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일의 도시탐험] 1인 가구 시대?

지난주 여수의 한 식당에서 일어난 일이 화제가 되었다. 한 유튜버가 이곳에서 불쾌한 대접을 받아 결국 시킨 음식도 먹지 못한 채 도망치듯 나왔다는 이야기다. 혼자 온 손님이라는 이유로 눈치를 받았고, 2인분을 주문했음에도 직원의 불만 어린 태도를 견디다 못해 자리를 떠났다는 것이다. 결국 이 영상은 공중파 뉴스까지 타면서 전국적인 논란으로 번졌고, 급기야 여수시가 직접 나서는 상황까지 가고 만다.
정확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다들 대략 짐작할 수 있다는 분위기이다. 식당을 들어서면 보통 "몇 분이세요"라는 말로 인원수를 체크 받곤 한다. 그리고 거기에 "한 명이요"라고 말하는 순간, 식당 주인의 얼굴은 미묘하게 굳는 경우가 많다. 필자 역시 한 유명한 식당에서 비슷한 경험을 했었기에 남들 이야기로만 들리지는 않았다.
사실 이런 1인분 기피가 식당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홀로 무언가를 하는 사람에 대한 배타적 인식은 우리 사회, 특히 지방 도시에서 뚜렷하게 남아 있다. 예를 들어 "혼자서 무슨 청승이냐", "저 여자 혼자 산대" 같은 유의 수군거림이 바로 그것이다. 집단이나 주변인을 통해 자신을 증명하려는 경향이 강한 한국 사회에서, '1인분'은 어딘가 부족하거나 문제 있는 것을 의미하는 대명사라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1인분 기피 문화>가 사라지기도 전에 한국은 빠르게 '1인 가구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인구 감소 속에서도 1인 가구 비율은 급격히 증가해, 작년 기준으로는 무려 37%에 달하고 있다. 전체의 3분의 1 이상이 1인 가구인 셈인 이 수치는 이미 유럽이나 미국의 수준을 넘어선 지 오래고, 1인 가구 강국이라던 일본마저 추월할 기세다. 지금의 저출산 추세를 고려한다면 세계 최고 1인 가구 국가가 되도 시간문제이다.
사실 발 빠른 기업들은 이미 이런 변화를 감지한 지 오래이다. 1인 가구에 맞춘 상품과 서비스 개발은 물론이고 주택시장도 소규모 주거 수요에 맞춰 움직이기 시작했다. 1인 가구 시대가 사회, 문화, 산업, 경제 전반에 걸쳐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는 것이다. 서구에서는 이미 1980년대 미국의 '여피족' 등장을 계기로 이런 사회적 전환이 나타난 바 있다. 도시에 홀로 사는 전문직 계층을 뜻하는 여피족은 가족과 함께 외곽의 큰 집에 살기를 원하던 기존 세대와 여러모로 달랐다. 도심의 고층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카페, 레스토랑, 갤러리 등으로 대표되는 오늘날의 도시적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낸 것이다. 이들이 선호하던 주거가 오늘날 주상복합 아파트의 원류가 된 것만 보아도 그 영향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면 1인 가구시대, 한국 도시의 모습은 어떨까? 여피족처럼 도시와 생활방식을 바꿀 잠재력이 있을까? 하지만 지금 한국의 현실은 그렇지 못할 것 같다. 젊고 부유한 1인 가구는 드라마에나 나올 뿐, 지금 한국의 1인 가구는 경제생활을 막 시작한 20~30대 청년층, 홀로 노년을 보내는 70~80대 노인층이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일자리는 줄어들고 고령화는 멈출 줄 모르고 진행되고 있다. 소규모 주거 수요 정도야 늘어나겠지만, 전체 경제의 수요 차원에서는 더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도 무리는 아닌 것이다. 결국 한국의 1인 가구 시대는 화려한 라이프스타일은커녕, 생활 자체가 위협받는 시기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결국. 한국의 1인 가구 시대는 한국 사회의 또 다른 힘든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 1인 가구 시대에 맞는 사회적 인식 변화와 정책적 대응이 절실한 시점이다. 하지만 무엇을 하든 간에, 혼자 밥을 먹고, 혼자 사는 삶을 어색하게 하는 사회적인 분위기는 일단 바뀌고 보아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