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설] 정치와 종교

2021년 9월 경기도 가평 청심평화월드센터. 194개국 200만 명이 온라인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신통일한국을 위한 2022 희망전진대회'가 열렸다.
"지난 수십 년간 미국 지도자들은 악화하는 한반도 분쟁 위협을 해결하는 데 실패했다." 비대면으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기조연설을 했다. 자신의 분쟁 해결 능력을 강조했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수상도 등장했다. 훈 센 캄보디아 총리와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의 축사가 이어졌다. 운영위원장은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이 맡았다. 행사를 주최한 천주평화연합(UPF) 은 통일교 산하 단체다. 통일교의 영향력을 세계에 과시했다.
아베는 다음 해 7월 참의원 선거 지원 유세 중 피격돼 숨진다. 저격범은 아베 전 총리가 통일교와 관련돼 목표로 삼았다고 주장했다. 국제 정치 무대에서 통일교의 영향력은 막강했다. 문선명 교주가 80년대 탈세 혐의로 미국에서 체포되자 기시 노부스케 전 일본 총리가 레이건 대통령에게 탄원서를 보내기도 했다. 최근 조사에서 일본 의원 106명이 통일교와 관련된 것으로 드러났다. 통일교가 정치자금과 인력 동원을 고리로 정치권과 끈끈하게 연결돼 있는 것이다.
김건희 특검이 지난 18일 통일교 본부와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사무실을 압수 수색했다. 통일교와 정치권 유착 의혹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다. 정교유착의 판도라 상자가 열릴 수도 있다. 종교단체는 신자들의 대규모 입당을 통해 정책 방향과 공천, 지도부 구성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사태가 정치와 일부 종교의 결속을 가속화 했다. 신천지예수교회의 정치 개입설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종교가 정치 도구가 돼선 안 된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정치가 종교의 심부름꾼으로 전락하는 것은 더더욱 안 된다. 종교와 정치의 원시적 결탁은 두 영역 모두 타락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