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 괴물폭우' 덮친 경남 산청 … 하룻밤새 마을이 사라졌다

최승균 기자(choi.seunggyun@mk.co.kr), 송민섭 기자(song.minsub@mk.co.kr), 지홍구 기자(gigu@mk.co.kr), 정석환 기자(hwani84@mk.co.kr) 2025. 7. 20. 17:54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뭐가 번쩍하더니 돌과 흙탕물이 쏟아져 내려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20일 매일경제가 찾은 경남 산청군 산청읍 부리 내부마을은 마을 입구부터 벌겋게 물든 흙탕물과 뒤엉킨 나뭇가지, 각종 폐자재가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경남도에 따르면 이번 산사태는 지난 17일부터 사흘간 산청군에 시간당 100㎜에 달하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발생했다.

인명 피해는 경남 산청군과 경기 가평군에 집중됐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수해 피해지역 직접 가보니
와룡산 산사태로 마을 초토화
"돌덩이·흙탕물이 집 덮쳤다"
가평서도 급류에 휩쓸려 실종
李, 특별재난지역 선포 지시
지난 17일부터 사흘간 800㎜에 육박하는 폭우가 내려 경남 산청군 산청읍 부리에 산사태가 발생한 가운데 20일 소방대원 등 관계자들이 실종자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왼쪽). 20일 오전 경기 가평군에 시간당 76㎜의 기습 호우가 내려 조종면 마일리 한 캠핑장에 고립된 시민이 소방 로프를 타고 탈출하고 있다. 뉴스1

"뭐가 번쩍하더니 돌과 흙탕물이 쏟아져 내려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습니다."

20일 매일경제가 찾은 경남 산청군 산청읍 부리 내부마을은 마을 입구부터 벌겋게 물든 흙탕물과 뒤엉킨 나뭇가지, 각종 폐자재가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었다. 가로등은 엿가락처럼 휘어졌고 부서진 전봇대에 걸려 넘어진 전선은 아직도 치우지 못해 바닥에 엉켜 있었다. 주민 김 모씨(73)는 "40여 년 전에도 산사태가 나서 사촌 형이 돌아가셨다"며 "생전에 또 이런 악몽을 겪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인근 와룡산 산사태로 암석이 무더기로 쏟아져 내린 마을버스 정류장은 각종 생활폐기물과 진흙에 섞여 파묻혀 있었다. 산사태로 내부마을에서만 주택 두 채가 매몰돼 70대 부부와 20대 여성 등 3명이 숨지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

도로는 어느 정도 정비가 이뤄졌지만 여전히 곳곳에 진흙과 부서진 자재가 남아 있었다. 차량 통행은 제한적으로만 가능했다. 별다른 배수시설 없이 위쪽에서 밀려 내려온 누런 흙탕물은 계곡처럼 도로를 따라 흘러내렸다.

경남도에 따르면 이번 산사태는 지난 17일부터 사흘간 산청군에 시간당 100㎜에 달하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발생했다. 이날 오전까지 하동·합천 지역을 포함해 11개 마을에 전기 공급이 중단됐다. 일부 지역은 전화와 인터넷 사용도 불가능했다.

산청군은 19일 오후 1시 50분께 '전 군민은 지금 즉시 안전지대로 대피하시기 바랍니다'라는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했다. 단일 지방자치단체가 극한호우를 이유로 관할하는 전 지역을 대상으로 대피를 권고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남부 지방을 쑥대밭으로 만든 집중호우는 이날 경기 북부에 집중됐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 경기도 가평군엔 197.5㎜에 달하는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가평군 조종면 신상리에선 산사태로 주택이 무너지며 4명이 매몰됐다. 이 중 3명은 구조됐지만, 70대 여성 1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16일부터 닷새간 지속된 호우는 전국 곳곳에 상처를 남겼다. 2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6시 기준 전국에서 17명이 사망하고 11명이 실종됐다. 이재민은 1만3492명에 달했다. 인명 피해는 경남 산청군과 경기 가평군에 집중됐다. 산청군에서는 사망자 10명과 실종자 4명이 발생했다. 가평군에서는 2명이 사망했고 5명이 실종된 것으로 집계됐다.

경남과 인접한 울산, 부산, 대구도 도로와 주택이 침수되고 교통 통제가 이어졌다. 농작물 역시 큰 피해를 입었다. 극심한 호우로 인해 여의도 면적의 84배에 달하는 농작물이 물에 잠겼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19일 오후 5시 기준 벼, 콩 등 농작물 2만4247㏊가 침수됐다.

복구를 위한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지난 17일부터 400㎜ 넘는 폭우가 내린 광주·전남에선 침수 피해를 본 농경지와 주택, 도로 등의 복구에 힘을 쓰고 있다. 광주시 관계자는 "피해지역의 신속한 복구와 이재민 지원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20일 이재명 대통령이 호우 피해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할 것을 지시하며 피해 복구에도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면 지자체가 부담할 복구비의 일부를 국비로 지원한다.

19일 임명된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임명 다음 날인 이날 중대본 회의를 열고 "범정부 복구대책지원본부를 가동시켜 대응에서 복구로 공백 없는 체계 전환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경남 산청군의 피해 상황을 점검했다. 법무부는 집중호우로 인한 인명·재산 피해 복구를 지원하기 위한 지원단을 긴급 구성했다.

[산청 최승균 기자 / 광주 송민섭 기자 / 지홍구 기자 / 정석환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