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이 해냈다

권혁두 국장(영동주재) 2025. 7. 20.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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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경기도 용인시가 경전철 건설을 본격 추진한 것은 2002년 이 모 시장이 취임하면서다. 후보 시절 그의 핵심 공약이었다. 용인시는 사업 타당성 타진 차 한국교통연구원에 수요 예측을 의뢰했다. 연구원이 '하루 이용객이 13만9000명에 달할 것'이라는 용역결과를 내놓으면서 사달이 시작됐다. 용인시는 경제성을 보장한 이 수치를 근거로 캐나다 봄바디어와 시행계약을 했다. 일정 수입에 미치지 못하면 용인시가 손실을 보전해주는 최소수입보장제까지 안겨줬으니 시행사로서는 땅집고 헤엄치게된 셈이었다.   

1조원 이상을 들여 2010년 완공했으나 최소 수입 보장비율을 놓고 용인시와 시행사 간 소송이 벌어지며 개통은 기약없이 미뤄졌다. 국제소송 3년만에 용인시가 패소하며 시행사에 물어 준 돈만 이자 포함 8500여억원에 달했다. 2013년 가까스로 운행이 시작됐지만 14만에 육박할 것 이라던 하루 이용객은 9000명을 밑돌았다. 매달 수십억원의 적자가 누적됐고 시가 파산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하루 이용객이 3만명 이상으로 늘었음에도 용인시가 지난해 경전철 운영사에 보전해준 돈은 315억원이다.  

보다못한 시민들이 철퇴를 들었다. 2013년 용인시민들은 소송단을 꾸려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한 전 시장 등과 교통연구원에 1조232억원을 배상하라는 주민소송을 냈다. 법원의 벽은 높았다. 1심과 2심 모두 소송 요건에 맞지않는다는 이유 등으로 재판 자체를 기각해 버렸다. 하지만 대법원의 견해는 달랐다. 사업을 기획 추진한 전 시장과 엉터리 수요예측을 한 교통연구원의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며 이 사건을 재판을 기피한 고법으로 파기환송한 것이다. 파기환송심은  지난 2월 전 시장과 교통연구원의 과실을 묻고 214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그제 대법원이 이를 확정하고 용인시에 6개월 내에 청구소송을 제기하도록 함으로써 용인시민들은 12년을 끈 지리한 투쟁에서 승자가 됐다.  

배상액이 청구액은 물론 2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총 예상손실에 비해 미미하지만 의미는 크다. 지자체가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해 재정적자를 초래하면 해당 단체장이 책임을 지도록 한 선례를 낳아 전국 단체장들에게 경종을 울렸기 때문이다. 용역 발주기관의 의도에 맞춰 전망과 수요를 턱없이 부풀린 보고서를 납품해온 연구기관들에도 경고장을 날렸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경전철 같은 대규모 사업들만 문제가 아니다. 부풀린 수요나 전망을 앞세워 강행했다가 세금만 쏟아붓고있는 크고작은 애물단지들이 전국 도처에 널려있다. 레저단지. 테마파크, 체험센터, 연수원 등 관광·문화를 표방한 시설들의 태반이 만년적자 늪에 빠져 지방재정을 갉아먹고 있다. 박물관은 전국에 2000개가 넘고 출렁다리는 250개에 육박한다고 한다. 개장 초 반짝 인파가 다녀갔을 뿐 대부분 관리비만 잡아먹고있는 게 현실이다. 모두 장밋빛 전망에 사로잡혀 호기롭게 추진했던 시설들이다. 

지자체에만 책임을 물을 일도 아니다. 기획재정부는 용인경전철 추진을 전후해 여러차례 용인시에 문제가 있다며 재검토를 요구했다고 한다. 하지만 경고는 문서로 끝났다. 중앙정부는 이런저런 공모사업을 내걸고 지자체간 사업경쟁을 조장하고 있다. 부실 사업 양산에 일조하는 공모보다 사업 심의와 평가, 상벌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얘기다. 무리한 사업을 강행해 혈세를 낭비한 지지체에는 가혹할 정도의 패널티를 줘야 한다.

지방의회도 책임을 피해가기 어렵다. 대부분 적자 사업은 의회를 거친 결과물이다. 집행기관의 회유에 말려 불투명한 사업에 눈을 감는 어리숙한 의정의 산물이다.  용인시는 용인시의회의 의결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도 않고 경전철 건설을 강행했으나 시의회는 어떠한 제동도 걸지못했다. 대다수 의원이 운영사가 제공한 외유에 참여해 구설에 올랐다. 당시 시의원 21명 중 18명이 경전철 견학을 구실로 운영사가 주관한 미국·캐나다 여행을 다녀왔다고 한다. 시민들의 문책을 당해야 할 공모자들이다.

용인시민들은 납세자들에게도 묻는다. 금고 주인 역할을 제대로 하고있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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