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2025.7.20 /목은수기자wood@kyeongin.com


김달영 청평면 의용소방대장은 “경기 남부지역에 폭우가 내린다고 해서 가평에 이 정도로 쏟아질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며 “오전 4시30분부터 실종자 수색에 나섰는데, 대보교를 포함해 다리가 모두 잠긴 건 20년 만에 처음이다. 개천변 일대가 완전히 난장판이 됐다”고 전했다.

오후에는 비는 그쳤고 맑은 하늘이 드러났지만, 여전히 일부 지역은 전신주가 쓰러져 전기 공급이 끊긴 상태였다. 주민들은 복구 작업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20일 가평군 상면에서 목장을 운영하는 오형환(62)씨는 “지난해 4억을 투자해 설치한 착유실이 물에 잠겼다”며 “기계실 물을 빼내도 모터는 부품을 모두 해체한 뒤 고쳐야 하는데 착잡하다”고 했다. 2025.7.20 /목은수기자wood@kyeongin.com


가평군 상면 원흥리의 한 목장에서 젖소들을 돌보던 오형환(62) 씨는 “전기가 끊겨 착유를 못 하고 있다. 하루 두 번 젖을 짜줘야 하는데, 기계에 물이 차 아침에 착유를 못 했다”며 “지금 젖소들은 배에 2.5㎏을 매달고 있는 상태다. 더 무거워지면 고통스러워질 수 있어 사료도 주지 못하고 있는데, 시간이 길어질수록 병에 걸릴 가능성도 높다”고 호소했다.

인근 주민 장기분(82) 씨의 밭도 상황은 비슷했다. 취나무와 옥수수, 고추 등이 진흙에 덮인 채 쓰러져 있었다. 그는 “비가 30분만 더 왔으면 집 안까지 물이 찼을 것”이라며 “전기와 수도가 끊긴 상태라 삽으로 진흙을 퍼내는 수밖에 없다. 지금 상황에선 개울물이라도 퍼다 닦아내야 할 판인데 막막하다”고 했다.

/목은수 기자 wood@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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