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에게 책임 전가하나”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발표, 유족 반발로 무산
유족 “중간조사가 결론처럼 전달되면 안돼”

국토교통부가 지난 19일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엔진 정밀조사 결과를 참사 유가족들에게 발표하려 했으나, 유족들의 반발로 취소됐다.
유족들은 조류충돌 및 관제탑과의 교신내용 등 핵심 내용은 빠진 채 ‘엔진 결함은 없었다’는 내용만 앞세운 엉터리 조사결과라고 반발했다.
20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국토교통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19일 오후 무안국제공항 관리동 대회의실에서 유가족과 언론에 여객기 엔진 정밀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사조위는 앞서 사고 여객기( 보잉737-800) 제작사 등과 함께 양쪽 엔진을 분해·분석을 진행했으며 기계적 결함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날 유가족들에게 설명할 중간조사결과도 해당 내용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엔진 결함 여부는 사고책임자 규명 및 수사방향을 좌우할 수 있는 핵심 쟁점 중 하나다. 아무리 중간조사결과라 하더라도 엔진에 결함이 없었다는 발표가 선행되면 나머지 원인과 관계없이 그 책임이 조종사에게 넘어가는 모양새가 만들어질 수 있다.
현장에 있던 한 유족은 “국토부가 일방적으로 결론만 통보했을 뿐 이를 뒷받침할 근거는 전혀 제시하지 않았다”며 “납득할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유족도 “사조위에 수 차례에 걸쳐 원문을 보여달라고 했지만 보고서 원문은 공개하지 않았고, 엔진만 따로 떼 결론을 일부만 발표하는 것은 2차 가해에 가깝다”라고 지적했다.
이날 브리핑은 유족들의 항의로 예정 시각보다 한 시간 가까이 지연되다 결국 취소됐다.
국토부는 “유가족이 동의하지 않는 상황에서 조사결과를 외부에 공유할 수는 없다”며 “유족과 지속적으로 협의한 뒤 유가족 및 언론 발표 일정을 추후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21일로 예정한 국토부 브리핑도 취소됐다.
국토부 “엔진결함 없었다” 중간결과 내놔
유가족들은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 참사인 만큼 모든 증거자료를 종합한 발표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유진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현재까지의 결과는 다양한 가능성 중 하나를 다룬 중간 조사일 뿐이며, 이를 명확한 결론처럼 전달하면 시민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며 “보다 신중한 재검토와 충분한 협의가 선행된 뒤 브리핑을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가족협의회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조종사가 오토파일럿(AP)을 왜 껐는지, 충돌 이후 엔진 상태가 어땠는지가 핵심인데, 이런 설명 없이 조종사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식의 조사결과 발표는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제주항공 7C2216편은 지난해 12월 29일 오전 9시 3분쯤 무안공항에 착륙을 시도하던 중 조류충돌 등으로 기체에 이상이 생겨 비상착륙을 시도하다 활주로 방위각시설(로컬라이저) 둔덕에 충돌해 폭발했다. 이 사고로 탑승객 181명 중 179명이 숨졌다.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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