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처방하는 약물로 인한 부작용, 형사처벌 합당한가?

박창범 2025. 7. 20.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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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범 닥터To닥터]
병원에서 의사가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소화가 잘 안되고 메슥거린다고 병의원에 가면 흔히 처방하는 약이 바로 '맥페란'이라는 약이다. 일반인에게는 '맥소롱'이라는 약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약은 반감기가 5시간 정도로 식도와 위를 연결하는 부위의 식도조임근과 위평활근 수축을 증가시켜 속이 거북하거나 메슥거리는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에게 자주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이 약은 중추신경계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중추신경계 부작용이 추체외로 증상(extrapyramidal symptom)이다. 추체외로 증상이 나타나면 본인이 원치 않아도 턱을 자꾸 움직이거나, 입맛 다시듯 입술을 자꾸 빨거나, 혀를 날름거리는 등 혀와 안면 근육들이 저절로 움직인다. 거의 대부분은 일시적인 것으로 시간이 지나면 호전되지만 극히 일부에서는 호전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증상은 고령 여성이나 파킨슨병 환자에서 잘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속이 거북하거나 메슥거리는 증상에 사용할 수 있는 약이 거의 없고 이러한 위험인자를 가진 사람들이라고 하더라도 모두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임상에서는 이러한 환자들에게 사용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최근 이에 대한 소송 결과가 발표되면서 논란이 됐다.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피해자인 80대 환자 A는 1년전 파킨슨병으로 진단 받은 상태로 소화불량과 영양제 주사를 맞기 위하여 지역 의원을 방문하였다. 그리고는 문진을 마치고 증상 호전을 위해 맥페란 주사를 2mL 정맥으로 1회 투여받았다. 환자는 3시간 후 전신 쇠약과 일시적 의식 상실, 발음 장애 및 파킨슨병 증상 악화 등의 부작용 증상을 보였다. 검찰은 환자가 파킨슨병을 앓고 있었고 고연령이라는 점 등을 고려해 이상 반응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사제를 주의하여 처방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않았음을 이유로 해당 의사를 업무상 주의 의무 소홀로 기소하였다.

1심에서는 의사가 파킨슨병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약물을 투여하여 환자가 피해를 봤다고 인정하였다. 특히 환자는 자신이 파킨슨병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의사에게 고지하지 않았지만 의사는 약물 투여 전에 파킨슨병 여부를 물어야 함에도 그렇지 않았음을 이유로 유죄를 인정하였다. 2심에서도 같은 이유로 금고 10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였다.

이러한 2심 판결이 나자 많은 의사들이 약물 부작용이 조금이라도 있는 약물 처방을 꺼리는 등 방어 진료를 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대한파킨슨병및이상운동질환학회도 성명서를 내고 의료 행위 과정에서 예기치 않게 발생하는 나쁜 결과는 의료 행위의 특수성에 기인한 것으로 환자를 진료하고 치료하는 데 약간의 업무상 과실이 있다는 이유로 유죄 판결을 내리면 어느 의사가 위험 부담을 무릅쓰고 환자의 질병을 치료하고 생명을 지키려고 할 것이냐며 반발하였다.

대법원의 판단은 1, 2심과 달랐다. 의료 행위로 인한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업무상 과실과 함께 이러한 업무상 과실로 인하여 환자에게 상해나 사망 등 결과에 대한 인과관계가 엄격한 증거에 따라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어야 한다고 봤다. 해당 사건의 경우 파킨슨병 환자에게 맥페란 투여가 금지되고 고령자에게 신중한 투여가 권고되는 상황에서 의사가 환자 A의 파킨슨병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환자의 전신 쇠약감이 맥페란 주사로 인한 것인지 명확하지 않고, 일시적인 의식 상실도 주사약 투여 다음 날 호전됐다. 발음 장애의 경우 맥페란 주사를 투여 받기 전에도 구음 장애가 있었다. 또 파킨슨병 악화와 관련해서도 여러 의료 감정 소견에 따르면 단순 1회 투여로 파킨슨병이 비가역적으로 악화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런 상황을 종합하면 의사가 환자의 기존 질환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업무상 과실로 인하여 환자 A의 상해가 발생하였는지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면서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하였다(대법원 2025.5.15. 선고 2024도9443판결).

정리하면 이번 판결은 업무상과실치사상과 관련된 형사 사건에서 업무상 과실과 이로 인하여 환자에게 상해나 사망 등 결과에 대한 인과관계는 엄격한 증거에 따라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어야 한다는 기존의 판결을 확인하였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이와 같은 법리는 형사재판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민사재판의 경우 업무상과실과 환자의 상태에 대하여 '상당한 인과관계'만 인정되어도 되기 때문에 환자에게 유리한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다만 현재의 대법원의 판단은 만약 약간의 업무상 과실이라도 나쁜 결과와의 인과관계가 입증이 된다면 형사 처벌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의료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업무상 중과실이 아니라면 형사 처벌 대신 민사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창범 교수 (heartp@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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