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슨 조선소서 다시 띄운 태극선…한화, 美 조선시장 재건 선봉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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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이 64m에 달하는 '골리앗 크레인'이 나타나자, 이 거대한 구조물의 그늘을 빌리고 있던 선박도 이내 모습을 드러냈다.
마침 이날 필리조선소에선 건조를 마친 '해저 암석 설치선'(SRIV·해저에 암석을 설치해 구조물을 고정시키는 작업용 선박)을 진수하는 작업도 진행됐다.
서서히 강으로 나아가고 있는 SRIV를 가리키며 이종무 한화 필리조선소장은 "건조 작업 속도를 내서 예상보다 몇 달 앞당겨 이 배를 진수하게 됐다"며 "필리조선소의 역량을 보여주는 성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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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현지 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델라웨어 강변에 위치한 한화 필리조선소(Hanwha Philly Shipyard) 4번 도크에선 이렇게 대형 선박이 서서히 위용을 갖춰가고 있었다. 마침 이날 필리조선소에선 건조를 마친 ‘해저 암석 설치선’(SRIV·해저에 암석을 설치해 구조물을 고정시키는 작업용 선박)을 진수하는 작업도 진행됐다. 서서히 강으로 나아가고 있는 SRIV를 가리키며 이종무 한화 필리조선소장은 “건조 작업 속도를 내서 예상보다 몇 달 앞당겨 이 배를 진수하게 됐다”며 “필리조선소의 역량을 보여주는 성과”라고 말했다.
● “5년 내 생산 능력 10배로”
필리조선소는 현재 미 동부에서 대형 선박 건조가 가능한 유일한 조선소다. 한화그룹은 수년간 제대로 가동되지 않아 ‘녹슨 유산’으로 평가받던 이 쇠락한 조선소를 지난해 1억 달러(약 1400억 원)에 인수했다. 인수 뒤 곧바로 한국에서 50여 명의 전문가를 파견해 기술과 공정 노하우 등을 전수하고 있다. 용접 로봇, 자동화 설비 등 한국 조선업의 ‘스마트 야드’ 시스템도 접목하고 있다.
한화는 초기 인수 금액의 몇 배에 달하는 추가 투자는 물론, 1000명이 넘는 신규 인력 채용 방침도 세웠다. 단순한 재가동 수준을 넘어 사실상 조선소 재건에 나선 것. 이 소장은 이날 한국 특파원단과의 간담회에서 “(인수 전) 1년에 1.5척 수준이던 건조 능력을 연내 2배로 늘릴 것”이라며 “5년 안엔 10배를 생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4, 5번 도크를 활용 중인 필리조선소는, 두 도크 모두 쉬지 않고 돌려 각각 연 4척 이상 생산 가능한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다.
한화의 상징색인 주황색에 멀리서도 식별 가능할 만큼 선명하게 ‘Hanwha(한화)’란 흰색 글씨가 적힌 골리앗 크레인은, 새로 태어나는 필리조선소의 상징물로 여겨진다. 한화는 선박 블록을 들거나 이동시키는 이 초대형 크레인을 밤낮없이 가동하고 있다. 최근 600만 달러(약 84억 원)를 쏟아부어 유휴 부지를 생산 현장으로 바꾸는 작업에도 골리앗 크레인이 투입됐다.
한화는 조선소에 ‘트레이닝 아카데미’를 세워 현지인들의 역량 강화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아카데미에선 올해 120명을 채용할 방침이다.
● “이미 美 해군 프로젝트에도 입찰”
앞서 올 4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조선에 많은 돈을 쓸 것”이라며 조선업 재건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를 통해 해군을 지원할 상선을 전략적으로 확대하겠단 목표도 세웠다. 지난해 말 기준 미 해군 함정 규모는 총 287척으로, 중국 함정 수(400척)에 비해 수적으로 크게 밀린다. 존 펠런 미 해군부 장관은 올 5월 방한해 국내 조선소를 둘러본 뒤 “우수한 역량을 가진 한국 조선소와 협력하면 미 해군 함정이 최고의 성능을 발휘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향후 미 해군 함정이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건조까지 목표로 하고 있는 한화는 이 같은 미 행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기회로 여기고 있다. 데이비드 김 필리조선소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간담회에서 “미 해군 함정 건조를 위한 국방비로만 200억 달러(약 27조8000억 원) 이상 책정됐다”며 “우리는 이미 미 해군 프로젝트 입찰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정인섭 한화오션 사장도 “필리조선소를 통해 한미 조선 동맹에 기여하고, 북미 조선·방산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필라델피아=신진우 특파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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