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덮친 경남] 물폭탄 퍼부운 산악지형...산청군 피해 키웠다
산사태 등으로 사망 10명, 실종 4명
단기간 쏟아진 비에 손쓸 틈 없이 피해
산사태 이후 대피문자 늑장대응 논란도
3월 대형 산불 피해에 이어 이번에는 수마가 산청을 덮쳤다. 시간당 100㎜에 가까운 재앙과도 같은 집중적인 폭우가 쏟아져 산사태로 이어지며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기록적인 폭우는 하천범람과 산사태 등 국지적 재난으로 이어졌다. 5곳에서 산사태가 발생했으며, 20일 오후 3시 기준 10명이 숨지고 4명이 실종됐다. 지난 19일 전 군민 대피령을 내려 1233가구(1597명)가 대피하기도 했다.

산청군에는 16일부터 19일까지 하늘이 뚫린 듯 비가 쏟아졌다. 시간당 100㎜ 비가 퍼부으며 나흘간 최고 759㎜가 내렸다. 산청군 연간 강수량 1500~1700㎜를 고려하면 절반이 나흘 동안 쏟아진 것이다.
시천면에 759㎜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산청읍 697.5㎜, 차황면 697㎜, 삼장면 656㎜, 오부면 630㎜ 등 지역 평균 607㎜가 내렸다. 비는 17일과 19일 집중됐다. 산청읍에서는 19일에만 363.5㎜ 비가 쏟아졌다. 다행히 3월 대형 산불이 난 시천면에는 산청군에서 가장 많은 비가 내렸지만, 산사태나 사망사고 피해는 일어나지 않았다.
역대급 폭우는 기상학적인 요인, 지리산을 품은 지리적 특성이 복합돼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성질이 다른 두 공기가 충돌하며 비구름을 형성, 북태평양 고기압 등 영향으로 남서쪽에서 북상하는 수증기를 북서쪽에서 내려오는 건조 공기가 압축시키면서 극한 폭우를 불러왔다는 분석이다. 비구름이 지리산을 넘으며 산청에 많은 비를 뿌리는 지형도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영철 산청부군수는 산청읍에 피해가 컸던 이유를 "짧은 시간에 집중적으로 비가 내리며 피해를 키웠다"고 말했다. 19일 산청군 평균 300㎜에 못 미치는 비가 왔지만, 산청읍에는 짧은 시간 시간당 100㎜에 가까운 비가 쏟아지며 360㎜가 넘는 비가 내렸다는 설명이다. 정 부군수는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호우가 오다 보니까 불가항력적인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산청군은 많은 비가 내리자 총 80건이 넘는 긴급재난문자를 보냈다. 피해가 컸던 19일에만 65건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했다. 특히, 19일 오전부터 피해가 속출하자 군은 오전 8시 38분 '비가 많이 와서 산사태가 우려되므로 주의하고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대피하라'는 재난문자를 보냈다. 또 면 지역 주민들에게 범람 위험 등을 경고하는 재난문자를 잇달아 발송했다.

이날 오전 9시 25분 산청읍 병정리를 시작으로 낮 12시까지 내리와 부리, 모고리에서 산사태가 이어져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군은 낮 12시 24분에서야 산청읍 마을 주민들에게 대피하라는 재난 문자를 발송하고, 오후 1시 38분 전 군민 대피령을 발령했다.
시설과 재산피해도 늘고 있다. 도로 17건을 비롯해 하천 8건, 수리시설 8건 등 총 45건 공공시설 피해가 났다. 주택 3채 피해를 비롯해 원예시설 89㏊(딸기 84㏊, 바나나 5㏊), 농작물 231㏊에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중간 집계됐다.
문화재 피해도 발생했다. 17일 산청군 신등면 율곡사 대웅전 벽체 일부와 주변 건물 1동이 크게 파손됐다. 율곡사 대웅전은 조선 숙종 시절인 1679년에 중수된 것으로, 건축문화유산으로서 가치를 인정받아 1963년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다.

/김태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