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자연재해도 ‘내편 네편’ 가르나

지난 16일부터 시작된 폭우로 전국이 물난리를 겪었다. 이번 집중호우는 특히 충청과 호남, 영남지역에 큰 피해를 낳았다. 하천의 범람으로 도로 유실과 농경지 침수, 산사태 등의 피해가 속출했다. 5일간 집중호우로 20일 오전 전국에서 14명이 사망했고, 실종자도 12명에 달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관련 희생자는 늘어날 전망이다. 반복되는 재해이지만 이번에도 정부의 대처는 무기력했다. 한편에서는 정부의 재난 대응을 정파적 입장에서 희화하는 사회적 냉소도 퍼져나가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재난과 재해에 대한 적극적 대응을 강조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6월 5일 “국가의 존재 이유 중 가장 큰 것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라며 재난과 재해 예방을 위한 노력을 당부했다. 16일 세월호 등 ‘사회적 참사’ 희생자 유가족 200여명을 청와대 영빈관으로 초청해 위로한 것도 재난으로 국민이 더 이상 희생되어서는 안된다는 다짐으로 읽혀진다.
이 대통령은 “모든 국정이나 지방 행정에서 제일 먼저 챙겨야 하는 것이 국민의 안전”이라고 누누이 밝혀왔다. 하지만 이번 폭우가 쏟아지던 17일 저녁 이 대통령의 행보는 아쉬움이 크다. 우원식 국회의장과 김민석 국무총리를 용산 한남동 관저로 초청해서 만찬을 가졌다. 폭우 현장을 먼저 챙길 것이라는 예상과는 반대였다. 이날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통령과 자신의 공통점은 ‘현장파’라고 발언,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하지만 대통령과 국회의장, 국무총리 누구도 수해피해지역 현장을 직접 방문했다는 소식은 전해지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 재난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해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지난 5월 대통령 선거 유세에서 이 대통령은 “보수정권이 들어서면 꼭 대형 참사가 일어난다”고 주장했다. 대형 참사의 책임은 대통령과 자치단체장 등 최고 행정책임자의 몫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최근에도 보수정권에서 발생했던 세월호·이태원·오송 지하차도 참사 등을 짚어서 언급하며 “막을 수 있었던 재난”이라고 규정했다. 새롭게 제기되는 의혹도, 증거도 없는데도 11년이 지난 세월호 사건의 재조사 의지를 밝히는 것도 정치적 행보의 연장선이다.
이 대통령 역시 ‘사회적 참사’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성남시장 재직시절인 2014년 10월에는 성남 판교테크노밸리 축제 도중 시민들이 환풍구에 올라가서 구경하다 추락, 16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발행했다. 이 대통령이 그해 6월 열린 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성남시장에 재선된 지 4개월만의 참사였다. 또 경기도지사 시절인 지난 2020년 용인물류센터 화재와 2021년 6월 이천 물류센터 화재 사고 등이 발생했다. 특히 이천 화재 당시 그는 경남 창원에서 황교익씨와 떡볶이를 먹는 유튜브 촬영을 한 사실이 드러나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번 수해관련 뉴스의 인터넷 댓글에는 양극화된 정치지형을 반영하는 목소리들이 많다. 수재민에 대한 걱정과 안타까움보다는 지역 차별과 조롱의 글도 적지 않다. “폭우 당시 대통령실은 무엇했느냐”는 질타는 새삼스럽지 않다. “천재지변 당할 때마다 대통령 책임지라던 민주당은 이번 폭우에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이냐”라는 되물음이나 “집중호우를 탄핵하라” “광주 폭우...특검하라”는 말도 나온다. 반면 일각에서는 이들을 “내란당 지지자”로 몰아세우기도 한다. 또한 ‘500년 만에 한번 발생하는 호우’라며 재난의 불가피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대형 참사의 유가족을 향한 모욕적 발언과 공격적 행동도 늘어나고 있다. 이를 일부 극우 무리들의 행동으로 몰아세우기도 어렵다. 일부 극우 사이트가 아니라 주류 언론인 신문사와 방송사 뉴스 댓글로 공공연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3일 계엄령 이후 이러한 목소리는 더욱 노골적인 활동성을 갖기 시작했다. 혐오와 명예훼손에 대한 처벌도 중요하지만 양극으로 분리된 정치 지형의 개선이 시급함을 보여준다.
언젠가부터 재난과 재해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려는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 정파적 입장에서 재난을 정의내리고, 상대방을 공격하는 도구로 삼는 것이다. 진보와 보수 진영 정치인들이 재난을 상대방의 잘못으로 규정하면, 추종자들이 이를 조롱의 도구로 희화시킨다. 그렇다고 대형 참사가 덜 발생하는 것도 아니다. 재난과 재해를 진영 논리로 접근해서는 안된다. 재난에는 내 편이나 네 편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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