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산사태 인명사고 후 대피령·경보 격상···산청군·산림청 안일한 대처 논란

주영재·류인하 기자 2025. 7. 20.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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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산청군 휴게소의 한 주유소가 20일 전날 폭우로 인한 토사 붕괴 피해로 영업이 중단돼 있다. 2025.07.20 한수빈 기자

지난 16일부터 경남 산청지역에 쏟아진 집중호우로 20일 오전 11시 기준 산청군 주민 14명(사망 10명·실종 4명)이 숨지거나 실종됐다.

단기간에 예측하기 어려운 수준의 ‘물폭탄’이 쏟아진 것이 산사태의 주요 원인이다. 다만 재난 상황을 대비하고 이를 알려야할 ‘재난(위급)문자’, ‘산사태경보’ 등이 모두 산사태로 인명피해가 발생한 뒤 나온 것으로 확인돼 늑장대응 논란이 일고있다.

20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산청군은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한 다음날인 17일 오후 3시 58분쯤 산청군 일대에 산사태 주의보를 발령했다. 하지만 주민대피 등 실질적인 대피는 이뤄지지 않았다.

결국 19일 오전 9시25분 산청군 산청읍 병정리에서 산사태로 흘러내린 토사가 주택을 덮치면서 60대 남성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어 오전 10시 45분 내리마을에서 산사태로 2명이 숨졌다. 뒤이어 낮 12시30분쯤(신고시각) 인근 부리마을에서도 집중호우로 유출된 토사가 주택 2채를 덮쳐 3명이 숨졌다.

그러나 산청군은 이날 낮 12시 51분에야 산사태 경보를 발령했다. 이미 주민 6명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이후다. 약 30분 뒤 지곡마을에서도 산사태로 1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됐다.

산청군에서 전군민 대피령이 발송된 것은 이보다 더 뒤인 이날 오후 1시 50분이었다. 산청군 지역 대부분이 이미 산사태 취약지역으로 분류돼 있음에도 군청에서 안일한 대처를 한 것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경남 산청군 문대마을에서 20일 산림소방대원들이 폭우 피해로 인한 복구를 돕고 있다. 2025.07.20 한수빈 기자

경남지역에 대한 산림청의 산사태 경보 역시 이미 산청군에서 다량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이후인 이날 오후 1시 30분에야 ‘심각’단계로 격상됐다. 산청군이 산사태 다발 지역이고, 이미 기록적 폭우가 내렸던 상황임에도 직전까지는 ‘경계’단계를 유지한 것이다. 이 역시 늑장대처로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위기 경보 단계는 관심·주의·경계·심각 등 총 4단계로 나뉜다. 심각 단계는 대규모 산사태가 발생했거나 발생이 확실한 경우 또는 산사태로 인명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내려진다.

경남지역은 과거 태풍 피해상황 등을 종합했을 때 누적 강수량이 230㎜를 넘어가면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산사태가 발생한다.

산청군은 19일 0시~오후 1시 사이에만 283㎜의 집중호우가 쏟아졌다. 나흘간 산청군 시천면 전체 강수량은 798㎜으로, 지난 한 해 동안 내린 전체 강수량(1513.5㎜)의 절반을 넘겼다.

시천면의 19일 이전 누적 강수량만으로도 이미 심각단계로 격상할 수 있었던 셈이다.

한편 박완수 경남지사는 이날 담화문을 발표하고 “최선을 다해 실종자를 찾고 있으며 다친 도민들 빠른 쾌유를 빈다”면서 “활용 가능한 모든 장비와 인력을 동원해 피해 예방, 복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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